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신시킨 조중동 'LA발언' 보도
정치/경제 2004/11/23 18:15   http://blog.azoomma.com/richard/169295
[고승우 칼럼] 한국보수언론의 비자주적 태도를 보며

   
▲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전(한국시간 13일 새벽) 첫 기착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 미국의 민간 외교정책단체인 국제문제협의회(WAC)가 주최하는 오찬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과 양국관계에 대한 첫번째 메시지 성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매우 소중하다. 그것이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전제할 때 그것은 거의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책임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이 행사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행한 북한 핵관련 발언에 대한 일부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가 바로 그런 것에 해당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무력사용과 봉쇄정책 등 방식은 한반도 전면 전쟁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해 ‘조중동’은 국내 보수진영과 함께 비판 일색이었다.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발언에 대한 미국 쪽 반응은 일주일 후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자명해질 터였는데, 이 신문들은 과거 한미관계의 고정관념이라는 틀을 고집하면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논조를 폈다.

그것은 미국 쪽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것과 같은 인상마저 줄 정도였다.

한미정상회담 부정적 결과 확신한 보수언론

공개된 국제무대에서 외교는 상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외교무대의 논리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상식을 이들은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였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한반도 거주 당사자들의 존엄성을 전제로 해서 논의되어야 하는 외교적 예의가 생략된 것이 아니었던가?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남한 쪽도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잿더미가 된다는데 당사자에게 사전에 긴밀히 상의한 적도 없다는 것은 일반 상식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은 한미정상회담 이전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쪽 반응을 타진하기 위해 서면으로 국무성에 질의하는 부지런한 태도까지 보여주었다.

그 서면질의도 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확고한 합리성의 틀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의 확인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 핵과 관련해서 미국 행정부 쪽의 가다듬어진 ‘정치적 수사’와는 맥을 달리하는 호전적 발언을 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어떤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추정을 말한 것뿐인데도 일부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쪽의 솔직한 반응이라는 식의 해설을 담았다. 거기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냉담한 반응을 피하기 어렵다는 예단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합리적인 해결 방식을 이구동성으로 재확인 했다. 이를 놓고 국내 일부 보수언론은 ‘과거와 아무런 차이가 없고 앞으로가 문제다’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들이 일주일 동안 내놓았던 전망이 적중하지 않은 책임을 비껴가려 시도한다.

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가를 매일 접하면서도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외교적 사실’을 외면하려는 그런 태도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 것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큰 틀이 세계적인 공론의 장에서 다시 확인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이 얼마만큼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일단 해결방안의 상한선이 지구촌이 주시하는 자리에서 재확인 된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관련국가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 핵문제의 해결 방식을 무력사용이나 봉쇄와 같은 방식은 제외하자고 합의한 것은 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보수언론과 정치세력이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 이후 일주일 동안 드러낸 비자주적 태도가 국제적 논의 과정을 통해 얼마나 비극적인가 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국제적인 공론의 장에서는 한반도 남쪽에 거주하는 우리 모두가 고개를 들지 못할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단일한 조직체로 판단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한국 여론을 어떻게 볼까

공론의 장에서는 이런 말, 저런 말들이 다 나올 수 있는 법이다. 자칫 거기에서 뱉어지는 심한 말들이 강조되고 그것이 분위기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이 전제가 되어 공론의 장에서 대화가 지속되다 보면 참여자들의 견해나 해결 방식에 대한 큰 흐름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것은 확실한 민주적 방식이다.

우리 국내 정치, 개혁문제도 공론의 장에서 모든 것이 걸러지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좋겠다. 그러나 때때로 공론의 장부터 거부하거나 그것이 겨우 마련된다 해도 일방적인 선전, 홍보의 장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언론이 오보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어서 그것은 사회적인 관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오보는 취재와 기사 작성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결과적으로 어쩔 수없는 그런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인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번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로스앤젤레스 발언에 대한 보수지의 소동처럼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평가와 전망이 일방적일 때 그것은 관용의 영역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언론이 민족의 생존과 지구촌 차원의 평화 등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에서까지 책임의식이 결여된 채 국적불명의 혼탁한 논리를 앞세운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외교 무대라는 공론의 장이 지닌 위력을 확인하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 보수언론이 전체 국민을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대오각성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