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촌장과 시골아낙

아낙도 여자이라 좋은것 편한것 알기에 여기에 살면서 ......
여자이니까 아내이니까,어머니이까,며느리이니까...................
이런 종속적인것에 얽매여 나를 포기하고 살았다고 여기면 옳을것 같다.
 
봄볕이 이쁜날.....
아낙도 어디론가 팡 하고 튀어나가고 싶은 날이 왜 없었겠는가?
시어른들이 바라보고있는 며느리상................
두 노인네에게 그저 잘하고 고분고분 말 잘듣고 우리 아들 맘 상하지않게
살림잘하여 주길 바라고...동네에 소문나지않을 일 하고.....................
울 남편이 바라보는 좋은 아내상..............
울 부모님께 잘하고 내 혼자 할 수없는 일이니 나를 잘 도와주면 좋겠고
그리고 살림잘하고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는 좋은 어머니상.....................
울 엄마가 항상 방긋방긋 웃으면서 가정을 화목하게 가꾸어 주는것일게고............
 
아!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머리가 많이 길어 보였다.
미장원에 가려고하니 별루 마음이 내키지 않아 그냥 두려니 남편이 머리를 잘라
준다고 가위를 준비한다.
아이들 머리를 가끔 잘라 주기에 그냥 나도 내 머리를 한 번 남편에게 맡겼다.
20대의 팡팡 튀는 아름다움도 없는 중년의 여자가 그것도 미용사 자격증도 없는
남자에게 머리를 맡기는 꼴이라니.........
그냥 이런 모든 삶의 거부감으로 나는 어떻게 만들든지 알아서 하라고
머리를 그냥 맡겨버린것같다.
 
신문지를 깔아놓은 방바닥에 내 이 흐트러진 마음만큼이나 자란 머리카락이
싹뚝싹둑 잘러서 떨어지는 소리가 쿵쿵하고 내 마음을 울리는것같다.
그래도 방바닥으로 바로 떨어지않고 내 육신의 한 자락에 한 가닥
남기고싶은 그 무엇이 있어서인지 온 몸에 붙어서 내 몸을 할퀴고 지나간다.
할퀴어진 그 육신은 아픔을 호소하건만 나는 그냥 눈만 감고 남편의 무지막지한
가위손에 내 모든것을 맡기고있었다.
 
그래도 남편은 아내의 머리를 이쁘게 할 요량으로 갖은 재주를 부리는 모습이 눈 앞에 
어련거린다.
다 잘랐는지 내 육신을 기웃거리던 그 하나의 머리카락까지 털어내리는 손길...
눈을 떴다.
허접한 마음만큼 자라있던 머리는 어디로 가고 거기 10년은 더 젊어보이는 여자가
앉아있다.
비록 머리 자르는데에는 프로라는 사람들보다 깔끔함은 덜 하지만 그래도 불혹의 
여자가 나다닐때 남들이 쳐다보지않을 정도의 실력이다.
 
남편은 눈으로 물어본다.
'어떻느냐고'..................
'그냥 그런대로 괜찮네'라고 답해주고...............
아이들도 지 아빠 머리 자르는 솜씨는 예술이라고 칭찬하고....
나는 그냥 마음이 허하고 그냥 잘 못깎으면 머리를 밀어버릴까하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머리를 밀지말라고 그런대로 아낙 모습이 나왔다.
며칠전에는 아낙의 40년된 치아를 스켈링해주고(뾰족한 칼로 정말 정성들여서 스켈링해주었음...치과의는 마스크쓰고 스켈링하지만 울 남편은 마스크도 쓰지않고 세심하게
안까지 살펴서 스켈링해주었는데 상태가 아주 좋음)오늘은 아낙의 머리를 잘라준 남편
참 잘하여 주어야하는데 맺힌게 많아서 그런가 왜이리 마음이 어수선할까???????

ㅈ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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