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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고 커튼을 다 내려놨는데 그래도 햇살은 그 틈을 비집고 방안을 환하게 비춘다. 손가락 굵기만큼의 햇살줄기엔 먼지알갱이들이 다다닥다다닥 붙어서 흘끔흘끔 나를 쳐다본다. 이래도 누워있을래?, 나를 나무라는 듯 머리 위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모른척 게으름을 피워본다. 토요일 아침 8시부터 10시, 이때가 내겐 가장 한가로운 시간이다. 큰 아이는 학교에 갔고, 밥상을 금새 치우지 않아도 겁나지 않는다, 이른 시간이라 누가 찾아올 사람이 없으므로, 오늘따라 작은 녀석도 혼자서 부산하게 움직이며 잘도 논다. 나도 이른 낮잠을 자보고픈 욕심에 눈을 감지만 이내 작은 녀석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는다. 녀석은 내 배 위에 털석 주저앉아 화들짝 놀라게 한다. 엄마, 잠 자지 말고 나랑 놀아달라는 뜻이렸다. 살짝 눈을 감아본다,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게..하지만 이내 녀석은 달려들어 아까보다 더 큰 힘으로 나를 눌러버린다. 스멀스멀 몸을 움직여본다. 창문을 활짝 열어 찬 공기를 초대한다, 무거웠던 눈 꺼풀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녀석이 재채기를 한다. 안그래도 콧물을 흘리는 녀석이다. 소아과에 가야하는데, 큰 아이를 기다려서 같이 가야한다, 두번 걸음 하지 않으려면. 걸레를 빨아 청소를 시작한다. 문이란 문은 죄 열고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를 내 쫒는다. 물기가 마르면 그 자리엔 늘 그렇듯 먼지란 놈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다. 구름낀 날 보면 우리집은 반들반들 윤이 나는데, 햇살이 비치면 영락없이 청소못하는 내 실력은 여실히 드러나고 만다. 조금 게으름을 피웠더니 갑자기 바빠졌다. 걸레질하고, 빨래 널고, 작은 녀석 씻기고, 설거지하고, 그러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작은녀석이 졸리다고 칭얼댄다. 품에 안기자 마자 잠이 든다. 그틈을 타 얼른 점심을 먹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언니, 나 영숙이..오늘 언니네 집에 가도 돼?" "응, 그래...갑자기 웬일이야?" "담주는 김장 때문에 안될거 같고, 오늘 애 아빠가 쉬거덩...여기서 출발하면 오후 5시 넘을거 같애." "응..그래..근데 뭘 대접하냐?""대접은 무슨...애 어린거 다 아는데..그냥 나가서 먹자 언니." "그래" 전화벨소리에 작은 녀석이 깨버렸다. 두 녀석을 데리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바람은 어느새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로 황금융단을 깔아놓았다. 걸을 때마다 은행잎이 폭신하게 느껴진다. 하루종일 집에 갇혀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작은 녀석은 신이 나나보다. 잘도 걷는다. 소아과에서 너무 지체가 되었다. 손님들은 오기로 약속이 되어있고 맘이 바빠 작은 녀석을 들쳐업고 부랴부랴 집으로 왔다. 아니나다를까 현관문 닫자마자 벨이 울린다. 근처에 왔단다. 수원이니까 뭐 차만 막히지 않으면 금방일테지.. 무엇부터 손대야할지 모르겠다,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헛점투성이다. 에휴... 처음 인천에 와서 알게 된 우리 여동생 또래의 동생이다. 그러고보니 한 6년만에 만나는거다. 결혼식에 가보고는 처음이다. 각자 사느라 바빠서 한 몇년은 연락도 못하고 지내다가 이제 작은녀석이 17개월 지나고 보니 내가 조금 여유가 생겨서 먼저 전화를 했었다. 다행히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다. 그 새 영숙이도 아들 둘을 낳아 큰 애가 다섯살, 작은 애가 세살이란다. 세월은 참 이리도 빨리 지나 뻔히 눈앞에 현재의 상황이 펼쳐지는데도 자꾸 도리질치게 만든다. 옛날 모습만 찾게 되고 말이다. 네 식구가 우리집에 들어섰다. 거실이 꽉 차는 느낌이다. 갑자기 시선 둘 곳이 마땅찮다.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싱크대로 가서 젖병을 씻는다. 아이들은 넷이서 오밀조밀 모여 장난감을 가지고 그새 어울려논다. 매일매일 만났던 아이들처럼 스스럼이 없다. 나만 어색해서인지 자꾸 말이 끊긴다. "집은 좁고 물건은 많고...정리가 안된다. 원체 내가 정리를 잘 못하기도 하지만.."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영숙이는 "언니, 기억나? 옛날에 언니가 나보고 좀 치우면서 살라고 했던말...요즘은 나도 청소 좀 하고 사는 편이야. " 이렇게 옛날을 회상한다. "나도 언니...좁은 평수에 살때는 정리가 안됐었는데, 지금은 장난감방 따로 있고 하니깐 편해..정리 안해도 티 안나고.." "몇평인데?" "38평이야 언니. 그냥 청소기만 휙 돌려" 달그락 달그락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심장 한가운데서 크게 크게 메아리쳐 울린다. 너저분하게 걸려있는 옷들이 눈에 거슬리고, 작은 방에 펼쳐놓은 빨래 건조대가 맘에 걸리고, 청소하지 않은 화장실이며, 가지런하지 않은 찬장 안의 그릇들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 등뒤에 꽂히는 시선들이 몸둘바를 모르게 한다. 안 쓴다고 세워둔 침대 매트리스하며, 따스하라고 깔아놓은 면패드 이불하며, 녀석들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외투들, 좁은 현관, 어느것하나 맘에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나 왜 이러지? 내가 변했나? 난 이런 느낌 안 생길것 같았는데, 나도 별 수 없구나. 약속 있다고 오지 말라고 할걸 괜히 오케이했나? 별별 생각들로 머리속이 복잡하다. 밖에 나가 돼지갈비를 먹었다. 우리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니 배가 부르다. 밖은 이미 깜깜해졌다. 영숙이네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그저 다 잊어주길...하면서. 다 가버렸는데도 맘은 왠지 발걸음을 더 무겁게만 한다. 집에 들어오니 저녁 7시 40분. 유난히 좁아보이는 집, 그 한켠에 서서 남편을 위해 저녁밥을 짓는다. 두 녀석은 피곤한 하루를 접고 꿈 속으로 빠져든다. 덕분에 내게는 잠깐의 여유가 생긴다. 간만에 컴퓨터를 켠다. 새 메일이 몇십통 쌓여있다. 보지도 않고 전체선택을 눌러 삭제를 하려는 찰나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남편이 보낸 메일이다. " 오랜만이야 내가 몇번이나 편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제야 답장을 하네. 매일매일 힘들고 괴로울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말한마디 따뜻하게 못하는 나네.... 힘들게 직장생활하며 아이들 돌보느라 더욱더 고단할텐데 너무 힘들면 그냥 그만 두고 집에서 살림했으면 좋으련만 언제든 상관없어 난 괜찮으니까 기분 좋은아침이 되길 다음에 또 편지할께 사랑해" 내 마음속에 1000평짜리 커다란 집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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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학교라는델 간 큰 아이, 일주일에 한번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다. 누구한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닌데 도시락 쌀 때마다 왜 그리도 반찬에 신경이 쓰이는지 원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그냥 녀석이 평상시 잘 먹는 반찬, 좋아하는 반찬을 담아주면 되는것을 내 욕심에 못이겨 모양에 신경을 쓰고, 재료에 신경을 쓰고, 이른 아침부터 생야단을 떨고서야 도시락이 준비된다. "찬아, 미안해...어제 엄마가 장을 못봐서 반찬이 별로네." "괜찮아요 엄마. 전 엄마가 싸주시는 게 세상에서 젤 맛있어요." "그래, 고마워...점심 맛있게 먹고 와!!" 그것이 무엇이든 엄마가 만들어 주는게 세상에서 젤 맛있다고 하는 기특한 녀석, 엄마의 기를 살려줄 줄 아는 애어른 같은 녀석... 나 어릴 떄 우리 엄마도 도시락 쌀 때 이렇게 신경을 썼었던가?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도시락 싸는 날은 아침 일찍부터 엄마가 주신 동전을 들고 집 근처 슈퍼를 뛰어갔다 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까만 윤이 잘잘 흐르던 콩장이며, 빨갛게 양념된 오징어채볶음이 작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채 아침마다 분주히 팔려나가고 있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200원만 내면 그런 반찬을 살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운이 좋은 날은 오뎅볶음(어묵볶음)이 반찬으로 등장했다. 집 근처에 오뎅공장이 큰게 있었는데 저녁 무렵에 가면 파치( 흠집이 나거나 해서 상품가치가 없는 오뎅들) 즉, 모양이 불량인 오뎅들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는데, 올망졸망 식구들이 많았던 우리에겐 요즘의 대형 할인마트 같은 그런 곳이었다. 보온 도시락은 상상도 못했었지...겨울엔 차가운 도시락을 3교시부터 교대로 난로위에 올려놓고 뎁혀 먹었던 기억들...김치를 반찬으로 싸 가지고 간 날은 흔들리는 가방안에서 김치국물이 흘러 교과서 언저리를 붉게 물들였던 기억...가방안에선 김치냄새 진동하고, 김치 국물이 하얀 밥에까지 침범을 했던 기억, 점심 시간이 되어 도시락 뚜껑을 열면 엄마가 언제 넣어두셨는지 노릇노릇한 계란 후라이가 한눈에 들어왔던 기억, 그래서 더없이 행복했던 점심시간의 기억들... 옛날 추억에 젖어 큰 아이 도시락 쌀 때 밥 위에 계란 후라이를 얹었더니 남편은 '요즘 애들이 그런걸 좋아하냐'며 살짝 타박을 준다. 가방을 메고 뛰어왔는지 녀석의 가방 속은 어지럽다. 도시락을 꺼내어본다. 어? 밥이 거의 그대로네? 밥을 안 먹었나? 녀석에게 물어본다. 아침부터 수선을 떨며 계란을 삶고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갈라서 간장조림을 해줬는데 그 반찬은 온데간데없고 밥은 그대로다. 녀석의 말인즉슨, 다른 분단에 앉은 친구가 그 반찬을 보더니 먹겠다고 다 집어갔단다. 그 아이는 김밥을 점심으로 준비해왔는데, 안된다고 했음에도 그 아이가 반찬을 모두 가지고 가서 자기는 밥을 못먹었단다. 입맛에 맞는 반찬이 없어졌으니 점심 도시락을 조금만 먹고 그대로 남겨온거다. 다른 한가지 반찬은 입에 맞질 않고... 그 얘길 듣고 어떻게나 화가 나던지... 반찬 집어갈 때 왜 큰 소리로 제지하지 못했느냐고 어느새 녀석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내 욕심그릇을 이기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입이 짧은 우리 아이를 탓해야지... 나 어릴 때도 교실에 그런 괴짜 아이들 한두명 있었지 않은가. 괴짜들에겐 영락없이 반찬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 크는건데, 니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느냐는 말로 아이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다. 금방 후회할 말을, 돌아서기가 무섭게 가슴 칠 행동을 하고 말았다. 찬아, 미안하다. 엄마는 왜 이렇게 엄마 입장만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잠자기 전에 녀석에게 화해의 말을 건넨다. "찬아, 아까 엄마가 화낸거 미안해...근데 엄마는 찬이가 조금 씩씩해졌으면 좋겠다. 물론 반찬은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야하지만, 친구가 반찬 집어가면 너도 친구 반찬 좀 달라고 말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 이해할 수 있어?" "그럼요 엄마...걱정마세요." 걱정말란다, 무엇을? 엄마로 살면서 욕심그릇은 점점 커지고 쓸데없는 걱정들도 아울러 늘어감을 느낀다. 아이 스스로 잘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걱정말란다...그래, 걱정 안해..그런데도 매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구나, 엄마는.. 아이 스스로 적응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커 갈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자꾸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이놈의 욕심그릇은 깨지지도 않는다.
욕심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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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OO구 하수처리장 정화장치 확장 및 교체작업으로 인하여 10월 26일~10월 28일까지 전지역이 단수되어 부득이 학교 급식을 실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9일은 정상 급식을 실시하오니 이점 양해바랍니다.. 이 동네에서만 6년째 살고 있지만, 3일내내 단수가 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몇 시간 혹은 하루정도 단수가 되었던 적은 있었지만... 물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쓰다가 이렇게 단수가 되면 비로소 물이 아쉽다. 아쉬운 마음에 미리부터 낡은 욕조를 닦고 큰 들통을 닦고 해서 물을 양껏 받아놓지만 하루동안 그 물을 다 쓸리 만무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단수가 된다고 하면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결국 받아놓은 물을 다 쓰지도 못하고 단수는 해제되고 만다. 그렇더라도 받아놓은 물 부터 써야하는데 세수할 때도 머리 감을 때도 샤워할 때도 새물을 펑펑 쓴다. 물이 콸콸 나오니 자연히 받아놓은 물도 펑펑 써버리고 찌끄러기 남게 되면 결국 욕조 마개를 열고 과감히 버려버리는 이런 낭비벽.... 이번엔 3일동안 단수라고 하니 큰 그릇 작은 그릇, 욕조에까지 물을 가득 받아두었다. 하필 올가을 들어 제일 날씨가 춥다고 하는 날이 가운데 끼어있었는데, 단수가 되다보니 보일러도 돌아가질 않고...보일러랑 단수랑은 별개인줄 알았더니 물이 나와야 그 물이 흘러들어가고 호스에 고여있던 물이 밀려나오고 이렇게 순환이 되면서 보일러가 작동되는데, 단수가 되면 압력이 낮아져 물이 돌지를 못하기 때문에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덕분에 차가운 방바닥에 두꺼운 이불을 깔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부부만 있을 때는 단수가 되어도 견디기 수월했는데, 이제 어린 아이들 둘을 키우다보니 이것저것 밀리는 일이 많아졌다. 작은 녀석은 하루에도 옷 두세벌 버리는 건 예사고, 큰 녀석도 초등학생 1학년이지만 여전히 저녁에 벗어놓은 옷을 보면 무릎이며 엉덩이, 소매끝이 새까맣다. 온갖 빨래들이 쌓이고, 집안에 먼지가 쌓여도 맘껏 걸레를 빨 수조차 없고, 반찬도 손이 많이 가는 건 피해야하고, 녀석들을 씻길때도 평소에 쓰던 물의 반만 떠서 씻기고, 쌀 씻을 때도 아주 최소한의 물만 떠서 씻고, 쌀 씻은 물 버리지 않고 받아두었다가 1차 설거지하고, 설거지 한 물 버리지 않고, 화장실 변기통에 버리고...발 씻은 물 버리지 않고 걸레 빨 때 한번 더 쓰고... 단수기간이 길어지니깐 아쉽고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알뜰하게 물을 쓰는 방법도 몸소 실천해볼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감사했던 건 불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단수가 되어 받아놓은 물은 차가운 날씨 덕에 그냥 사용하기가 사실 어려웠다. 불이 없었다면 별수없이 찬물에 세수하고 머리감고 발 씻고 해야했을텐데 불이 있어 찬물을 따스하게 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씻기려니 별 수 없었고, 어른인 나도 아침 일찍 혹은 밤 늦게 찬물에 세수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중 솥에 물을 반만 붓고 펄펄 끓인 후에 찬물과 중탕해서 미지근한 물에 세수하면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차가운 방바닥과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었던 몸이 스르르 풀리면서 피로까지 풀리던 그 느낌...그렇게 따스한 물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렇게 따스하게 만들 수 있는 불이 있어서 행복했던 3일이었다. 불까지 끊겼다면 어땠을까? "엄마, 이제 물 나와요..."" "그래...보일러 틀어줄께..." "와, 너무 따뜻해요 엄마." 녀석들도 말은 못했지만 오싹 오싹 몸을 움츠리면서 잠을 잤었나보다. 내복보다 도톰한 이불보다 그래도 역시 아랫목 따스한게 제일이지... 3일동안 밀린 빨래를 밤늦게 하면서 새삼 세탁기 안에서 빙빙 소용돌이 치는 물이 반가웠다. 맨발로 서 있어도 따스하게 바닥에서부터 전해지는 온기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상하수도 요금을 내면서 간사한 다짐을 해본다. 이제부턴 물 아껴써야지...
ㅎㅎ 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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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두해전에 동창회를 한번 소집한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그래도 어느정도 번듯하게 자기 생활 꾸려가고 있는 친구들은 동창회 한다고 하면 선뜻 참가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는 차마 참가를 못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단지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모임을 주최하고 보니 전화상으로 힘없이 대답하던 그 친구들은 그저 보여지는 모양새가 다를 뿐인 현실을 과감하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결국엔 모임에 참가를 하지 못하고 말았다. 다들 침묵 속엔 암시가 있었다. 그래도 여기 모임에 참가한 친구들은 제법 자기 생활엔 자신이 있는 친구들이구나라는.... 나도 그런 축에 속하는구나 하는... 나이 만큼 뛰어넘은 세월 속엔 우리가 학교때 평등하고 나란했던 관계의 끈들이 어느새 수직으로 늘어서서 우리 만남을 방해하고 있었다. 수직선이 되는 관계는 부담스럽고 무섭다. 나란한 관계가 수직으로 바뀌면 위에 선 사람들은 필경 나에게 부담으로 작용을 한다. 부탁하는 사람과 부탁 받는 사람처럼... 명령하는 사람과 명령에 움직여야 하는 사람의 관계처럼...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의 관계처럼... 그 수직의 관계속에서도 나란함이 주는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겉으로 보여지는 건 단지 요식행위에 불과한데도 그걸 과감히 뛰어넘지 못한다. 겉모습에 너무 연연하고 산다. 속 알맹이만이라도 나란하게 살고 싶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요...오후엔 풀린다지만... 건강에 유의하세요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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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건물에 세들어 살던 우리 회사, 새로 건물을 지어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1층은 세를 주고, 나머지 층은 우리가 썼다.. 3층짜리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옆에 누가 지나가면 꼭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고, 그러면서 자연히 걸음 속도가 맞춰지던 그 계단...순식간에 공간이동을 시켜주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면 말 건넬 틈도 없었을텐데...서로 뒤통수만 쳐다보고 말았을텐데... 그 계단 덕에 사람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 공간속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우리 남편,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한번쯤 집 떠나 타향살이 해보고픈 마음에 지방근무 신청했는데, 덜커덕 발령이 나버린거다. 그것도 하필 내가 근무하던 회사 바로 아래층으로... 사람의 인연이란.... 우리 남편, 나한테 자기 친구 소개팅 시켜준다고 만남을 주선했는데 그때 같이 만난 우리 남편의 친구 두명...사이좋게 등산을 하고 가끔 셋이 같이 모이기도 했었는데...나는 정작 모임의 주선자였던 남편과 결혼을 하고 다른 두 친구는 또 각각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친구가 결혼 후 집들이 한다기에 남편을 따라 그 집에 갔었다. 원체 이름을 기억 못하는 우리 남편 덕에 그 집에 가서야 우리 남편 친구의 아내가 내 입사동기인걸 알았다. 이보다 더 황당할 수는 없으니...덕분에 이름만 알던 그 입사동기와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 수다를 떨곤 한다. 참, 사람의 인연이란... 내 바로 아래 남동생, 어릴 때부터 배구를 했었다. 끝을 보진 못했지만 대학 다니는 동안까지 배구 선수로 활동을 했다. 시합 때마다 꼭 남동생을 응원하던 몇몇 팬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 여학생 팬, 남동생에게 끊임없이 펜레터란 걸 보내오고, 경기장을 찾아오고 하더니 결국에는 남동생이 군복무하던 양구 그 산아래까지 면회를 오곤했었다. 지금? 그 여학생 팬, 나의 올케가 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이름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다던 내 친구, 결국 개명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졌다. 아직도 그 이름이 낯설지만, 어쨌거나 개명하고 얼마 안 있어서 내친구, 연하남과 결혼에 성공했다. 순서를 바꿀 수는 없다며 형이 먼저 결혼하기 기다렸다가 조금 미루어서 결혼식을 올렸다. 형이 데려온 신부감...즉, 내 친구의 웃동서가 된 그녀... 여고시절 내내 함께 수다떨며 지낸 동창이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스치는 수많은 덧없는 만남 속에 이런 인연이 맺어지기란 참... 그런만큼 소중하게 가꾸어가야하는 것이 또한 인연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인연이란... 여기서 이렇게 글 쓰고 있는 내 모습도 예정엔 없던 일인데...이런 인연조차 감사한 아침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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