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촌장과 시골아낙

내 주위로 아이들이래야 윗동서의 아들인 현준이 막내시누네의 지미, 그리고 아낙의 남매..
이제는 다른 아이들은 훌쩍 커 버려 방학이라고 시골할머니댁을 찾아 오지도 않는다.
그나마 우리 아이들이 여기에서 자라고 있으니 조카들은 많게는 보름, 적게는 일주일씩 머물다가 가곤 한다.
 
올해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내려와서 얼마나 떠들고 재잘되는지...
지네 엄마들은 우리 아이들 밥을 먹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여기 내려오면
된장하고 김치만으로도 밥 한공기는 뚝딱...
밤 10시정도가 되면 어김없이" 외숙모,엄마,작은엄마"하고 아낙방으로 찾아들어와서는 
배 고프다고 아양을 떨어댄다.
까불고 노니 배가 고프기도하겠다 싶어 일어나 부엌에 나가서 국수를 삶아 먹인다.
그 밤에 멸치국물에 김치만 얹어 주워도 한 그릇씩 뚝딱 먹고는 또 떠들고 논다.
아파트에 살때 얼마나 아이들에게 발을 들고 다니라고 말을 하였든지 우리 아이들
여기와서도 땅을 디딜때도 발뒤꿈치를 들고 다녀서 나는 참 많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았겠구나 생각이되어 여기와서는 아이들이 크게 다치지 않는한은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하고 놀게 한다.
 
오늘도 까불고 놀다가 밖을 쳐다본 녀석이 있었든지."야 눈온다"하는 함성이 들리더니
이 밤에 우르르 뛰어 나간다.
진짜로 첫눈다운 첫눈이 이 밤에 소복이 내려 앉아있다.
'언제 내렸길래 이렇게 쌓여있지' 하면서 밖을 나가니 눈은 예쁘게도 내리고 있다.
추워서 얼른 들어오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벌써부터 눈싸움 태세다.
창고에서 큰 나무상자를 가지고와서는 상대팀을 만들어서 눈싸움이 한창이다.
바가지를 든 녀석. 세수대야에 눈을 퍼 담는 녀석, 눈을 굴리는 녀석 등....
언제 저 아이들이 또 저렇게 하고 놀까 싶어 카메라를 눌러댄다.
언제나 공부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이럴 때 만이라도 마음껏 지네들끼리의 추억을 만들라고 우리부부는 배려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온 천지가 하얀 세상이다.
아이들은 또 다시 눈사람도 만들고 그 옆에서 어른들은 눈이 녹으면 땅이 질퍽거린다고 눈을 치우고...
아이들은 연신 옷과 신발이 젖어 운동화는 할머니 가마솥위에 말려두고 옷들은 모두다 세탁기에 직행...
'아이구 세탁기는 만원이고...집안은 온통 물이 뚝뚝 떨어저 엉망이고 아낙 할일만 태산이네....그래도 어쩌랴 ...어쩌다 오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조카들 손님...
가는날까지 '외숙모'작은어머니'소리를 들을려면 이 정도는 웃고 넘겨야지....
아이들이 잊고 살았던 내 어린날의 아스라한 추억들을 예쁘게 일깨워주고 있는데....

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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