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정자수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난 어렸을 때 부터 좀 미련한 것 같다.
늘 칠칠맞게 연필을 잃어버려 내 짝꿍에게 빌리고. 교과서를 빠뜨려 시간이 틀린 다른 반에 가서 책 빌리러 다니고. 거기에다 잔병에 꾀병까지 동원해서 지각이며 결석은 단골로 하였으니 성적도 늘 꼴찌와 한 보 두 보 차이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누가 말씀하셨는 지 모르지만
이 여전한 칠칠맞은 습관이 지금도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내 생일은 그렇다치고. 남편생일은 달력에 동그랗게 삘간 싸인펜으로 잊어먹지말자 다짐하며 굳게 마음먹고 체크를 했건만.
 
몇 칠도 아니고 정작 당일날도 아닌 그 다음 아침에 달력에 왜 빨간색을 칠했을까 궁금하다..아이그..이젠 말도 못하고 옆에서 잠자는 남편얼굴보고 달력보고..기막힌 내 머리통은 어쩌면 이렇게 까먹을 수 있을까..
 
남편은 나를 이해한단다. 하루 늦은 생일미역국을 어디 한 두번 먹었냐 ?
끓여주는 것도 다행이란다.
 
고질적으로 잘 잊어버리는 것은 통장비밀번호다. 돈을 항상 찾는 것은 그런데로 괜찮지만. 어쩌다 한 번 들고 조회만 하는 통장은 이게 뭐였더라? 했다가 나중에 두 번 틀려서 남편에게 물으면 혼 날 것 알면서도 또 통장 만들어 갈려면 귀찮으니.
 
어지간히 속을 썩힌단다..명절은 그렇다치고. 얼마 전 보름날 길거리에 온통 땅콩이며 부럼들이 잔뜩 놓고 팔아서 난 발렌타인이 오늘인가? 아니면 이젠 초코렡 안팔고 심심풀이 땅콩파나? 했다.
 
애들도 이젠 나에겐 오늘이 뭔 날이여 묻지도 않는다.
도리어 야!오늘이 몇 칠이냐? 하면 엄마 핸드폰에 써 있잖어? 그런다.
손전화을 들고 지금 몇 시냐? 이러니 ...
 
그나저나 좀 있으면 시아버지 생신하고 아들놈 생일하고 사흘 간격으로 다가오는 데.
난 또 달력에 굳게 마음을 다져먹고 까만색으로 한 번 동그래미 치고. 아들 놈은 파란색으로 동그래미를 치는 걸 옆에서 아들이 보더니.
 
" 엄마! 뭐하러 표시를 해? 그냥 오늘이 니 생일이냐?물으면 되지?"
흐흐...그래두 임마 내가 너 낳는 날은 미역국을 더 많이 먹으려구 그런다! 쨔샤~~~
왜 떫냐?....헤헤..사는 게 다 이 모양으로 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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