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촌장과 시골아낙

2005년 1월 5일 쌀쌀하지만 포근함이 묻어나는 날.
 
아이들과 목욕을하고 어른들은 마을회관에서 저녁을 드신다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국밥을 사 먹이고 실로 오랫만에 나는 한 끼의 식사를 하지않는다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우리 6식구 하루 세끼...
아버님의 상을 위시하여 아이들 남편 어머니...
어떨땐 한 끼의 상을 세 번도 차린다.
그런데 오늘은 한 끼를 벌었다.
꼴랑 밥 한 끼 하지않는데도 이런 자유로움이 느껴지다니...나도 참 힘들었나보다.
 
부엌은 쳐다보기도 싫어 그냥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어머님방에 군불을 지피고...한참 있으니 군불을 다 지핀 남편이 창고에서 사과를
가지고 와 앉아서 깎아 먹다가 그래도 부엌은 한 번 둘러 보아야겠기에 나가니 부엌에 불이 켜져있다.
'아니 어머니 식사를 안하시고 오셨나..'하면서 부엌문을 여니 우리 어머님 흠칫 놀라시며
급하게 틀니를 끼우고 계셨다.
나도 순간 못 볼것을 본 것 마냥 그냥 말을 얼버무리고는 문을 닫고 나왔다.
그 순간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않아야 어머님도 나도 서로 맘 편하다싶어 내 방으로 들어오니 얼굴색이 별로라 아이들이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는 우리 딸에게 다음에 할머니 방에 들어가면 부엌에서 틀니 씻는 할머니 문제 네가 할머니께 잘 말씀드려봐.. 그러면 할머니도 알아 들어실련지..
 
처음에 어머님과 같이 살면서 이런 문제로 어머님과 신경전을 참 많이도 벌인것같다.
어머님은 옛날 어머님 사신대로 아무렇지 않게 싱크대에서 틀니를 우리가 보는대도 씻어셨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기함을 하고...
처음에는 어머님이 어렵게만 느껴져서 그러시지 말라고 말씀도 못드렸다.
그냥 혼자 속 앓이를 하다가 하루 조용히 어머님과 차 한잔을 하면서 말씀드렸다.
"어머니..부엌은 우리 식구들이 식사를 해결하는곳이라 제일 위생적이여야 하는데
어머님이 틀니를 거기서 씻으시니 저희들이 보기가 조금 그러니 삼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세면대나 수돗가에서 씻기를 바라니.. "우리 어머님 대뜸 화를 내시며 하시는 말씀
 
"그게 그렇게 더러운 일이냐"하시며 바람을 일으키고 일어나서 나가신다.
그게 젊은며느리와 나이드신 시어머니와의 생각과 세대의 차이일까?????
나는 한 방 맞은 기분으로 며칠을 보내다 남편에게 말을 하였다.
어머니가 틀니를 부엌 싱크대에서 자꾸 씻으시는데 내가 한 번 말씀 드렸는데도 그러니까 당신이 아들이니 한 번 이야기 좀 잘해주라고...
울 남편 알았다고 하길래 그렇게 무던히 지나가다가..
그날도 밥을 먹고 있는데 울 어머님 우리 뒤에서 틀니를 씻고 있다가 우리 남편의 레이더망에 그 모습이 포착되었다.
남편은 나한테 들은 말도있고 자기 엄마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으니 대뜸 화 부터 낸다.
거기서 틀니를 씻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엄마는 부엌도 세면대도 모르냐고.... 아!..이 험악하고도 어찌할 줄모르는 분위기..
그 일로 또 며칠 우리집 분위기 좋지않았고..
그렇게 그렇게 어머님은 우리가 보지않으면 씻으시고 우리가 있으면 나가서 씻으시고..
그 일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진짜 그 때는 내가 얼마나 비쩍 말랐던가...
 
한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럭저럭 넘어가는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알고도 모른척 하면서 '그래 첨부터 이 집은 어머님 집이지' 내가 이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을 바꾸고 그냥 싱크대를 깨끗히 씻는걸루 넘어가고있는데..
오늘 또 정면으로 어머님과 부딪친것이다.
'그래 어머님도 나에대한 스트레스가 있겠지..서로서로 이해하자라고..'생각을 또 바꾸고,오늘 블로그에서 시어른들이 세월이 바뀌는만큼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어떤님의 글처럼 우리 어머님 아버님도 생각의 틀을 바꾸어 주시면 이 며느리가 들 힘들텐데 하면서
며느리가 약식을 좋아한다고 찹쌀을 사시는 어떤 시어머님을 존경하면서 나는 오늘도
나의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면서 하루의 일상을 내 손에서 맘에서 내려 놓는다.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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