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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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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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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둘째는 이제 16개월인데 아직도 밤중 수유를 끊지 못하고 있다.
잘때 젖병을 물고 자는건 기본이요
새벽에도 5-6시 사이에 깨서 또 한번을 먹고 잔다.
이도 제법 많이 나서 충치도 걱정이 되고 아침이면 입냄새도 많이 나고
무엇보다도 자다가 깨서 먹이는것도 이젠 졸업하고 싶어서
어젯밤부터 끊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저녁을 든든히 먹이고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잘려고 누울때 보니 8시 59분이었다.
오후 낮잠을 안자서 저녁내 찡찡거리던 둘째가 이불을 펴니 좋아라 하면서 와서 뒹굴기
시작했다. 내가 안경을 벗고 지 형아도 와서 눕고 잠잘 분위기라는걸 알자
대뜸 " 맘마 맘마" 한다.
" 너 저녁 많이 먹어서 배 뚱뚱하잖아. 그냥 자. 맘마 없어."
이게 웬일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 맘마, 맘마"
불을 끄고 누워서 몇번을 맘마을 찾더니 잠들어버렸다.
 
문제는 새벽이었다.
밤늦게 남편이 들어와서 씻느라 소리도 들리고 불도 켜고 하니
잠이 꺠서는 또 맘마를 달라고 칭얼거린다.
처음엔 " 밤엔 코 잠만 자는거야. 자." 하면서 달랬다.
그래도 칭얼거려서 " 어허, 잠만 자는거라니까!" 하면서 돌아누웠더니
엉엉 울어댄다. 일어나 앉아서는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하더니
내가 반응이 없자 얼굴을 더듬어 찾더니 코를 잡아 비틀고 내가 이불을 뒤집어 쓰자
이불을 들추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더니 그래도 내가 안주니까
나중엔 내 얼굴을 들이 받는것이 아닌가.
갑자기 눈에 불이 번쩍하면서 코가 너무 아프고 잠이 확깼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도 찔끔났다.
다 씻고 나온 남편이 두 모자의 모습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차면서
' 그러게 그냥 주지 ' 한마디 하더니 침대로 들어간다.
코는 시큰거리지 남편은 남의 일 보듯 하지 애는 그래도 먹고 자겠다고 울지..
진짜 확 집나가고 싶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애를 토닥거리니 언제 젖달라고 울었냐는듯 다시 잠들었다.
새벽에 화장실 가서 보니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데 여전히 시큰거린다.
 
요새 둘째놈 힘이 얼마나 센지 도대체 감당이 안된다.
지맘대로 안되면 막 물어뜯고.
지난번엔 지 형아 배꼽을 물어뜯어서 큰애가 혼비백산을 했다.
나중에 보니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배꼽살이 살짝 벗겨졌다.
혼내도 지가 불리하면 달려들어서 물어댄다.
또 박치기는 얼마나 센지.
지 아빠도 몇번 당하고는 애 안을때마다 조심하는 눈치다.
그래도 다 참아지는건 가끔씩 난 녹이는 눈웃음과 이쁜 짓.
막 혼내다가도 입을 쭉 내밀고 뽀뽀하자고 달려 들면 너무 이뻐서 어쩔줄 모르겠다.
내가 둘째 이뻐하는게 너무 티가 난다고 엊그제 놀러온 후배는 한마디 하더만
그래도 이쁜걸 어쩌겠누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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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드디어 드디어, 10년만에 동기들을 만났다.
비가 억수로 내려서 고속도로가 밀리는 바람에 약속시간에 30분이나 지각을 했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중앙극장앞이 낯설어서 잠깐 당황했다.
대학때는 툭하면 나갔던 명동이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명동에서 
약속장소도 못찾아서 몇번 휴대전화를 하고서야 겨우 찾았다.
10년만에 보는 얼굴들.
대학때는 하루 종일 붙어다니고 밤이면 전화로 또 수다떨고 
떨어지면 못살것처럼 붙어다니던 우리 4인방이 모두 모인것이 10년 만이라니.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와는 계속 만나고 애들데리고 왔다갔다도 하고 그랬는데
아직 결혼을 안한 아가씨들은 왜그리 얼굴보기가 힘들던지.
 
이제 슬슬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두 처녀는
 세상의 괜찮은 남자들은 다 결혼을 했더라면서 안타까워했었고
이미 결혼을 할 두 아줌마는 
세상에 멋지고 유머있고 귀엽고 배안나온 남자들이 그렇게 많던데
 왜하나 못건지냐면서 안타까워했다.
시간 많은 두처녀는 요새 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애한테 묶인 두 아줌마는 애때문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반납한 비디오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런데(아웃백스테이크) 자주 와본 아가씨들은 이곳에서 괜찮은 메뉴와 
이런곳이 좋은점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우리 아줌마들은 광화문에서 연포탕 맛있게 하는집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누구나 자기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있는법.
아가씨들은
 일찍 결혼해서 애 다 낳고 키우고 어느정도 자리잡은 아줌마들을 부러워했고 
아줌마들은 
아직도 우아하게 솔로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아가씨들이 부러워서 배아파했다.
이렇듯 개인적 관심과 문화적 경험의 지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10년전 이야기와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면 열광했다.
12시에 만나서 배부르게 먹고 
그배가 다 꺼질무렵인 5시 30분까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서 줄기차게 수다를 떨었다.
두달후에 다시 만나자고 굳은 약속을 하고 헤어졌지만 글쎄.....
 
다들 대학교 1학년때의 풋풋함은 없어졌지만
나름대로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가씨는 아가씨들대로, 아줌마는 아줌마대로...
 
궁금했던 '그'의 근황은 아무도 몰랐다.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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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데모가 무지 심했다.
학생들이 연신 분신자살을 하고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사회의식이라고는 쥐뿔도 없었던 나는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데모를 하는 학교앞에 최루탄이 뿌옇게 쏘아지기전에 휴강한 학교를 빠져나와
영화나 보러가는 그런 애였다.
그날도 서울시내 학생들이 모두 서울역 광장에 모이는 집회가 있다고
아침부터 학교는 뒤숭숭했다.
친구들은 일찍 휴강한 학교를 빠져나갔는데 왠일인지 난 학교에 남아있었다.
수녀원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 집회를 한다는 서울역 명동 종로통이라서 
어찌 돌아갈 것인가를 잠시 고민하면서 동아리방을 빠져 나오다가 그를 만났다.
그때 과대표를 맡고 있었고 잠시 학생회일도 하고 있었던 
그애는 막 집회에 참석차 동아리방을 나서는 중이었다. 
3층 복도에서 마주친 그애가 뜬금없이 
' 같이 갈래?' 했는데
무슨 맘이었는지 '그래.'하고 따라 나섰다.
데모라고는 새학기에 등록금 인상 반대집회에 참석한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그애는 선봉대였다.
선봉대가 뭐냐면 집회행렬 맨앞에서 돌도 던지고 구호도 선창하고 이러는.....
교문에서 전경들과 딱 마주서서 구호를 선창하고 노래도 부르고 어깨동무도 하고..
그날은 위에서 지시가 있었는지 집회 한시간쯤 지나자 전경들이 길을 터 주었다.
행진을 하며 한강대교를 건너고 용산을 지나 서울역으로.
서울시내 대학생들의 반쯤은 다 모인듯했다.
거기까지 난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고 뭐라도 된듯 흥분해있었고 
그애는 집회운영하랴 나 챙기랴 왔다갔다 분주했다.
잠시후 남대문을 지나면서 집회는 거세졌다.
그때까지 멀찌감치서서 구경만 하던 전경들이 가까이 다가서기 시작했고 
최루탄이 날라와 눈물 콧물이 막 쏟아졌다.
잠시 집회행렬은 흩어졌고 난 골목구석에 몸을 숙이고 켁켁 거리면서 울었다.
정신 없는 사이에 그애와 헤어졌다.
최루탄이나 전경보다도 그애가 곁에 없다는게 너무 겁이 났다.
 
잠시 후 집회행렬이 다시 모이기 시작할 무렵 어디선가
그가 달려왔다.
" 이제부터 내 손 놓지마."
진짜 그때부터 집회끝날때까지 손을 꼭 잡아주었다.
코풀때빼고..
덕분에 집회선봉에서 구호도 외쳤고 
너무 앞에 섰기에 기자들에게 사진찍히면 어쩌나 걱정도 쪼금했다.
최루탄피해서 달아나는 법도 배우고 
실제로 집회가 끝나갈 무렵에 발밑으로 날라온 최루탄을 
피구하듯이 제자리에서 피하기까지 했다.
그애가 손을 잡아주어 두려운게 없었다. 그리고 따뜻했다.
집회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서로 빨개진 눈과 코를 보면서 웃어댔고
함께 마시던 소주는 그날따라 달았다.
 
기숙사로 돌아왔더니 오빠(지금의 남편)에게서 열통도 넘는 전화가 왔던 메모가
문앞에 꽂혀있었고 다음날 무진장 혼났다.
물론 그애얘기는 쏙 빼고 말안했지만 범생이었던 오빠는 내가 무슨 불순사상과 접해서 애가 좀 이상해진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애와 다음에도 학교에서 자주 마주쳤지만 이미 내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고 있던 까닭에 서로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지냈다.
 
그해 여름 군대가기 전에 여행을 한다며 시골로 찾아왔었다.
못나갔다. 아니 안나갔다.
사실 그애는 정말 친구로 생각했는데 괜히 내가 오버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나가서 그앨 만나면 무슨일이 생길것처럼 내맘이 흔들렸다는것만이 진실이다.
군대가기 며칠전에 술먹고 한번 찾아왔었다.
뜬금없이 " 편지 같은건 쓰지 마라." 하고는 가버렸다.
편지 꼭 써달라는 말보다 더 마음이 짠 했지만 진짜 한통의 편지도 쓰지 않았다.
내 인생이 사랑때문에 엉키게 될까봐 두려웠다.
 
 
이런 사소한 기억들 
그애는 기억이나 할까?
오늘 10년만에 대학교 동기들 모임이 있다.
이런저런 지난 기억들을 되새겨보니 
추억의 갈피 한 구석에 그애가 있다.
호탕했던 웃음소리과 유난히 따뜻했던 손으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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