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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열리는 나무
일렁이는 한 점 햇살에 소소한 일상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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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의 늙은 나무이고 싶다. 햇살과 바람이 머무르는 늙은 고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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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지난 4월 16일 여객선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온 생명들이 꿈을 꾸는 화창한 봄날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덮쳤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사고 소식에 집중되었다. 여객선은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태우고 푸른 바다를 가르고 두둥실 떠갔을 것이다. 안개로 인해 두 시간 정도 늦게 출발하긴 했어도 사고가 나기 전까진 그 누구도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지리란 상상도 못한 채 모두가 들 뜬 마음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모처럼 먼 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잠도 설쳤을 터다. 옷을 수선해 놓기도 하고 과자를 사다 가방 속에 챙겨 넣으면서 마음은 벌써 제주 그곳에서 뛰고 있었을 게다. 엄마에게 새 신발을 사달라고 어리광도 부렸을 거고, 숙소에서 입을 옷을 위해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을 거다. 그 날 만은 어려운 수학 공식을 풀지 않아도 되고 그 날 만은 성적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 그런 날...... 환갑을 맞은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제주도로 이주해서 새로운 생활을 해보겠다고 떠난 한 가족이, 이국의 고달픔을 잠시 접고 여행을 꿈꿔왔던 외국인들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겠다고 생활전선으로 나선 풋풋한 청년이, 각자의 사연은 달라도 그 여객선에 탑승했던 모든 사람들이 복잡한 일상을 털어내고 잠시 제주라는 섬으로 떠나기 위해 배를 탔을 것이다. 처음 가보는 이들도 많았을 그 바다. 그런데, 그런데 이 무슨 통탄할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진도에서 세월호가 침몰되기 전에는 팽목항이란 곳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곳이 조류가 심하고 바닷물이 혼탁하다는 것도 사고 후 알았다. 안산은 경기도에 있다는 것 쯤 알고 있었지만 단원고 라는 학교가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대다수 국민들이 그랬을 것이다. 선박 사고로 인해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면서 진도와 안산의 단원고는 세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온 나라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실종된 학생의 엄마들이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울고, 그 친구들이 울면 또 울고, 텔레비전에 뜨는 사연들을 보면서 울고, 신문을 훑어보다가 울고, 학생들이 문을 열려고 애를 쓰다 손가락 골절이 된 채 사망했다는 구절을 읽곤 엉엉 울고 이래 울고 저래 울고 온통 눈물이 마를 새 없이 운다. 며칠을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실종된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했고 또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 겉으로 표현을 하든 안하든 그 마음은 하나로 말이다. 희생자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안타깝겠지만 나이든 이들의 희생도 여전히 안타깝다. 누구나 큰일을 당하면 맨 처음에는 충격에 휩싸여 믿지 않으려 들고 분노하고 지치고 체념하며 들끓던 감정이 차분해지는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된다고 본다. 분노하는 가운데서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깃발 하날 가슴에 세워놓고 기다릴 때가 차라리 낫다고 본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수도 없이 많은 고난을 겪는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사별은 정말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영원한 멍 자국으로 남은자의 생애를 침식시킨다. 그래서 체념한 듯 유족들의 침울한 분위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쓰리게 한다.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조타키를 잡고 있다가 배와 함께 가라앉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네 나이 든 선장은 어찌하여 여객을 내팽개치고 본인의 목숨만 챙겼는지 국민들의 분노의 극점은 거기에 있다. 각자 맡은 바 책무를 떠날 때 거기엔 붕괴만이 있을 뿐이란 진실을 새삼 곱씹는다. 사고가 난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그렇게 한 마음으로 살아만 오라고 외쳤건만 바다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시커먼 물살만이 무서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무서운 침묵을 깨고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속속 답지하고 있는 구호물품들은 우리가, 이 사회가 아직도 인간성의 본질을 잃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4월 한 가운데서 우리 모두는 지금 바다에 표류하고 있다. 봄꽃들은 앞뒤 마당 가득히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시커멓던 나무들은 짙푸른 녹색 불을 켜들고 있지만 꽃과 나무가 아름답기보다 청승맞아 보이는 것은 마음속에 가라앉은 우울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간인, 경찰, 군인 등 수 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냉랭한 바닷물 속에서 밤낮으로 실종자들을 구조, 수색하느라 고생들을 하고 있다. 그중엔 젊은 군인도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나라가 온통 다 난리 통이다. 이런 와중에 진실과 다른 유언비어나 사기성 동영상을 띄우는 이들은 뭔가. 가뜩이나 심난스럽고 고통스러운 이 마당에 뭐 보태줄게 없나 고민해야 할 이 마당에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실로 밉다. 이제 살아만 달라고 기도하던 마음은 시신이라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노란 리본 물결들의 바람은 온전히 가족들에게 인계되길 바라는 물결로 변하고 있을 거다. 그만큼 사고가 난 시간은 멀어지고 있고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시인 바이런은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이면서 과거가 된 세월호 사건은 이제 우리가 다신 겪지 말아야 할 쓰라린 교재이다. 어서어서 총체적 난국을 서로의 가슴으로 보듬어 뭉크러진 사회를, 현실을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서 이 슬픔을 반면교사삼아 뚫어지고 헐어진 안전 구멍을 메꾸고 재건해서 어떡하든 다시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만큼 잘못된 점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따지되 앞으로의 안전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서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는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얘들아! 어이하여 너희들은 그다지 서둘러 이승을 떠나는가. 어이하여 가슴을 쪼개놓고도 그렇게 말없이 떠나는가. 못다 핀 꽃숭어리들이 이 찬란한 4월 한 복판을 가르며 우우우 몰려들 갔다. 아! 잔인한 4월이다. 정말로 참담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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