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정자수다

아침에 꼭 우리 마당에 날아 와서 살구꽃 가장 가지가 얇은 끝트머리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참새가 한 사 십여마리 된다고 생각했다. 모이 한 번 주지 않고 눈 길 한 번 주지 않았는 데 꼭 아침 일찍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마당에서 논다.
 
요즘은 이 참새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더니 쥐만 잡는 줄 알았는 데
날아 다니는 참새들도 잡아서 갖고 놀고 그런다.
 
그 덕에 또 참새가 줄었다 했는 데. 이젠 방울만 하다고 방울새가 뒷담에서 후르륵 후르륵 탱자꽃잎을 따 먹고, 이 가지 저 가지에 홀짝 넘나드니 찔레꽃도 막 필려고 한다.
 
아침 뉴스에 쇠고기가 협상이 되었네. 뭐네 어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붕붕 뜬다.
그 소식을 들으니 문득  옆 동네 딱 세마리만 있는 옛날 외양간에서 지금도 짚을 사료로 주고 주인이 달구지를 매달아 도로 한 가운데를 정정당당하게 우마차를 끌고 다니는 그 황소가 생각난다.
 
오래되고 늙은 소의 주인도 이젠 칠순이 넘어가고, 귀밑머리도 눈썹도 간간히 밴 새치머리가 더 바람결에 휘날리면 영낙없이 옛 어른을 찍은 흑백사진이 생각난다. 그럼에도 우린 일부러 자꾸 찾아가고 안 보이면 외양간에 비끌어 맨 소라도 한 번 더 들여다 보고 싶은 집인데.
 
송아지를 한 마리 사서 그날 하필 난 마악 지나가는 길인데. 이 송아지 멋모르고 외양간을 반대로 난 논에 푹 빠져서 할아버지가 으이그 이 눔아..거긴 니가 왜 빠지냐? 왜 빠진 겨? 동네 개구쟁이한테 혼 내시는 거랑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쇠고기 수입을 하니 이젠 도축세도 뭐 세금도 내린다고 각종 정부의 시책은 공염불같고.
그냥 그 할아버지가 끄는 달구지에 실려서 흔들 흔들 타보는 그 느릿 느릿 구르는 바퀴의 느낌만 왜 자꾸 나를 근지럽게 하는 지 모르겠다.
 
사람 살자고 우리나라 살리자고 대표이사처럼 대통령도 미국에 가고 일본에 가고 디게 바쁜 오늘, 지금의 시대에 하릴없이 나도 이 쓰잘 데없는 느려 터진 애기는 왜 자꾸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애기다.
 
덧) 흐흐,,쇠고기는 비싸서 못 먹었는 데,,미국에서 온 소고기는 삼겹살보다 더 싸요...
   젠장 쌀농사도 오리도 닭도 모두 몸살이 나서 난리인디...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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