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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여자를 선운사까지 달려가게 만든 봄날은 ... 꽃바람 휘날리고 선운사 동구(洞口) /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 봄바람은 왜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헤집어 놓는가! 지천으로 터지는 꽃폭죽은 왜 사람을 꽃멀미나게 하는가! 토독 토독 꽃잎 터지는 소리는 왜 사람을 바람따라 떠나게 하는가! 나를 왜 선운사 앞마당에서 붉게 마음 토하게 하는가! 동백은...... 선운사 동백 금사 고운 님 생가 툇마루에 걸쳐 앉아 그때의 바람을 만났습니다. 당신을 키운 팔할의 바람 선운사를 돌아 숨가쁘게 달려와 아직 동백꽃 피지 않았다 전하고 갑니다. 열여섯 당신의 누님 진홍빛 초경 노란 불꽃 사르르 피어 올라야 그때야 비로소 빨갛게 배시시 웃어보이고 목숨바쳐 사랑한 죄 천길 땅 송이째 후두둑 뛰어내려 붉게 운다 합니다. 선운사 동백꽃 -- 김 용 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도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물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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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거실에 걸린 국전화가 청원선생의 매화사랑도 참나무 장작을 땐 사월의 황토방은 참나무 숯 냄새로 가득했다. 며칠동안 지독한 봄감기로 시달리는 나를 데리고 남편은 도화황토방 무릉원 형님댁으로 갔다. 3월초부터 단 하루의 휴식도 없던 내게 정말 봄 향기처럼 달콤 쌉사롬한 휴식을 선물했다. 형님 내외는 뜻밖에 찾아온 우리에게 넉넉한 막걸리 주전자를 내오셨다. 샐러드와 고등어조림의 저녁식탁을 차려주셨고 아름다운 음악감상을 하며 산속의 밤을 밝혔다. "황토방에 불 넣어놓았네...편안히 쉬게" 황토방은 참 편안했다. 따끈한 아랫목에 광목이불 둥근 소반위에 놓인 책한권 그리고 작은 창하나 깨끗한 화장실 참숯나무 냄새가 가득한 방은 약간의 외풍으로 얼굴은 시원하고 등은 따뜻했다. 동창을 두드리는 봄 아침의 환한 햇살이, 홰를 치는 암탉의 울음이 잠을 깨웠다. 씀바귀 무침과 콩나물 김치국 그 암탉이 낳았다는 유정란 찜이 아침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침을 먹은 후 집 둘레에 핀 노란 수선화 그리고 토실하게 새촉으로 우주를 들어올리는 함박꽃 옥잠화 또는 매발톱 내가 알지못하는 새싹들이 봄잔치를 여는 집둘레를 돌아보며 봄 나절을 즐기고 해물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작은 아들이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찔한 현기증 부리나케 병원으로 와 수속하고 아이 수술 시켜서 형을 보호자로 두고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 명치가 아프다.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소화기관이 잘못된것 같다. 겨우 감기를 다스려 놓았는데 신경줄을 타고 내린 줄 하나가 반란을 일으켰다. 작은 아이는 한달전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활동하다가 발가락 하나가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었다. 그때도 얼마나 놀랐는지... 이제겨우 발가락 나아서 다니는데. 또 불편하겠다. 간호대학을 다닌다고 엊그제 감기로 시달리는 엄마에게 링거를 놓아주며 간호하더니..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학용어 시험을 하나 틀렸다고 좋아하더니.. 어린시절 여덟번의 수술로 엄마 눈물을 무던히도 흘리게 하더니 아무리 걱정안해도 될 수술 이지만 엄마는 그저 짠 하기만 하다. "이번 경험으로 아픈 환자들 더 잘 이해하는 간호사가 되겠네." 라고 위로하고 돌아왔지만 "엄마 얼른 집에가셔요" 라고 씩 웃던 아들이 아릿하게 아프다. 그 힘든 꽃샘추위를 견뎌내고 온세상이 봄꽃 천지다. 우리 아들도 이 아픔 이겨내면 멋진 남자간호사가 되겠지...... 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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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녀 영미씨의 생일이었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나는 작은 호두케잌을 준비했다. 마흔 일곱개의 초와 작은 녹색샴페인도 준비했다. 아침에 미역국은 먹었어? 응 ..일어났더니 남편이 끓여놔서 잘 먹었어. 세상에..남편이 미역국을 끓였어? 와...대단해. 나는 좀 과장되게 그녀를 부추겼다. 그녀 남편은 무명가수다. 그녀는 옷가게를 해서 그남편을 힘겹게 뒷바라지 하고있다. 끝도없는 남편의 길...아무런것도 보장할수 없는 외로운 길을 걷는 남편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남편을 돕고있다. 따뜻한 밥한그릇도 너무도 귀한 그들 그래도 이웃위에 노래부르는 일을 행복해하고 있다. 돈을 받는 곳보다 무료로 해야하는 시설방문을 기꺼이 달려가고 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명가수 남편의 왕팬인 그녀 그녀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을 그남편의 쓰린 마음을 알것같다.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그 남편은 변변한 선물 마련하지 못한 아픔을 미역국속에 녹여 끓였을것이다.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자리 다행이 내남편이 장미꽃 한다발을 사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안겨줬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행복해했다. 장미꽃에 코를대고 향을 맡으며 감격했다. 나는 호두케잌에 불을켜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녹색 샴페인을 따라주었다. 생일 축하해요~ 그런데 그 남편의 눈이 오늘 내리는 봄비처럼 촉촉하게 젖어왔다. 고마워요~내 대신..이렇게 행복한 밤을 마련해줘서,,, 영미씨는 남편이 주었다는 봉투을 주머니에서 꺼내놓았다. 나 남편에게 너무 큰 선물을 받았어요. 그 봉투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정말 생일 축하해. 당신에게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이 봉투에는 내 마음만 넣었어.... '''''''''''''''''''''''''''''''''''''''' 마음만 넣은 봉투. 얇은 흰 봉투에 가득 들어있는 남편의 마음. 그 마음 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아내. 왜 그렇게 아름다울까? 그렇게 아내가 안타까우면 좀 돈버는 일을 하지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처럼 영미씨처럼 돈보다 마음으로 행복해 하는 아내가 있으니 남편이 노래하는 모습을 가장 행복해 하는 아내가 있으니 어쩔 수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그들은 돈보다 다른 행복을 찾을 줄 아는 부부이기에 그냥 아름답게 바라보고 싶다. 봄비가 내린다. 단비..썰비로 내린다. 봄비가 그치면 점점 따스한 날이 다가올 것이다. 지금 이 힘든 고비를 견디면 지금은 넣은 흰 봉투속에 마음만 넣어두었지만 나중은 분명 아내를 눈부시게 만들어줄 경제적인 보장도 들어있지 않을까? 행복의 그릇은 큰것을 장만해 둘 수록 좋다고 한다. 잡다한 일상을 다 담아두면 다 행복의 조건으로 바뀌어 질테니. 슬프지만 아름다운 생일 선물. 촉촉하게 가슴을 적신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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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서정시인 나태주시인을 생각하며 봄 가뭄이 계속되어 건조한 땅은 부싯돌 불꽃에도 화르르 타내릴 것 같다. 봄불은 여우불이라고 여우꼬리에 불 붙으면 팔팔 뛰어다녀 잡을 수 조차 어려운 시기에 참 쓸쓸하게 메마른 시간을 지난다. 이 쓸쓸한 봄날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왠지 이분을 보면 쓸쓸하고 눈물난다.쓸쓸한 서정시인. 따뜻한 시를 써내려가지만 정작 자신은 쓸쓸한 사람! 내가 시집을 출판할 때 서슴치않고 발간문을 써 준 시인! 시낭송하는 목소리가 폭신해 안겨 울고 싶은 여자라고해서 웃음짓게 해준 그 쓸쓸한 시인의 손목을 잡고 이쓸쓸한 봄날을 걷고 싶다. ‘세상에 와서 시를 만난건 우연이었다. 나는 쓸쓸한 서정시인,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싶은... 바람이 불면 바람 불어서 슬프고 햇빛 고우면 햇빛 고와서 외로운 나는 쓸쓸한 서정시인’ 이라고 고백하는 나태주 시인! 그는 아직도 쓸쓸하고 외로워 그 슬픈 눈을 자연에게로 맞추어놓고 눈 속의 프리즘을 통해 작고 보잘것없는 이름모를 풀꽃까지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공주사범학교 졸업 현재 충남 공주시 상서초등학교장으로 재직중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등 수상 *시집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굴뚝 각시>, <아버지를찾습니다>,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추억이 손짓하거든>, <딸을 위하여>,<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섬을 건너다보는 자리>, <별 아래 잠든 시인>(송수권, 이성선, 나태주 3인 시집) 등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나에게 있어도> *동화<외톨이> *시선집 <빈손의 노래>, <추억의 묶음>, <네 생각 하나로 날이 저문다>, <손바닥에 쓴 서정시>, <슬픈 젊은 날>, <나의 등불도 애달프다>, <하늘의 서쪽><매디매디 눈물비친 사랑아><나태주 시인앨범>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절망, 그 검은 꽃송이>, <추억이 말하게 하라>,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쓸쓸한 서정시인><아내와 여자> *현 장기초등학교 교장 작지만 우주를 담은 시를 쓰는 사람! 쓸쓸하기에 외롭기에 자연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시인이다. 얼마전 작고한 <하늘문을 두드리며>의 설악시인 이성선과 <산문에 기대어>의 송수권시인과 함께 진정한 서정시인으로이 땅에 남아 시의 울림판을 진하게 울리고 있는 시인이다. *참고로 이성선 시인과 송수권 시인의 대표시를 소개한다. 하늘문을 두드리며 이성선 저녁이면 내 마음은 또 숲으로 가서 새둥주리를 짓습 니다. 둥주리를 짓는 내 마음은 따뜻하게 불붙고 나를 받쳐든 가지도 따스합니다. 물소리 꽃향기가 밤빛에 반 짝입니다. 나는 이들의 체온으로 더욱 포근합니다. 밤이 깊으면 머리 위 높은 하늘에서 그분이 불을 켜십 니다. 창에 비치는 그 빛은 희미하게 숲으로 내리고 창 가에 그분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파이프를 들고 사색 에 잠겨 방안을 이리저리 거니시는 모습, 불현듯 책상으 로 달려가 글 쓰시는 모습, 그러나 다시 조용히 몸을 일 으켜 피아노를 열고 하늘 선율을 치시는 그분, 책장 넘 기는 소리, 글 읽는 소리, 종이 위 펜 지나가는 소리, 별빛에 섞이어 내리는 피아노 소리..... 허눌애 피어 있 는 이 소리와 그림자는 내 마음의 지붕, 나의 둥주리는 불을 끄고 밤하늘 지붕을 받쳐들고 한밤 고요히 숲을 지 킵니다.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나태주 시인하면 그를 대표하는 시 대숲아래서를 빼놓을 수 없다. 대숲 아래서 -나 태주-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얘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내 차지다. 이 시 대숲아래서는 결코 참신한 작품이 아니라는 평을 받았다. 그의 자연관조적인 동양적인 사정세계는 이미 너무도 친숙한 것이어서 그것을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밀기에 주저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시의 혼탁한 번역조 시풍의 풍미와 생경한 관념적인 무잡성과 응결력이 약화된 장황한 장시의 유행 속에서 시류에 초연하여 잃어가는 서정을 회복하고 시의 본도를 거쳐 침착하게 자신의 세계를 믿는 시인이라고 박목월 선생은 평했다. 정말 나태주시인은 가락을 아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향토성 짙은 가락을 흥겹게 풀어내고 눈물로 읽어낼 줄 아는 출렁이는 흥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다. 몇 해 전 시인이 재직하고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간 적인 있다. 나태주시인은 학교 앞 텃밭에 기르고 있던 고구마 순을 한 아름 따주며 말했다. “이것 맛있어.. 내가 일일이 마음으로 기른 거야~” 그러며 이왕 학교에 왔으니 온 기념으로 준다며 직접 그린 삽화 한 장에 내 이름을 써서 주었다. 참고로 나태주시인은 삽화를 직접 그리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참 곰살 맞은 마음이다. 시인의 고향을 그리는 막동리소묘 연작시는 방황하는 우리들의 마음의 키를 고향으로 돌리는 안내를 하기도 한다. 막동리 소묘 나태주 안개 속을 걸으니 속눈썹이 젖으오 마악 선잠깨어 눈 비비는 대숲은 새들의 저자요 새소리 시끄러울수록 고요함을 더하고 댓잎에 바람소리 적을수록 마음을 꼬이니 거 참 별스럽소. 나태주시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연에 대한 열정이다. 누구보다도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으로 알려져있다. 임실에서 살고있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처럼 금강변에 살면서 금강과 고향, 사람과 사랑, 그리고 작은 풀꽃과 나무와 바람, 나비의 몸짓,하물며 하늘의 해.달.별까지도 놓치지 않고 자신이 가꾸는 시의 화원에 풀어놓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며 시인은 작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도드라지지 않고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어느 땐 자신이 하나의 자연이 되어 자연의 정물화로 살아가고 있다. 오랜 기간 초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치고 노래를 가르치고 그림을 가르치며 어린이들의 정서에 불을 피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각종 잡지와 다큐로 메스컴에 누구만큼 오르내린 인물이고, 시집 산문집 사화집등 무수한 책을 발간해 내고 있는 그야말로 열정이 대단한 작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서정적인 글을 쓰다보니 대표시 ‘대숲아래서’ 이후 이시를 능가하는 시를 발견하기 어렵고 문체가 지루하다시피 안정되어 있고 늘 그 시가 그 시인 듯한 느낌이다. 시대의 아픔과 격동하는 시류 속에서 자신의 살점을 베어내는 칼을 빼야하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시인들에 비해 안온하고 부드러운 서정은 가끔 사람을 슬프게 한다. 하지만 나태주시인은 강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고향을 잊고 사랑을 잊고 밟고 밟히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순 노래를 한 아름 안기는 시인임에는 틀림없다. 상처로 덧난 가슴을 가만가만 아물리는 연고제 같은 서정으로 이 땅의 슬픔을 도닥여 놓고 정작 자신은 쓸쓸한 시인이다. 나태주시인의 그 많은 시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외로운 변방시인, 그래서 쓸쓸한 시인의 모습을 그린 ‘사는 일’이란 시를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사는 일-나태주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나는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 나는 달리는 차들이 피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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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도 끝자락이고 긴 겨울을 견딘 목련이 이제 배시시 웃고 있는데 펄펄 뜬금없이 눈이 내렸다. "무슨 미련이 있어서 저 눈은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봄 벌판을 헤매는걸까? 봄꽃들 파랗게 질리겠네" 눈물이 핑 고인다. 오늘 친정엄마가 돌아가신지 딱 5개월 되는 날이다. 그래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아버지도 어머니 생각을 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막내동생의 전화가 참 우울하게 했다. "누나~나 서울로 발령났어~4월3일부터~아버지좀 잘 부탁해 더 좋은 부서로 가는거야~걱정하지마" 내 자랑스런 막내 남동생이 서울로 간다는 소식~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섭섭함에 가슴이 찡~하다. 자꾸만 눈물이 솟는다. 엄마가 계시다면 좋아하실 소식인데 엄마가 계시지 않으니 홀로계시는 아버지가 더 목에 걸린다. 눈발이 점점 더 거세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언니와 자판기 커피를 빼들고 창밖을 내다보며 3월의 눈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가 으슬으슬 춥고 아프다. 몸살이 나려다 보다. "나 남편과 헤어지고 정말 나한테 잘하는 사람 만나 살아보고 싶어" 언니가 말했다. "에이 언니~이제서 어떻게 길들여 살려고" "길 들여진 사람 없을까" "잘 길들여 졌다고 해도 맞을까? 서로 경향이 달라서~" 느닷없이 그것도 오십을 넘긴 언니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니 언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두 아들이 있는데.... "사람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것 참 힘든거야~생각해 봐~ 내게 이런말을 하더라~등에다 남자 구한다고 써 붙이고 일년을 다녀도 누가 쳐다볼줄 아느냐고~참~본때를 보여줘야 할까봐" "아니 어떻게 남편입에서 그런말을 해~ 요즘 남자는 나이들어서 살기 어려운 세상인걸 모르나" "그래서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늘어나나봐~젊어서는 경제력도 그렇고 그냥저냥 견디다가 늙어서 보자고~정년퇴직하면 위자료 받고 이혼해서 편하게 노후를 산다잖아" "에이 그래도 언니 그건 너무 잔인해~남자들 젊어서 가정도 아내도 자식도 몰라라 하고 일하는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그러는건데~" 난 왠지 그말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봐 ~나이 들어서 애잔한 마음으로 등긁어주는 맛으로 산다잖니 그런데 내 남편은 도통 살가운 구석이라곤 없고 모든게 자기 위주고~30년 참고 살았음 되는거 아닌가!" "헤어지려면 진작 헤어졌어야 언니도 새로운 사람과 의견 나누며 살지 지금 새로운 사람 왠지 어색하기만 하고 그럴것 같아~ 그냥 언니가 마음을 돌려봐~그를 좀 애잔하게 생각하고 그래도 언니 가정생활에 무리없도록 경제활동을 했으니~" "남들은 호강스러워 그런 생각한다고 하겠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아버지와 남편이야 책임감 없는 아버지만나 초년 고생하고,그런 아버지와 정반대인 사람 만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언니에게 참 많은 것이 쌓였다. 단 한번도 따뜻한 말을 들어본적 없고 몸이 아파도 이마한번 만져본적 없고 무슨 때가 되어도 단둘이 식사한번 해본적 없고 그냥 남처럼 무덤덤히 사는 부부 정 좋은 남남끼리라도 서로 걱정하고 챙겨주고 마음나누고 사는 경우도 많은데 서로 소 닭 보듯 하고 사는 부부 그들을 헤어지지 말고 살라고~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걸까? 아니면 그냥 헤어지고 말라고 하는것이 옳은걸까? "여행가고 싶다~대천 바다라도 보고오고싶다~가슴이 터질 것 같아" "언니~우리 오늘 그냥 튀어볼까?" 하고는 하하 웃었다. 금세 눈이 그치고 햇살 한자락이 목련나무를 휘감는다. 살폿 하얀니를 내민 목련이 오돌오돌 떤다. "언니~우리 미래 예측할 수 없는거야 금방 눈내리더니 저기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오잖아 언니에게는 누구보다 자랑스런 아들이 있잖아 그 의사 아들~그 아들이 햇살이 될거야" "그럴까?" 힘없이 어꺠가 처진 언니 오십넘은 여자의 얼굴에 눈발같은 시린 바람이 스친다. 참 애잔하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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