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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멈춘 시선 민경애 첫번째 사진이야기 10월21일 -27일까지 작가의 말 창문 너머의 햇살과 어둠 그리고 크고 작은 불빛들이 나의 작은 유치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자연의 신비로운 유혹에 이끌려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 봅니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그러했듯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순수한 눈으로 창문에 펼쳐진 신비롭고 놀라운 풍경을 한 컷 한 컷 담아봅니다. 자연만이 내어 줄 수 있는 강렬하고도 서정적인 영상, (중략) 뼈속 시리도록 차가운 서릿발에도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그것은 가장 황홀한 시간이자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시선이 머룰렀던 나의 창, 그리고 나의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그 황홀한 순간들을 살며시 꺼내봅니다. 나의 창가에서 민경애 가을이 깊어가는 날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낙엽이 지고 있구나...가을이 깊어가고 있구나..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가 가을같은 전시회를 만났다 창문에 멈춘 시선...사진전이었다. 한바퀴 돌아보았다. 참 특이한 발상이었다. 내생에 비친 그림은 어떤 것일까.. 이렇게 물방울진 가슴에 선명히 드러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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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21분 컴퓨터 시계가 선명하다. 아파트 현관문 밖으로 조간신문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를 싣고 조간신문은 어둠속에 척 ~소리를 내며 우리집 현관 문앞에 떨어진다. 남편이 출근하며 집안으로 들여놓기 전까지는 어둠속에서 세상이야기는 잠들어 있을것이다. 이 새벽까지 나를 잠과 격리시킨건 약간의 두통 그리고 복통 어지럼증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책 한권이다. 그러니까 어제 19일 아침 10월1일 손 수술후 매일 남편이 머리를 감겨주고 세수를 시켜주었다. 할머니 제사에 내려왔던 작은 아들이 두어번 머리를 감겨주었다. 어제아침은 그런대로 내가 할만해서 "할 수 있겠어?"라고 걱정하는 남편에게 "걱정마..할 수 있어"라고 대답했다. 미심쩍게 출근하는 남편을 보내고 머리를 감으러 들어갔는데 눈앞이 노래지도록 현기증이 일었다. 아..이렇게 쓰러져 죽는 거구나..아득하게 수돗물 소리가 들렸다. 저녁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우리집에 아무도 오지 않을텐데.. 우리집 문 비밀번호를 아는 큰아들내외 작은아들내외 그리고 아랫집 동생내외도 올 리 없는데... 불안감이 나를 일으켰다. 현기증을 잠재우는데는 좀 시간이 걸렸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어질거리며 나와 간단히 얼굴을 만지고 출근했다. 출근길에 우체국에 들러 시누이와 몇면 사람에게 빠른 등기를 부치고 운전하며 가는데 영 머리가 개운치 않았다. 하루종일.. 참 ...사람의 무한 능력은 두시간 생방송을 하게 했고 퇴근후 문학동인회 모임을 하게했다. 문학동인지 19집을 내야한다는 회의와... 그러고 보니 우리문학모임도 20년이 되었다. 20년...참 오랜세월이 흘렀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 눕고 말았다. 그러며 자꾸 빨간 표지의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님의 책이 눈길을 잡았다.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온 남편은 내게 청심환을 먹였다. 그리고 두통약을 먹였다. "엄마..제가 간호를 해보니까요..극심한 통증에 시달려도 이겨내는 사람은 우선 주변에서 아픈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요..자기의지가 강한 사람이더라고요. 엄마는 엄마 아픔에 오버하는 아버지가 계시니...괜찮을거예요" 라던 작은 아들 말이 생각났다. 그랬다. 내가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어디서 났는지 어떤 약이든 먹이는 사람이고 꼭 병원을 데리고 가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병원 가야하지 않겠어?" 걱정스레 말하는 남편에게 "얼른 자" 좀 짜증스레 말하고 말았다. 아무말 없던 남편은 곧 잠이 들었다. 싫었다.여기저기 통증의 신호를 보내는 내몸이.. 짐이 되는 것 같은 부담감이...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면서 책을 들었다. 못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님의 사인이 든 책 며칠 전 큰 며느리에게 이책을 사줄 것을 부탁했다. 컴퓨터를 다루며 블로그나 카페활동을 할 줄 알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은 해보지않았다. 아니 폰뱅킹이나 인터넷 뱅킹은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다. 훨씬 쉽다고 하는데 폰뱅킹을 하려고 무슨 번호인가 열심히 찍다 틀리고 해서 그만두었다. 꼭 은행에 가서 돈을 부치곤한다. 서점에 가서 내가 사면 되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이렇게 며느리 손을 빌린다. 기꺼이 네에...하면서 들어주는 며느리가 고맙다. 이책을 세시까지 절반을 읽었다. 자야지 자야지 하면서도 계속 읽혔다. 실은 요즘 노안이 와서 책읽기가 불편하다. 조금만 책을 봐도 눈이 아프고 눈물이 나고 잠이오고.. 그런데 이책은 뻑뻑한 눈을 비비며 읽어도 자꾸 읽힌다. 결국 새벽 신문소리까지 듣게 했고 나를 컴퓨터에 앉혔다. 둘이 사는 집.. 하나는 깊이 잠들어 있고.. 하나는 이렇게 새벽 길을 서성이고 있다. 서재 밖으로 보이는 까만 길에 지나는 자동차도 뜸하다. 건너편 아파트 몇 곳에 불이 켜져있다. 아마 수험생이 있는 집이던가..아니면 누군가 이시간까지 안왔던가 그도 아니면 새벽일을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났던가 그도 아니면 나처럼 이 새벽 낯선 길을 불면으로 서성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에 든 빨간 책갈피줄을 끼워둔다. 이책을 다 읽다가는 나는 오늘하루도 두통에 시달릴 것이다. 어찌하든 잠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 생방송도 해낼 수 있다. 머릿속 엉긴 생각들을 걷어내고 깊이 잠들어보고 싶다. 새벽 3시 50분... 초침이 건너가는 시간을 가로질러 몇시간쯤 시간을 잊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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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르기 전 곶감 깎아널어 놓은 곶감이 가을햇살에 달콤한 맛이 들어간다. 곶감만 보면 큰 시누이 생각이 난다. 어찌나 곶감을 좋아하는지 지난번 어머님 제사에도 와서 곶감 몇개를 후딱 먹는다. 그래서 또 깎아널은 곶감 익어가고 있어서 나혼자 먹기 아까워 오늘아침 5개를 상자에 넣어 우체국에 가서 빠른 등기로 부쳤다. 우편물을 받고 행복해 하기를 바라면서... 남편 바로 아래 동생인 큰 시누이 나보다 세살이 위인데도 처음 만난 날부터 깍듯이 언니대우를 한다. 무엇이든 주고 싶어하고... 그 시누이가 이런말을 했었다. "언니 울 오빠랑 사느라고 힘들죠..처녀적에 오빠랑 함께 산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성질이 불인지 결혼 할 사람 나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려고 했어요" "아뇨...전혀.." 그래도 시누이는 내가 참고 사는걸로 믿고 있었다. 시누이는 딸이라는 이유로 참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위로 아들을 낳고 딸을 낳았는데도 시할머니는 펄펄 뛰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딸을 낳았다고 3일도 몸조리 못하고 나가서 일을 하셔야 했다고 하셨다. 그러니 얼마나 위 오빠와 차별대우를 받았을까. 남편은 할머니의 애지중지하는 손자였고 시누이는 정말 할머니 눈에 가시같은 손녀였다. 밑으로 남동생을 넷이나 보았는데도 시누이는 늘 서러웠다. 그것때문에 시어머님 가슴이 늘 아프셨다고 한다. 그런 시누이가 결혼을 했는데 정말 너무도 선한 남편을 만났다. 살아온 서러운 세월을 다 안아주는 분이다. 그런데 아기가 생기질 않았다. 동생들은 결혼만 하면 아기를 쑥쑥 낳는데 큰 시누이는 영 생기질 않았다. 결국 시누이 몸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나와 함께 대학병원에 다니며 검사를 하고 ...하면서 시누이는 절망의 눈물을 흘렸었다. 그런 시누이가 종교생활을 착실히 했고 그러면서도 부부가 아름답게 살아 결혼 17년만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기를 가질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시누이가 아기를 가진것이다. 그 아기를 낳던 날 우리 온 가족은 축제였다. 제왕절개를 한 의사 선생님 조차 이런일이..라고 의아해 하셨을정도니.. 그 아들이 고등학교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그 아들로 해서 시누이는 새인생을 얻었고 감사와 기도로 살아가고 있다. 시누이는 참 어질고 아름답다. 마음이 더 아름답다. 무엇이든 주고 싶은 시누이다. 그 시누이에게 가을을 부쳤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곶감이지만 가을이 물든 곶감을 받고 즐거워 할 시누이를 생각하며 가을을 동봉했다.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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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 은총이와 철인 3종경기 ‘아빠의 도전’ 시사매거진 2580을 보고 10월 17일 오후 10시 45분 방송되는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은총이 아빠의 눈물 나는 도전기를 그렸다. 8년 전 스터지웨버 플리펠트웨노우네이웨버 오타모반 뇌병변장애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은총이는 2003년 태어났을 당시엔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은총이는 생후 3개월부터 심한 경기와 발작을 일으켰고 결국 좌뇌 절제 수술을 받았다. 얼굴엔 검붉은 혈관종이 뒤덮여 있고 녹내장으로 한 쪽 눈은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말도 할 수 없고 걸음걸이도 불편하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던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은총이 부모는 큰 빚을 지게 됐고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는 직장도 잃게 돼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부부는 처음엔 자책도 하고 좌절도 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괴물이다” “사람이 아니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살아온 8년 마음고생이 컸지만 두 부부는 지금 은총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은총이 아버지는 최근 아들을 위해 특별한 도전을 준비했다. 10월 16일 아들 은총이와 함께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는 은총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뛰고 휠체어를 매단 채 자전거 페달을 밟고 은총이가 탄 고무보트를 끌면서 수영을 해야 하기에 주위에선 무모하다며 말렸다. 하지만 은총아빠는 보통 사람도 하기 힘든 철인 3종 경기를 결국 은총이 아빠는 해내고 말았다. ----------------------------------------------------------------------------------------------- 은총아빠... 참으로 위대한 가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슴 서늘한 가을 저녁이었습니다. 남편과 둘이 시사매거진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남편은 말을 하지못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절망이라고 더이상 일어설 기력이 없다고 절망하던 그날들.. 그러며 일어섰습니다. 작은아들이 태어나서 28일만에 급성골수염이 걸렸습니다. 엄마 손가락 보다 가는 다리뼈를 가르고 수술을 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아기의 가슴을 두드리며 밤을 샌 아빠는 밤새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부어있었습니다. 그후 아이는 13년간 여덟번의 수술을 하며 죽음과 싸웠습니다. 은총이 엄마가 하던 말이 가슴을 찔렀습니다. 자꾸 우리아이를 보고 혀를 차요..아이들이 보고 괴물이다 하고 도망가요. 그말이 얼마나 은총엄마를 힘들게 했을지 압니다. 우리아이가 양다리에 보조기를 차고 뒤뚱거릴때 사람들은 길가다 돌아보고 혀를 찼고 왜그러느냐고 수천번도 더 물었습니다. 통기브스를 하고 병원에 오르내리고 안아주지도 업어주지도 못하며 아이를 길렀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간간 절망하고 있을때 아이아빠는 등을 두드렸습니다. 은총아빠처럼 말했습니다. 의학이 발전할테니 절망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아들이 세살때 두번째 수술할 때 저는 그냥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18살까지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득한 세월이 가위눌려 그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다닐때도 학교 담벼락에서 아이를 기다릴때도 입술을 물어야 했습니다. 아이 소풍날도 운동회날도 울어야 했습니다. 뒤뚱거리며 달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운동장 가득한 사람들은 웃었고 유일하게 엄마만 울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아이는 끝까지 달렸습니다. 통기브스한 아이를 업고 독립기념관으로 해수욕장으로 다녔던 아이아빠가 있었기에 단풍구경을 하러 다닌 그 가을이 있었기에 그 아이는 열 여덟살을 넘기고 스물아홉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당한 남자 간호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간호하고 있습니다. 아..지난 세월의 상처가 기억나고 은총아빠가 자랑스러워 우리부부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은총아빠가 3종경기를 마치자 둘이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아이는 모습이 좀 다를 뿐이지 엄마아빠에게는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이쁜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달린 은총아빠..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망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은총아빠의 도전을 보고 희망을 찾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자식이 아픈것을 보아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대신해줄 수 없을 때 절망합니다. 은총이 엄마 아빠는 은총이 에게 무한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총이를 감사하게 고맙게 기르고 있습니다. 은총이 아빠는 누구보다도 위대했습니다. 은총엄마는 누구보다도 위대한 엄마였습니다. 은총엄마에게 은총아빠에게 눈물의 박수를 보내는 우리가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만들어낸 은총이 엄마 아빠 그리고 은총이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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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가로수들이 마른 잎새를 흔들며 늦가을의 끝자락을 떨구어내고 있었다. 도시의 고층 건물 위로 회색 먹구름이 무겁게 내려앉더니 금세 눈이라도 뿌릴 듯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재호 씨는 강의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에 도착했다. 점심을 거른 탓에 시장기를 느낀 재호 씨는 간단하게 요기를 할 생각으로 토스트를 파는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아주머니, 토스트하고 우유 좀 주세요." "네네." 아주머니가 버터를 두른 철판 위에 야채를 섞은 계란을 두르고 금세 노랗게 익혀냈다. 아주머니는 구운 식빵 위에 금방부친 계란을 올리고 살짝 접어 재호 씨에게 건네주었다. 토스트를 한 입에 베어 물던 재호 씨가 말했다. "눈이 오려나 봐요." "눈이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이지요." "아, 네에." 재호 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걸인인 듯 보이는 한 사내가 지하도 입구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푸석푸석하고 거무튀튀한 얼굴에 지저분하게 헝클어진 머리를 한 그를 슬금슬금 피하며 지나갔다. "아주머니, 토스트하고 우유 하나 더 주세요." 재호 씨가 말했다. "아유, 시장하셨나 봐요." 아주머니는 서둘러 토스트를 만들어 우유와 함께 건네주었다. 재호 씨는 그것을 들고 사내 앞으로 천천히 걸아갔다. 사내앞에 놓인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서 백 원짜리 동잔 하나가 흐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 아저씨, 이것 좀 드세요." "네, 고, 고맙습니다." 병색이 완연한 추레한 모습의 사내는 토스트와 우유를 받아들고는 잔뜩 웅크린 몸을 더 낮게 숙이며 인사했다. 재호 씨는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트스트 가게로 돌아왔다. 계산을 하고 가방을 챙긴 재호 씨가 막 돌아서려 할 때였다. 지하도 입구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나더니 재호 씨가 준 토스트와 우유를 들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그는 길 옆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네댓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보푸라기투성이의 낡은 검정색 외투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사내는 토스트와 우유를 여자아이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외투 깃을 올려주자 아이는 빙그레 웃었다. 언뜻 보아도 아버지와 딸 사이라는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재호 씨는 콧마루가 시큰해졌다. 재호 씨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아주머니, 토스트하고 우유 하나만 더 주시겠어요?" "네? 네에··· 그러세요." 아주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빠른 손놀림으로 토스트를 만들어 우유와 함께 건네주었다. 남루한 차림의 사내는 어느새 조금 전에 앉아 있던 지하도 입구로 돌아와 있었다. 재호 씨는 느린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저··· 아저씨, 이거 하나 더 드세요." "네? 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오랫동안 굶었는지 눈이 퀭한 사내는 땅바닥에 시선을 떨군채 급하게 토스트를 먹었다. 우유팩을 여는 사내의 나무껍질 같은 손이 가늘게 떨렸다. 잠시 후 사내를 뒤로하고 지하도 계단을 내려오던 재호 씨는 갑자기 가던 길을 되돌아 다시 하도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아까 그 여자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재호 씨가 다가가자 토스트를 먹고 있던 여자아이가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았다. "꼬마야, 네 이름이 뭐니?" "현정이요. 이현정." "그래, 현정이. 아저씨가 선물 하나 줄까?" 재호 씨가 여자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에 선물 상자 하나를 쥐어주었다. 여자아이는 상자를 열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예쁜인형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만 꿈뻑이던 여자아이의 입이 살며시 열리더니 이내 함박꽃 같은 미소가 번졌다. 그 인형은 재호 씨가 딸아이에게 주려고 사둔 것이었다. 재호 씨는 인형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보며 아빠의 생일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어린 딸을 떠올렸다. 그러나 딸은 이해할 것이다. 따뜻한 손길을 타인에게 건네는 아빠의 마음을... 출처 : 연탄길4(이철환 글) ***************************************** 작은 배려가 세상을 따뜻하게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베푼 선행이 받는사람보다 베푸는사람에게 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것.. 나 자신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2010. 10. 18. - 밝은태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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