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정자수다

난 참 바보다. 하긴 선생님이 그렇게 외우라고 해도 재미있는 만화책이라면 외우지 말라도 그냥 저절로 외워지는데, 왜 국민 교육헌장은 그렇게 외우지를 못했을까...
 
 한달동안 저녁 하교시간에 의자들고 있어라... 그러다 안되면 복도에 손들고 앉아 있어라..그러다 안되면 화장실 청소하라..그러다 안되면 회초리로 종아리 맞어 손바닥맞어 이러다 선생님도 지치고, 나도 맷집만 늘고 그래도 난 역사적으로 이땅에 태어난 국민학교 학생답게 줄기차게 버텼다.
 
 결국 사십명인가 오십명인가 하는 전체인원에서 나 혼자 그렇게 못외우니 결국은 선생님도 포기하셨나 그 다음은 구구단 외우라고 한다. 그건 쉬웠나 일주일간 혼나가면서 외웠는데 이게 그래도 신통하게 돈 계산할 때 잘도 요긴하게 써 먹는다는 거다. 그래도 난 지금도 가물가물하다. 국민교육헌장이 도대체 뭐길래 날 이렇콤 내 유년의 기억상자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도 가끔 헷갈리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뭐라고 말하면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추상화 같은 기분 나쁜 게 연상된다.
 
 그나저나 난 그렇게 외우지 못한 교육헌장 덕분에 그 길들여지는 교육도 못 외웠다.
성적이야 꼴등을 하던 말던 , 오로지 오늘은 어디서 놀까, 뭐하고 누구하고 어디로 방향을 설정하는 그 분주함에 더욱 호기심이 발동 된 탓에 국가에 이바지하는 국민교육의 혜택은 애시당초 나는 거절한 것이다.
 
 지금이야 이르러서 이런 속사정을 글로 쓸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나와 같이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국가에 맹세하던 세대라면 나의 감정을 어느정도 알아주지 않을까. 나도 이런저런 생각끝에 결국은 핑계를 댄 것이 어릴적 유치원 교육부터 시작한 나의 국가적인 관점은 해도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물론 그 군인들 국가에 지금도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데.( 그 때 나의 교실에 대통령할아버지 사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어디 공산당에서 고정적으로 교육받고 내려 온 널빠진 비렁뱅이 국민이 아닐까 상상도 할 것인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난 결국 국민교육헌장을 못 외웠고, 이해하지를 못했으니, 조금 덜 떨어지게 보이는 것 쯤이야 얼마든지 접수한다. 그래선가 지금도 국가의 정책에 사오정 같이 뚱딴지 같은 소리는 잘도 해댄다. 하긴 그 때는 옆집도 혹시 고정 간첩이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공포분위기가 온통 붉은 삐라로 도배해도 당연한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런 거 보고 북괴는 모두 뿔달린 괴물만 모여 사는 줄 알았으니.
히유~~ 그 놈의 신문도 아닌, 테레비는 없어서 못 봤다 치고, 그 교과서엔 달달 외워 시험 봐야 되는 어린 학생이 무슨 힘이 있겠냐만은.
 
 나같은 국민들이 말 못하고 있을 때, 국가는 도대체 국민들을 어떻게 지켜 주었을까 궁금하다.
하나씩 열거 하고 싶다. 궁금한 것을...
 
 이런 거 물어본다고 또 어디서 날 부르는 거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
세상 참 좋아졌다. 말 못하는 벙어리라도 글로 앉아서 선생님에게 질문이요 하는 것처럼 할 수 있으니. 이제 부터 한가지씩 난 꼬집듯이 물어 볼 것이다. 나를 헷갈리게 했던 것들을.
 
 
작업공책) 지금도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나는 역사에 언제 이바지할 수가 있을까.... 미친년처럼 안 외워지는 그 국민
       교육헌장이 교과서 박물관에서 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거다. 그 때
       선생님 성함이 도통 기억이 나지 않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치매걸린 거라
       면 병원가야 되나... 휴유증이 심하다.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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