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촌장과 시골아낙

우리집에는 하루도 거르지않고 밤 10시가되면 전화벨이 울린다. 어른들 주문시는 시간이라 두어번 울리고는 끊어진다. 발신자전화번호에 남겨진 메세지는 <훈남아들>ㅎㅎ 딸아이는 공주.. 아들내미는 왕자로 군림하드니 어느날 부터 바뀌어진 닉네임 <훈남아들> <그래 왕자보다는 훈남아들이 더 에미에게는 낫다>라고 말하여주었다. 두 녀석 모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외지로 나가다보니 기숙사생활을 한다. 딸아이는 이젠 고 3이 올라가니 전화도 뜸하다...아니다..에미인 내가 주로 하게 된다. 고2 올라가는 아들녀석은 이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오늘날까지 토,일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않았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우리들을 보고 자라 그런지 별 이야기거리도 없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안부에서 제부모 안부까지..그리고는 모두 안녕히 주무시라고.. 그 훈남아들이 중년의 길목에서 마음 휑한 이 에미를 펑펑 울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시골에서 며느리로 산다는것은 나 자신 모두를 내어 놓아야만 살아갈 수있다. 그러지 못하고 나를 찾을려고 하다보면 가족과의 부딪힘도 생기고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 에미를 묵묵히 보아온 우리 아이들.. 지네들이 어릴때는 엄마가 무조건 필요하였지만 이젠 머리가 굵어지는 사춘기가 되다보니 에미를 많이 이해하려 든다. 며칠 전.. 아들녀석이 오는 토요일..(아들 오는 날이 아낙의 생일과 맞아 떨어짐) 한참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슬며시 <엄마> 하면서 뭔가를 손에 쥐어 준다. <아..내가 언제 이런 편지지를 받아 보았든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실로 너무나도 오랬만에 받아보는 편지글.. 하얀백지가 아닌 사춘기때 남학생에게나 받아보든 그런 형형색색의 편지지.. 그것도 한장이 아닌 여러장의 아들의 마음이 담긴 이쁜 편지무더기.. 순간.. 아무런 말도 나오지않고 가스렌지위의 찌개끓이는 소리만이 부엌을 들썩거린다. 어서 가스불을 끄고 식탁에 앉아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여사 생신 23일전>으로 시작되는 편지는 어머니의 45회생신선물을 뭘로 할까하고 고민하다가 하루하루 일상을 담은 편지를 쓰고자하는 장기프로제트를 구상하였다로 시작되는 편지는.. 하루하루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들의 일상과 그리고 공부를 왜 잘하여야는지의 깨달음..부모를 염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였다. 편지내용 중간중간에는 친구들의 응원의 메세지도 담아 두었다. <어머님 건강하시라는 글귀에서 부터 아들 잘 두었다는> 내용까지.. 저녁때가되어 몇 장 읽다가 접어두고 얼른 저녁을 준비하여 모두 먹고 설거지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나는 아들이 건네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여사 생신 23일전>에서 시작된 편지는 .. 중간중간 웃음이 묻어나기도 눈가가 잠깐 젖기도하는 아들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어무이 생신 축하드려요>라는 신문글귀를 오려 붙인 마지막 장에서는 나는 목 놓아 울고 말았다. 내 귀농 8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아온 아들은 에미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남편보다도 더.. 그리고는 공부하는 시간속에서 잠자기 5분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쓴 이 편지가 때론 힘들다고 느껴질때가 있었지만 이 글을 보고 웃음짓고 힘 낼 엄마을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나더라는 글귀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리라는 다짐까지..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뭉클함이 목을 넘어 통곡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아들이 건네준 편지를 가슴에 품고는 울고 있었다. 편지를 모두 읽고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아들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정말 고맙다고..에미 마음을 알아주어서..그리고 착하게 자라주어서.. 엄마는 많이 행복하다라고..> 이 못난 에미가 어디가서 이런 훈남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받을 수있을까라고.. 시간이 조금 지나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 ..동생이 그러는데 엄마가 저렇게 울면서까지 감동 받으실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덧글(14) \| 트랙백걸기 \| 추천하기	신고하기 이 게시물을..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