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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칼럼] 한국보수언론의 비자주적 태도를 보며 ▲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전(한국시간 13일 새벽) 첫 기착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 미국의 민간 외교정책단체인 국제문제협의회(WAC)가 주최하는 오찬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과 양국관계에 대한 첫번째 메시지 성격의 연설을 하고 있다.언론의 자유는 매우 소중하다. 그것이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전제할 때 그것은 거의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책임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이 행사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행한 북한 핵관련 발언에 대한 일부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가 바로 그런 것에 해당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무력사용과 봉쇄정책 등 방식은 한반도 전면 전쟁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해 ‘조중동’은 국내 보수진영과 함께 비판 일색이었다.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발언에 대한 미국 쪽 반응은 일주일 후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자명해질 터였는데, 이 신문들은 과거 한미관계의 고정관념이라는 틀을 고집하면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논조를 폈다. 그것은 미국 쪽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것과 같은 인상마저 줄 정도였다.한미정상회담 부정적 결과 확신한 보수언론 공개된 국제무대에서 외교는 상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외교무대의 논리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상식을 이들은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였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한반도 거주 당사자들의 존엄성을 전제로 해서 논의되어야 하는 외교적 예의가 생략된 것이 아니었던가?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남한 쪽도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잿더미가 된다는데 당사자에게 사전에 긴밀히 상의한 적도 없다는 것은 일반 상식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은 한미정상회담 이전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쪽 반응을 타진하기 위해 서면으로 국무성에 질의하는 부지런한 태도까지 보여주었다. 그 서면질의도 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확고한 합리성의 틀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의 확인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 핵과 관련해서 미국 행정부 쪽의 가다듬어진 ‘정치적 수사’와는 맥을 달리하는 호전적 발언을 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어떤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추정을 말한 것뿐인데도 일부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쪽의 솔직한 반응이라는 식의 해설을 담았다. 거기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냉담한 반응을 피하기 어렵다는 예단이 담겨있었다.그러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합리적인 해결 방식을 이구동성으로 재확인 했다. 이를 놓고 국내 일부 보수언론은 ‘과거와 아무런 차이가 없고 앞으로가 문제다’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들이 일주일 동안 내놓았던 전망이 적중하지 않은 책임을 비껴가려 시도한다. 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가를 매일 접하면서도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외교적 사실’을 외면하려는 그런 태도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 것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큰 틀이 세계적인 공론의 장에서 다시 확인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이 얼마만큼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일단 해결방안의 상한선이 지구촌이 주시하는 자리에서 재확인 된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관련국가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 핵문제의 해결 방식을 무력사용이나 봉쇄와 같은 방식은 제외하자고 합의한 것은 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보수언론과 정치세력이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 이후 일주일 동안 드러낸 비자주적 태도가 국제적 논의 과정을 통해 얼마나 비극적인가 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국제적인 공론의 장에서는 한반도 남쪽에 거주하는 우리 모두가 고개를 들지 못할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단일한 조직체로 판단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세계는 한국 여론을 어떻게 볼까 공론의 장에서는 이런 말, 저런 말들이 다 나올 수 있는 법이다. 자칫 거기에서 뱉어지는 심한 말들이 강조되고 그것이 분위기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이 전제가 되어 공론의 장에서 대화가 지속되다 보면 참여자들의 견해나 해결 방식에 대한 큰 흐름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것은 확실한 민주적 방식이다. 우리 국내 정치, 개혁문제도 공론의 장에서 모든 것이 걸러지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좋겠다. 그러나 때때로 공론의 장부터 거부하거나 그것이 겨우 마련된다 해도 일방적인 선전, 홍보의 장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언론이 오보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어서 그것은 사회적인 관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오보는 취재와 기사 작성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결과적으로 어쩔 수없는 그런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인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번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로스앤젤레스 발언에 대한 보수지의 소동처럼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평가와 전망이 일방적일 때 그것은 관용의 영역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언론이 민족의 생존과 지구촌 차원의 평화 등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에서까지 책임의식이 결여된 채 국적불명의 혼탁한 논리를 앞세운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외교 무대라는 공론의 장이 지닌 위력을 확인하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 보수언론이 전체 국민을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대오각성하면 좋겠다.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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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조정래씨는 1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면서 "국가보안법은 군부독재 30년을 존속시킨 악법"이라며 "그 피해자들은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월간조선과 반공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체제경쟁, 완전히 끝났다. 그런데도 북한이 곧 쳐내려올 위협이 있다는 둥 시대착오적으로 정신병자들처럼 떠들어내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고 불행이고 슬픔이다. 언론이 거짓말하고, 과장되게 국민을 속이는 것은 민족의 반역이다."작가 조정래씨의 목젖이 떨렸다. 눈가에는 핏발이 솟았다. 86년 <태백산맥>을 시작으로 <아리랑> <한강>까지 20년간 글쓰기에 전념하며 한반도 역사를 소설로 풀어낸 것은 작가 조정래씨가 이 땅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었던 목소리가 있었던 까닭이다.조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25를 겪은 기성세대들에게는 일종의 정신병처럼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의식이 박혀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군부독재 30년을 존속시킨 법으로 이미 그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 이미 악법으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그는 "94년 고발당해 지난 10년간 작품을 쓰면서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공안당국들로부터 시달리는) 10년간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고, 늘 감시당하고 고문당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썼다"고 토로했다.조씨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보수언론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현상은 당연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반공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체계 하에서 반공주의로 60년간 누려온 기득권을 포기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것은 결국 시대적 사명을 망각해버린 몰지각한 언론이 저지른 횡포가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지난 2년간 해온 행태는 그야말로 망국적"이라고 지적했다.다음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가진 조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소설가 조정래는 누구? "정의와 진실은 현실 속에서 끝없이 패배한다. 다만 긴 역사 속에서 승리할 뿐이다."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의 일부다.작가 조정래는 1943년 전남 승주 선암사에서 출생해 66년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70년, <현대문학>에 단편 '누명'으로 등단해 그후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등을 출간했으며,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출간한 작가로 유명하다.9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모씨와 구국민족연맹 등 8개 단체가 작가 조정래와 한길사 대표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은 10년째 <태백산맥>에 대한 이적성 검토를 하고 있다.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 지도 모를 '국가보안법 위반 작품'을 쓴 작가 조정래는 최근 사회주의에 대한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사회주의는 왜 몰락했는가에 대해 그 원인을 사회과학 쪽에서 명쾌하게 규명한 바 없잖아요. 그것을 소설적 접근을 통해 풀어보려고 합니다.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웃음) 국가보안법처럼 그렇겠지. 관심 있는 사람은 보고, 관심 없는 사람은 말고. 한 권 짜리 장편이니까 내년쯤에는 나오겠지요."손주가 글을 깨우칠 때가 되면 동화책도 쓰고 싶다는 작가 조정래는 △현대문학상(1981) △대한민국 문학상(1982) △단재문학상(1991) △노신문학상(1998)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대중 팔아 악법 보호하려는 시도는 용납되지 말아야"-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합니다. 국보법의 완전폐지·부분개정·형법보완 등이 충돌하는 가운데, 국민의 50%가 넘는 여론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지는 '국보법 논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국가보안법에 대한 사회적 저항, 보수언론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현상은 당연히 예견됐던 겁니다. 국가보안법의 체계 하에서 반공주의로 우리 사회와 국가가 운영돼온 세월이 60년이에요. 60년의 기득권세력이 있는데, 그들이 그 기득권을 쉽사리 포기할리 없죠. 이 저항은 당연한 것입니다.중요한 문제는 국민의 50% 정도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의 실체가 또 문제입니다. 절대 다수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숭고한 가치지만 때에 따라 엉뚱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것조차도 언론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시대적인 사명을 망각해버리는 몰지각한 언론이 저지른 횡포가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입니다.국가보안법을 그동안 반대해왔거나 거기에 의존해 기득권을 유지해온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도대체 생활인에게 국보법이 방해되는 게 뭐가 있냐?' 그러나 이 말은 박정희 시절, 김종필씨가 국무총리를 하던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쓰는 말입니다. 그 말이 범죄적이고 반사회적인 이유는 어느 시대든 사회모순에 대해 반대하는 성원은 1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70∼80%의 대중은 그 물결에 따라가거나 묵시적 동의를 하는 세력입니다. 나머지 15%는 보수적 세력이지요.적극 저항하는 10%가 나라의 변혁과 발전을 주도하는 겁니다. 그 수가 적다고 해서 반사회적이고 반민족적·반인권적인 악법이 존속해야 한다는 이유는 전혀 성립되지 않아요. 대중을 팔아서 악법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더이상 용납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목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지요."- 국가보안법, 과거사청산,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등 4대 개혁법안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합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4대 개혁법안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4대 개혁입법은 시대적으로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나라의 큰 과제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4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정책의 선택은 굉장히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걸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불황이 있습니다. 이게 비극이에요.오늘의 경제불황은 다 아는 것처럼 노무현 정권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김영삼 정권에서 IMF가 왔고, 김대중 정권이 IMF를 빨리 해결하고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카드를 남발했고, 그 후유증이 지금 제2의 IMF사태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덤터기를 쓰고 있는 거죠. 기득권에게는 경제불황이 부담일 뿐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가 됩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되지요.노무현 정권은 대중들에게 이게 이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켰어야 하는데 그걸 실패했습니다. 이 사이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이 경제문제가 노무현 정권의 실책인 것처럼 대중들이 착각하게 함으로써 경제불황을 이용해먹고, 대중들은 여기에 최면이 걸린 겁니다."- 4대 개혁법안에 대한 논란의 책임은 민주화 이후의 정부에게도 있다는 얘긴가요?"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했다는 업적 때문입니다.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단계별로 국보법, 과거사문제 등을 해결했다면 다음 정권이 일하기가 쉬운데 그걸 직무유기 했어요. 이들이 했어야 할 일까지도 노무현 정권이 다 해결하려고 하니까 그 저항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아주 어려운 시기입니다.""조·중·동은 2년간 반역사적 태도로 일관했다" ▲ 작가 조정래씨는 "노무현정권에 위기감을 느낀 반공주의자들이 발악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기득권 언론이랄 수 있는 조·중·동의 최근 발언태도를 보면 곧 나라에 큰 사변이 날 것 같은 위기감이 돕니다. 이들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지난 2년간 해온 행태는 그야말로 망국적 행태입니다. 반역사적이고, 민족의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태도죠. 우리 사회의 슬픔과 비극은 그들이 언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비극이지요.그렇더라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언론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조·중·동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가에 대해 최선을 다해 국민설득을 해야 하고, 대중적으로 선전해야 합니다."- 대중선전이 잘 안 먹히는 것 같아요. 혹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허점을 조중동이 잘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여기에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산이 높으면 돌아가라'는 식으로 개혁 후퇴적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이부영 의장은 최근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의견청취를 해왔습니다. 문단의 원로 5명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 나도 있었어요.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정책과 정책추진의 방향에는 선후 선택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2년이 지나가면서 그 선택을 잘못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과거사규명문제가 중요한데, 중요한 만큼 국민설득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대국민 설득 없이 국회의 힘만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니까 더 안 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문제는 시간을 두고 정권의 중기 이후에 추진하려고 계획을 세우면서 대중 설득의 시간을 가졌어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돌아온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가장 앞장세워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습니다.이부영 의장은 내 의견뿐만 아니라 여러 의견을 들어 그런 발언을 한 모양이에요. 힘이 약한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선후를 잘 선택하고, 반드시 개혁과제는 처리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4대 개혁법안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줄기에서 본다고 해도 중요한 맥을 가진 문제들입니다. 특히 우리 역사속에서 국가보안법은 어떤 법입니까."국가보안법은 군부독재 30년을 존속시킨 법입니다. 그 30년간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압니까? 그것으로도 이미 악법이라는 것은 입증됐습니다. 나는 피해당사자로서 94년 고발당해 지난 10년간 계속 고통 당하고 있습니다. <아리랑>을 쓰면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한강>을 쓰면서 검찰조사를 받았어요. 10년간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감시당하고 고문당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이 고통을 그 누구에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그 나름대로 독자를 가지고 있고 명예라면 명예를 가진 작가가 이렇게 당할진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야 얼마나 쉽게 당할 수 있는 악법이냐 이 말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지 않나 싶습니다."후훗. 기성세대들에게는 아직도 6·25라는 상처가 엄청나게 남아 있어요. 6·25 때 300만 명 이상이 단 3년간에 죽었어요. 월남전쟁이 18년간 계속됐다고 하는데, 그때 죽은 인원이 150만 명밖에 안됩니다. 지금도 공산주의라면 무서워하는 대중정서가 있지요.이런 기성세대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 계속 핵으로 힘을 쓰면 간첩 잡아야 할 것 아니냐, 보안 안보의식이 박혀 있는 것이지요. 일종의 정신병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의식이 정신병처럼 박혀 있어요. 이것이 불행입니다."그들이 부시를 칭송하는 이유 ▲ 조정래씨는 "요즘 같으면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다"며 "기득권 세대에게는 전혀 기대할 것이 없으나 청년세대를 보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 냉전시대의 유물인 좌우 이념갈등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최근 극단의 단면을 보이는 게 월간조선 현상이라고 봅니다. 언론이 '이념무장 대중강연회'를 열어 사실상의 정치집회를 갖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나는 <조선> <동아>에 대해 단 한번도 인터뷰하거나 글을 쓴 일이 없습니다. (긴 한숨 끝에) 1994년 내가 고발당할 때 월간조선이 '조정래의 역사왜곡', '그는 빨갱이'라며 특집을 꾸몄어요. 그들은 반공을 내세웠으므로 정당하고 조정래는 나쁜 놈이 됐지요. 그들은 그런 승리를 계속 향유하려고 합니다. 더군다나 노무현 정권에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더 발악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요.월간조선과 반공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체제경쟁, 완전히 끝났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해 정신 못차리고 있어요. 고급당원들조차 남쪽이 보낸 쌀 다 받아먹고 있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해요. 자존심을 내세우는 그들이 그렇게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 상대를 놓고 공산주의가 쳐내려올 위협이 있다는 둥 시대착오적으로 정신병자들처럼 떠들어내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고 불행이고 슬픔입니다.이런 현상을 국민들에게 올바로 전해줘야 언론이지, 그걸 거짓말하고 과장되게 속이는 것은 민족의 반역입니다."- 우파들이 극렬히 반북적 태도를 취하는 동시에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해서는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어떻게 보십니까."부시가 핵 문제를 놓고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추종하고, 의지하고, 편드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는 언론의 작태입니다.부시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말입니다. 남북은 이미 6·25 전쟁 때에 비해 병력은 10배 늘었고, 군인들도 20배나 늘었습니다. 화력은 6·25 때보다 100배 늘어났어요. 부시의 말대로 전쟁이 나면, 7000만 민족 가운데 몇명이 죽을 지 모르는 겁니다. 그게 부시의 발언입니다.부시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미국에 의존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도 부시에 의해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다 죽을 거예요. 그래도 미국에 의존할 겁니까?"-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합니다."북한을 '제2의 이라크'로 보는 미국의 시각이 존재할 지 모르나, 그건 완전히 잘못 본 거예요. 부시가 한달만에 승전을 선언했지만 그 후에 죽어간 사람이 더 많아요. 후세인과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는 저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도 미국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라크는 월남전 이후 미국이 빠진 또 하나의 수렁입니다.""우리 역사의 비극은 친일파부터 시작됐다" ▲ 조정래씨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지난 2년간 망국적 행태를 벌였다"며 "우리 사회의 슬픔과 비극은 그들이 언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 과거사와 관련해 여쭙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진실과 화해위원회' 같은 과거사 청산기구가 만들어질텐데, 이 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과거사는 두가지로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는 친일파 청산의 문제고, 또 하나는 박정희 정권 이후 벌어진 국가적 범죄입니다. 친일파 문제는 국민적 저항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박정희 정권 이후에 벌어진 국가폭력의 문제지요.남아공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모델도 좋지만, 용서는 잘못한 자들이 진심으로 반성할 때 주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용서를 빌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해줄 수 있겠습니까. 친일파들이 그걸 안했어요. 친일한 사람 중 단 한명도 민족 앞에 무릎 끓고 잘못했다고 한 사람이 없습니다.두번째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의해 야기됐던 문제들인데, 저는 진실을 진실대로 밝혀서 자기 잘못을 완전히 국민 앞에 드러낸 남아공처럼 할 수 있을까, 그게 의문이에요. 우리 사회 풍토로 봐서 그것은 아마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십니까."지나간 일 적당히 덮어라, 죽은 사람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라, 그따위 돼먹지 못한 유교적인 무책임의 논리에 젖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풍토 속에서 누가 과연 나와서 자기잘못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은 우리의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보십니까."해방이후 친일파부터 시작됐다고 봐요. 그 시간만 넘기면 되고, 적당히 권력과 야합해서 지나가면 되고, 그런 식으로 60년을 살아왔잖아요. 친일파들이 '솔직히 말한 놈만 바보' 되는 풍토를 만들어놓은 것이지요.내가 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썼겠습니까. <한강>을 쓰면서 나는 백낙준, 김활란 등 실명을 거론했어요.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각오로 쓴 거죠. 왜 그랬겠습니까. 친일파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가치·윤리·도덕의 문제입니다. 한탕주의, 적당히 이런 걸로는 질서가 설 수 없고, 사회가 제대로 설 수 없고, 역사인식이 제대로 될 리 없기 대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아무런 희망이 없을까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지요. 그래도 이런 문제를 공론으로 세운 것만 해도 얼마나 발전한 것인가를 인식해야 합니다. 그전 정권은 그런 것도 안했어요.이야기 좀 합시다! 김대중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노태우·전두환을 청와대에 불러들입니까. 그렇게 엄정성이 없는 거예요. 사회적으로 처단해야 할 자들을 불러들여서 면죄부를 줘? 그러니까 나라의 질서가 안서는 거예요. 나는 노무현 정권에서 아무 것도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공론화해서 이만큼 떠든 것도 역사의 발전에 도모한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 제기는 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는 누가 하더라도 또 할 거예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YS, DJ, 이 사람들이 반만 했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낫지요. 지금 저는 그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나라처럼 모순과 갈등이 많은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혼자 다 못하니까 자기 임기 안에 조금씩 짐을 나눠져야 하는데, 민주화로 당선된 두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고, 아들만 감옥에 보내도록 부패와 부정, 비리를 저질렀으니 역사의 짐이 더 무거운 것 아닌가, 그 얘기를 하는 거지요."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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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기자의 분석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간의 산티아고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여기서 성공적이란 말에는 두가지가 의미가 함축돼 있다. 하나는 국내정치적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한미관계적 측면이다.한미관계적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쏟아진 외교적 수사의 성찬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복잡한 사정이 내재돼 있는 것이어서 꼭 성공인가 하는 점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그러나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간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밝혔던 몇가지 발언들에 대해 정작 미국보다도 국내의 극우신문들이나 야당이 더 호들갑을 떨면서 걱정인지, 저주인지 모를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았던 것도 사실이고,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그런 단기적 기우들은 말끔히 걷힌 셈이기 때문이다.정상회담 성공이 국내정치의 승리로 연결되는 아이러니일단 속내야 어떻든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국내 극우신문이나 일부 인터넷 매체들의 저주는 결국 미국내 사정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임이 증명됐고, 그것은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일정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주지하다시피 중간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는 협상전략으로서 유용성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대북봉쇄정책은 결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며 불안과 위협을 장기화시킬 따름이다”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체제위협에 직면했을 때 북한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에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다”고 전제한 뒤 “(북핵문제 해결은) 대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바 있다.특히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 주둔문제와 관련해 “적어도 한국민도 자주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가진 국민이라면 아무리 우방이라도 최전선 위험한 곳에 우방 군대를 배치하고 '우리를 지켜달라'고 하는 것은 좀 체면이 서지 않는다”면서 “무조건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지켜 달라. 절대 떠나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국내 극우언론들이 가장 경기를 일으킨 대목은 아마도 노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가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합리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이 대목을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정정하겠다”고 밝힌 것이 아닌가 싶다.국내 극우신문들이 이처럼 경기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전문학자들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설명한다. 노 대통령이 한 발언들은 미국내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도 자주 오가는 얘기이며, 미국 주류의 인식과 그렇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가 정상회담 직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하면서 “정상회담은 잘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도 결국 이런 미국내 기류를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극우신문의 ‘과민반응’은 무지의 소산표면적으로 한미 정상간의 만남이 순조롭고 우애(?)를 과시하는 것으로 끝남으로써, 국익이야 어떻든 대통령이 어떻게든 부시에게 ‘한 소리 꾸지람’을 듣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객관적인 팩트와는 거리가 먼 사실들만 나열해 놓았던 극우신문이나, 그런 극우신문의 장단에 ‘허수아비 춤’을 추었던 한나라당만 ‘동반 개망신’을 당한 꼴이 됐으며,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국내정치적으로 노 대통령이 일정한 승리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한미관계란 외교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다른 무엇보다도 북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합의한 점이 그것이다. 언론발표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4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내에 로스앤젤레스 발언과 유사한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핵심은 무력에 의한 해결방식은 결코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선제공격과 같이 남한의 참화를 야기시키는 행위는 한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란 점도 외교적인 수사를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이런 식으로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것이란 조짐은 이미 감지됐었다.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일본의 정상들과 연쇄회동을 하면서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해결한다는, 이른바 다자간 해결원칙을 천명했었다. 미국의 정책이 다자간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은 곧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교섭을 통한 해결이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언명은 곧 무력 사용이란 함축이 들어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이라크와 달리 미국의 잠재적 가상적국인 중국과, 그리고 여전히 위상을 무시할 수 없는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일본이란 다자의 이익이 겹쳐지는 곳이어서 아무리 패권국가인 미국이라도 일방통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이 다자간 해결을 강조한 것은 필연적인 수순일 뿐이다.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 무식한 국내 극우신문들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리면서까지 ‘절대적으로(absolutely) 동의한다’, ‘좋은 지적'(good point)이란 여러 단어를 사용하면서 강한 동의의 뜻을 표한 심층적 이유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이 무식한 극우신문들의 바람과는 달리 예정돼 있는 것이었다면, 결국 예정된 성공은 성공이 아니란 공식에 의해 그렇게 좋아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은 예정된 것이었고 실제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이런 성공에 좋아할 구석은 별로 없으며, 정말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쉽게 도출된다.강경파-온건파 분류는 단순무식한 이분법사실 파월 = 온건파, 콘돌리자 라이스 = 강경파란 도식은 최소한 한미관계 혹은 북미관계의 전망에 관한 한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분법이다. 북미관계에서 강경파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파멸의 단추’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을 뜻하며, 온건파란 단추를 누르기 전에 다만 몇초라도 양심의 거리낌 때문에 미적거릴 사람을 의미한다. 결론은 똑 같다. 단추를 누른다는 그 결론 말이다.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이라크 방식으로 처리하기에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라크의 늪에서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는 실정이며, 무엇보다 동북아 주둔 미군의 재조정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또한 동북아 전략의 핵심대상인 중국에 대해서 미국은 여전히 ‘전략을 짜기 어려운 상대’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산티아고의 부시가 당장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들을 늘어놓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시점이다.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미국은 북한 선제공격 후 정권 붕괴라는 전략을 전혀 포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시가 노 대통령을 만나 아무리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는 수사를 동원해본들 미국의 장기전략은 전혀 변할 기미가 없다. 다만 그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 시간까지 평화적인 해결점을 모색해본다는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이 문제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사실 가장 한미간에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야만 한다. 그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불평등조약이며, 이로 인해 하위협정인 SOFA의 불평등성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유로도 작용하고 있어 개정 필요성은 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문제는 사실 한미간, 북미간, 그리고 남북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 사안이며 지극히 민감한 문제였었댜. 다만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극우신문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은 미국의 동북아경영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회담에서,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어떤 외교적 수사로 포장을 했든 이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한다.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 가운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문제 언급됐을 가능성 있다가령 “국내 총생산 규모가 세계 11위쯤 되는 나라라면 이제 자기 국방은 주로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미국이 여러 전략적 필요에 따라 주둔군의 숫자를 줄이고 늘이는 문제를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노 대통령은 또 “무조건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서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다”고 전제한뒤 주한미군 철수에는 반대하지만 “그 운용에 대해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다만 내가 말한 융통성이라는 것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주한미군 역할의 유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외교적 수사란 복잡한 포장이 몇겹 싸여 있는 것이어서 즉각적으로 이해는 되지 않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명백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 필요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내총생산 11위의 국가가 국방을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현재 한미상호방위협정에 따라 우리 국방의 요체인 전쟁상황 통제권을 미군이 쥐고 있는 현실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사실 북한이 남한을 그동안 당사자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특수성 때문이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 즉,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제약되고 있다. 우리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즉, 대통령이 전쟁상태를 조절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 ‘각하’는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북한은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주한 미군사령관보다 아래에 위치한 대한민국 군 최고통수권자 대통령을 우습게 알아 왔다. 북한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제약 때문에 한국군은 미군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봐 왔고,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한다는 논리를 편 적도 있었다. 노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수단이란 북한 주장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민감하기 짝이 없는 표현까지 마다치 않은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겨냥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들이다.북미간의 틈새에 낄 수 있는 가능성 있다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은 일정하게 이러한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이미 50년이나 흐른 구닥다리로서, 과거 ‘형편없는 약소국 한국’과 냉전체제의 ‘초강국 미국’ 간에 체결된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조약이란 점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되 동북아 경영전략의 범주 속에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집권 2기에도 노 대통령과 긴밀한 업무협조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면서 주한미군 재조정문제와 관련해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규모 재조정에 따른 장비보강으로 방위를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을 평가한다”고 한 대목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나오기 힘든 언명이다.사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북미관계, 지극히 공세적인 중장기전략에서 움직이는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틈새는 유일하게 이 대목밖에 없다고 나는 판단한다. 조선일보 같은 극우신문들이 들으면 또다시 경기를 일으킬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한미간 외교안보채널에서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란 바로 이 대목에서 출발한다. 반기문 외교장관이 얘기했듯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도 깊게 보면 이런데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에서 출발되는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는 극우신문들의 저주대로 한미관계를 냉각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익에 따라 동맹과 다소 마찰을 빚을 수 있어야 주권국가로서 자격이 있다. 극우신문들은 입만 열면 주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미국의 52번째 주가 되라고 저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저주대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한미관계가 노무현 정부 들어 표면적으로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일 때 마다 극우신문들은 유사 이래 이런 불편한 관계는 처음이란 식으로 무식한 언설들을 퍼붓고 있는데, 한미교섭사를 한번이라도 펼쳐보았다면 그런 언설들이 얼마나 무지의 소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한미관계, 갈등기가 더 많았다정부수립 이후 한미관계는 몇몇 특수한 시점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긴장상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당시 이승만은 정전협정을 반대하고 북진통일론을 펼쳐 한때 미 국무부는 Ever Ready 계획이란 이승만 제거 음모를 꾸미기도 했으며, 박정희는 1 ·21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에 도발적인 행동을 마다치 않아 미 국무부의 두통거리이기도 했다. 특히 미국이 당황했던 것은 1968년 푸에블로 호 납치사건 이후 박정희의 북진계획이었다. 당시 미국이 특사를 파견했던 것도 박정희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나는 이승만을 제거하기 위해 꾸몄던 Ever Ready 계획이 박정희 시대에 부활해 결국 10 ·26으로 갔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한미관계가 좋아진 것은, 아니 엄밀히 얘기해 미 국무부 한국과의 하부로 편입된 것은 전두환이 그 주범이다. 전두환은 광주학살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마치 조선의 국왕이 북경의 천자에게 승인을 받듯이 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군사주권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 이후로야 미 국무부의 한국과보다 못한 존재이니 무슨 마찰이 있을리 있었겠는가. 조선일보 같은 극우신문이 과거 좋았다고 평가하는 한미관계의 밀월이란, 사정을 알고 보면 이런 것에 불과하다.어떻든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은 한국을 하나의 주권국가로 인정해 준 것이라고 나는 평가한다. 즉, 한국이 과거 전두환 노태우 시대처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몸종이 아니라, 약간의 협상이 필요한 상대라고 다소 진전된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식 변화는 김대중 정권이 비밀외교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이 노무현 정권 들어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내가 앞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표면적인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난관은 지금부터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이다. 반기문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한미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표현했다. 부시의 ‘사탕발림식 표현’ 속에 새로운 이정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이정표는 비로소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교섭하고 협상할 수 있는 시대로 들어섰고, 부시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것을 인정했다는데 존재한다. 우리 정부가 보다 현명한 대미외교를 통해 2008년 파멸의 시간에 맞춰져 있는 미 국무부의 시계를 되돌려 놓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한미정상화담 대화록(산티아고<칠레>=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후(한국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 한미관계, 부시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정상회담 직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브리핑한 내용을 토대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분야별로 재구성한 것이다. ◇한미관계▲노 대통령 =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그동안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문제, 용산기지 이전 문제, 이라크 문제 등 어려운 사안을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잘 해결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앞으로 정책공조에 있어 긴밀한 가운데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게 돼 기쁘다. ▲부시 대통령 = 축하에 감사하다. 집권 2기에도 노 대통령과 정상간 긴밀한 업무협조 관계를 유지해 나가길 희망한다.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와 관련, 한반도 안정과 평화유지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을까 당초 한국측 우려가 있었음을 잘알고 있다. 한미 양국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규모 재조정에 따른 장비 보강을 통해서 미국의 대한국 방위공약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을 평가한다. ◇북핵 문제▲부시 대통령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에 만족한다. 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 문제를 6자회담의 틀안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노 대통령 = 6자회담의 틀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 국민과 전세계인이 6자회담의 틀속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코자 하는 미국 정부와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부시 대통령 2기에 있어서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 1번으로 삼아 한미간 긴밀한 협의 속에,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함으로써 6자회담 참가국 및 전세계 국민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부시 대통령 =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긴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라크 문제, 달러 문제 등 여타 중요한 문제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중요한 이슈'(vital issue)로 삼겠다.▲노 대통령 = 한미 양국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다. 전문가.언론의 시각에서 평화적 방법, 제재 등의 얘기가 나고 있다. 이런 것은 원만하고 순조로운 6자회담 과정에서 도움이 안된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국의 일원인 만큼 6자회담의 원만한 진전을 위해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부시 대통령 = 전적으로 이해한다.◇제2기 부시행정부 정책방향▲부시 대통령 =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단기에 장기 적자 문제를 해결짓고자 한다. 내년 초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고 은퇴 연금, 노후 건강보험 등 지원을 보강한 예산을 공표하고자 한다. 자유 무역 및 공개적인 무역은 전세계 경제에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고, 이는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 =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 우리 기업들의 우려가 있다.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가는 미국의 메커니즘에 대한 믿음과 장기적 전망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미국의 신뢰를 주는 장기적 정책방향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타▲부시 대통령 = 한국이 평화재건 부대를 파견, 이라크의 민주화와 재건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데 감사한다. 노 대통령이 보여준 강력한 지도력에 감사한다.▲노 대통령 = 이라크의 평화정착과 조속한 재건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부시 대통령 = 내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시 노 대통령과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익사이팅'(exciting)할 것 같다.▲노 대통령 = 내가 먼저 얘기하려고 했다. 내년 한국을 공식 방문해 달라.▲부시 대통령 = 어제 양국 외교장관간 얘기가 잘돼 먼저 얘기하게 됐다.▲노 대통령 = 그동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노고가 많았다. 파월 장관은 앞으로도 한반도 및 북핵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기여를 해달라. cbr@yna.co.kr uni@yna.co.kr kbeomh@yna.co.kr (끝)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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