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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초
(adllip)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그 경험의 폭은 반드시 지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 삶의 체험 모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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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남자들의 몇가지 특징 - 전여옥(방송인) - 내가 나이가 들어가듯 내 주변의 남자들(?)도 나이를 먹는다. 나는 그들의 젊은 날을 알고 있다. 얼마나 눈이 부시게 찬란했는가를…! 그들의 젊은 날이 이처럼 화려했던 까닭은 그들에게 대단한 포부, 열정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역시 그랬다. '이루어 질수 없는 꿈'이란 한계는 그들과 달리 갖고 있었지만 나의 20대도 가슴이 벅찬 나날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들을 요즘 만나면 안타깝다. 때때로 가슴이 미어지며 자주 슬프다. 그 이유는 그들이 말 그대로 늙었기 때문이다. 세월과 더불어 그들이 나이 먹을 줄은 알았지만 늙을 줄을 몰랐다. 가까운 이들이어서 그럴까? 나이들어 더 지혜롭고, 더 너그럽고, 더 확고한 자기 세계를 지닌 40대 남자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늙어갈 뿐이다. '늙은 그들'에게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자식자랑을 한다. "우리 애가 지금 고 1인데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잘해. 참 신통해!" "글쎄 학교 선생님이 애가 영어가 특출나다고 유학을 보내라고 하네." "우리애 내가 현지근무 끝내고 미국에 남겨두고 왔잖아. 담임이 그렇게 귀여워 한데. 아이비리그감이라고…."' 듣고 보면 그 얘기가 그 이야기이다. 그러나 자식자랑에 열을 올리는 '경로당 예비교'남자들을 보면 불쌍하고 가엾다. 아! 이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의 꿈, 가능성,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구나! 이제 나의 시대는 갔다는 것을 철저하게 자각하고 '이빨빠진 호랑이'가 됐구나싶다. 그들에게 이제 그만 자식이야기 그만하고 너의 이야기를 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상처를 건드리는 것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연줄'과 '인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혈혈단신 주먹쥐고 서울에 올라와서 '내게 밑천은 실력밖에 없다'며 눈을 빛내던 그들은 사라졌다. 대신 궁시렁궁시렁 말하기 시작한다. "이번에 그 자리에 앉은 아무개 있잖아. 나랑 예전에 같은 동네 살았어. 그땐 엄마끼리도 친했지." "아무개 박사, 나랑 같이 프로젝트 했었지. 요즘 잘 나가잖아. 나하고 형, 동생 하는 사이야." "음… 아무개, 내 여동생 남편의 후배야. 요즘 아주 잘나간대. 내 여동생 남편이 미국유학할 때 같은 대학 다녀서 노상 그집에 와서 밥먹었대. " 이제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세 번째는 은근히 마누라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와이프가 좀 알뜰하니. 글쎄, 강남아파트 재건축을 사서 두배로 튀겼어." "우리 장인이 와이프를 끔찍히 귀여워하니까 어떻게 노후 걱정은 안해도 될지 몰라. 요즘 딸도 똑같이 나눠준대며…." 나야 확실하게 '적절한 관계'의 여성이지만 내 앞에서 마누라 자랑을 하는 그들을 보면 측은하다. 이제 한 남성으로서 매력과 유혹과 짝짓기의 작업을 종료하고 집안의 애완견이 되기로 작심한 듯 해서 그렇다. 차라리 마누라 몰래 했던 데이트이야기를 하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던 그들이 그립다. 나이와 더불어 더 용감해지고, 다양해지는 여성들의 삶과 달리 남성들은 '사냥할 기력'을 잃은 사냥꾼처럼 한순간에 늙어버린다. 인생의 잔인함, 그리고 덧없음이다. ♬ Over The Rainbow - Rosemary Clooney
앙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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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불륜을 화려하게 만드는가... ▷오한숙희 (작가ㆍ방송인ㆍ사회운동가) 가부장적인 결혼제도가 유지되는 한 불륜 드라마는 요리법을 바꾸면서 계속될 것이다. 어찌보면 다양한 측면에서 불륜을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녀 양쪽의 입장에서 결혼제도 밑에 불륜을 조명해 볼 기회를 기대해보자. 드라마 속의 여자가 말한다. "나 이제 이혼할 수 있어. 무섭고 두려웠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어. 잊었던 나를 이제는 찾을 꺼야." 드라마 속의 남자가 말했다. "너를 안으면서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어. 너한테서는 감흥이 느껴지지 않아." 마침내 합의이혼을 하고 나오는 길에 그 여자는 차 한잔을 하자는 그 남자의 면전에서 대답 대신 결혼반지를 하수도 구멍에 던져버리고 유유히 떠나간다. 등을 지고 걷던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만 여자는 앞만 보고 걸어간다. "그 드라마 보나마나 끝이 뻔하더라. 남자는 후회하고 여자는 자립해서 신나게 사는 거야." "멋진 총각하고 재혼할 지도 몰라. 요즘은 능력있는 이혼녀와 총각의 결혼이 늘어난다잖아." 현실의 여자들은 이제 남자의 불륜에 분노하지 않는다. 여자의 발전적 미래와 남자의 양은냄비성 찌그러짐을 기대하며 흥미진진하게 복수의 쾌감을 기다린다. 불륜 감별법 남자가 식당에서 여자에게 메뉴판을 주며 비싼 것 시키라고 하면 불륜이고, 남자가 메뉴를 보고 똑같은 거 둘을 시키면 부부이다. 여자가 식당에서 남자에게 상추쌈을 주면 불륜이고, 여자 남자가 말없이 저 먹기에 바쁘면 부부이다. 연애시절에 뜨겁지 않던 결혼이 몇이나 될까. 나름대로 피가 뜨겁던 시절을 거쳐 그 열망을 일상화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로 들어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열망은 사그라든다. 열망만으로 살기에는 현실이 엄연하고 가족이라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녀가 저마다의 역활을 분주히 수행하다보면 상대에 대한 열정은 어느덧 "낡아서 편안해진" 관계가 되어 있다. 불륜이라는 이정표를 대개 바로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젊고 힘든 인생의 오르막길에는 이런 이정표가 없다. 어느 정도 옆지가 나타나 한숨을 돌리고 여유를 갖다보면 하나의 이정표가 눈에 뛴다. 80년대에는 40대 이후의 기혼 남자들과 20대의 미혼 여성이 불륜의 단골 듀엣이었다. 열심히 사회생활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직장의 일군으로 살아온 남자들이 중년이 시작되는 무렵 언뜻 인생을 되돌아보고 회환에 빠진다. "나는 지금껏 너무 책임감과 의무 속에서만 살았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 쓰느라 지쳤어. 늙어가고 있음이 안타깝고 억울해. 자유로워지고 싶어. 날고 싶어." 여기서 불을 지피는 것이 살림의 군내가 나지 않고 책임감과 의무에 아직 물들지 않은 젊은 여성들의 발랄함과 당돌함이다. 이런 여성과의 불륜을 통해 남자들은 대리만족적인, 또는 편승적인 젊음의 부활을 경험한다. 모범생적인 남자들이 고뇌하면서도 깊게 불륜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이 대목에서 세상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대신 뻔뻔하도록 대담하게 "남자를 호리는 젊은 년" 이나 남편에게 참신성이나 매력을 제공하지 못한 "늘어진 아내"에게 책임이 돌려졌다. 양쪽에 다리를 걸친 남자의 가족을 유지시키고 지금까지의 생활기반을 고스란히 지켜준다. 제도에 묶인 남자의 현실을 이해하는 애인은 낭만적 사랑을 충족시켜준다. "인현왕후전"에서 "애인"으로 90년대 초 "애인"이라는 드라마가 여자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가가 있었다. 멀쩡한 남편을 둔 직장 여성과 나무랄 데 없는 아내를 둔 남자의 애틋한 심적 교류가 수많은 유부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한 보수적인 일간지는 유부녀의 집단적인 도덕불감증 현상 이라고 충고어린 개탄까지 했지만 유부녀 집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과 같이 보는 TV 앞에서 "바람난 여자"에 공감하고 나아가 대리만족까지 체험했다. 과거에 유부녀들은 "인현왕후전"에 몰입했다. "장희빈"이 사약을 받고 왕의 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조강지처 인현왕후의 승리를 자기 일로 여겼다. 현숙함을 잃지 않고 온갖 시련을 겪은 끝에 인현왕후 대신 장희빈을 욕하고 저주하면서 현실 속에서의 자기 한을 풀었다. 복수의 대상이 될 여성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 여성을 선망하기까지 하는 현상은 분명 불륜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증거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여성들이 느끼는 결혼제도에서의 불만이다. 여자도 자기 중심적이고 형식적인 남편 역할에만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나누고 배려할 줄 아는 "애인"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부녀의 애인은 끝까지 가는 적이 없다. 여자들은 열정적이었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두 얼굴의 여인처럼 이성적이 된다. 자식들을 생각하고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고 남자 처럼 완전히 사랑에 눈먼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평소에 여자를 이성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문화권도 아니면서 그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아직 유부녀는 불륜을 꿈꿀 수 있을 뿐이다. 불륜을 다루어야하는 이유 모노가미는 모노토스하다. 우리말로, 일부일처제는 지루하다는 뜻인데 이 말은 모든 불륜의 이유가 되어왔다. 이제 남자들은 일부일처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불륜의 사유로 예쁘고 능력있는 아내에게 "너를 안을 때마다 만족스럽지 않았어"를 들이대는 수준까지 왔다. 이제 여자들은 남자의 퇴로를 차단한다. 부인은 잔절을 요구하고 복귀를 호소하지만 돌아서면 냉정하다. 애인은 숨겨진 여인이 되길 거부한다. 무조건 참고 매달리는 부인도 없고 "죽었습니다" 하고 들어가는 애인도 없다. 요컨대 불륜이라는 소재는 새로울 것 없지만 이제는 그 소재의 요리법이 달라진 것이다. 최근에 히트했다는 한 영화에서는 결혼과 성적인 관계를 분리해서 유지하는 "현명한" 여자가 나온다. 남자의 눈으로 보아도 가부장적 결혼제도가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객관적인 인정 아래 남자들이 써온 일부일처제의 보완 방법을 여자도 쓰게 한것이 관객에게 통쾌함으로 다가갔을 거라 짐작되는데, 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결혼을 유지해 가는 현명한 방법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이미 결혼제도가 "미쳤다"는 것의 반증이다. 불륜이 현재의 결혼제도의 불가피한 그림자로서 자리매김된다는 것이다. "그것들 이제 같이 살아보라고 해. 6개월 되면 단물이 다 빠질걸." 3년 전 끊어진 줄 알았던 남편의 연애가 10년째 이어지고 있음을 안 어떤 아내가 절규처럼 한 말이다. 불륜의 화려한 이유는 결혼제도로 현실화되지 않은 까닭에 또는 결혼이라는 밑반찬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이 말에 수긍할 사람이 나 한나뿐일까. 지금의 가부장적인 결혼제도가 유지되는 한 불륜의 드라마는 요리법을 바꾸면서 계속될 것이다. 어찌보면 다양한 측면에서 불륜을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녀 양쪽의 입장에서 결혼제도 밑에 땅굴을 파게 되는 심리를 낱낱이 분석해보는 과정에서 상대의 시선에서 결혼제도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유부녀의 시각에서 불륜을 조명해볼 기회를 기대해 본다. 남편의 불륜에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결국 피해자가 된 다음 재기하는 것이 아니가 가부장적인 결혼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로서 이른바 불륜에 접근하는 것을 본다면 가부장적인 남편들에게 교육효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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