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13년차 아줌마가 된 98년은 폭풍후(?)의 고요함(?)이라 할까???
하지만 시엄니에 대한 무거운(?) 맘은 오래도록 내 몫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록 엄니 소원대로 한국색시(?)를 며느리로 맞이 하셨지만 외동딸인 내가 어린나이(?)에 부모 떨어져 이억만리 시집와서 살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안스러워 하셨던 분....
떨어져 살았었도 늘 잦은 통화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셨던 분....
가슴에 맺힌 恨만큼이나 사랑이 많으셨던 분...
글자를 깨우치시지 못한채 지혜로 세상을 사셨던 분.....
....
그런분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함께 하는 시간동안 열린 귀(?)가 되어 드리는 것뿐이었다. 들었던 이야기를 자꾸만 듣게 되어도 쉽게 싫증나지 않음은 일제치하에서 10대를, 전쟁속에 20대를 겪은 한 여인의 맺힌 역사(?)의 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기 때문이였다. 
 
30년 이상의 타국살이 만큼 외로우셨기 때문에 나의 재롱잔치(?)만이 유일한 휴식처가 되셨던 엄니...
직장들을 다녀야만 했던 다른 가족들보다 시간이 많았던 난, 엄니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고, 동지(?)가 되었다.
 
나이드신 분들이 그러하듯 자식들 위해 준비하는 모든 음식(?)의 양은 사치스러울 만큼 많았지만 그것이 그분의 유일한 행복인 것을.....
30여통이 들어있는 배추 한박스 다듬는 내 손길은 엄니만큼 노련하진 않았지만 즐거운 최선(?)으로 지냈던 많은 날들.....
두여자의 웃음소리는 정겨운 화음이였다.
사회가 갖고 있던 '媤'자에 대한 편견(?)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시엄니와의 아주 특별한 관계....
그것은 엄니가 해주신 말씀 한마디을 들을 때부터 이미 운명적이였지 않나 싶다... 흠~
 
어미는 자식과 두번의 탯줄을 잘라야 한다는 거.....
그 첫째가 자식을 잉태할 때이고....
그 둘째가 자식을 출가 시킬 때라신다....
그리곤 엄니의 두번째 탯줄을 끊었으니 남편의 양육(?)은 내 몫이라신다.....
자식을 양육하듯 사랑과 인내를 기억하며......
.....
얼굴에 피어난 검버섯(?)들이 지난 세월을 대신했고, 그것들이 엄니의 선함과 지혜를 가리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은 엄니의 참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단 한점(?)의 혈육조차 남아있지 않은 고향이였지만 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으셨던 엄니...
건강상의 문제로 자주 한국을 방문하시지는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엄니의 유일한 친구인 비디오(?)들로 고향(?)을 둘러봤고, 점심시간에 함께 하는 얼큰한 짬뽕 한그릇으로 행복을 나누고, 전화선을 이용한 맛난 수다(?)와 간간이 밉지 않은 나의 투덜거림으로 엄니가 우리 곁에 오래 계셔야 할 이유를 드리는 것이었다.
 
시댁에서의 악역(?)을 자처하는 남편의 역할이 어쩜 나와 엄니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준 촉매제였는지도 모른다. 
 
기분좋은 백수(?)로 돌아온 난, 그만큼의 여유로운 시간으로 엄니와 함께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내 노후의 모습을 예약(?)하기도 했다, 엄니모습 그대로....
 
남자들이란 자로고 마누라가 자기 엄마랑 사이만 좋으면 만사형통? 
 
남편역시 나와 엄니의 부드러운(?) 관계을 지켜보며 마치 빚을 갚듯 처가식구들과의 유별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아줌마로서 보내는 한해였기 보다는 13년이 지나고서야 며느리다운 며느리로서 보냈던 깊은 의미의 그 해......
나의 또다른 역할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해주었던 귀한 시간들이었다.
 
 '사위'나 '며느리'로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신혼초....
그 예전의 습관(문화의 차이?)들로 인해 처가에 대한 자질구레한 남편의 불평과 낯선 시댁식구들과의 어긋난 생각의 불평으로 서로 유쾌하지 않았던 많은 시행착오(?)로 우린 '침묵(?)'을 배우게 되었던 것 같다....
 
각자 오랜 습관이 배어있는 단점과 장점 사이에 장점만 찾아 보는(?) 연습을 했고, 그 훈련으로 모든 가족 관계가 그냥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만(?)을 억지로라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좋은게 좋은 것이었으니깐....
의식적인 훈련(?)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게 해준 아주 훌륭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누구의 시작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편은 물론 나 역시 나이 드신 분들에 대한 예우에는 깍듯했으니깐 간혹 짧은 불평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본가와 아내와의 갈등'.... '남편과 친정과의 갈등'....
아줌마로서 극복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 중의 하나인 이것.....
내겐 별 의미없는 문제가 되어버린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어렵사리 통과한 시련(?)은 이렇게 조금씩 우리를 보상해 주고 있었다.
 
지난 몇년 '아내의 반란'으로 지쳐있던 남편은 고학년이 되어가는 아들녀석들로 인해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채 또다른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느날, 아들 아이가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친구 아빠가 카지노서 잭팟(?)에 당첨되었다며 상금이 얼마니깐 그 친구네는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돈의 가치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가 '카지노', '잭팟', '돈'.....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단어들은 절대 그 녀석의 또래들 것(?)이 아닌 것을....
 
환경(?)을 탓하며 남편의 고민이 하루 하루 늘어날 즘, 직장 관계로 우리 가족은 텍사스주 달라스 가까운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절실하게 변화가 필요했던 우리에게 그 기회는 적절한 시기에 찾아와 주었고, 떠나는 우리 가족들을 기꺼이 배웅해 주셨던 시어르신들의 깊은 배려로 우리 발걸음은 가벼울 수 있었다, 새로운 각오와 함께.....
 
지난 몇년의 악몽(?)을 지우고,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는 여지없는 선택(?)으로 인해 라스베가스 가족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은 뒷전이였던 걸 보니 역시 우리 또한 부모님들껜 이기적인 자식(?)들인갑다. 쩝~
 
사하라 사막의 라스베가스와는 달리 푸른 나무들과 군데 군데 자리하고 있는 작은 호수들의 천국(?)인 달라스 중심의 도시들.....
고학년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아빠'와 '엄마'로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
 
그곳에서의 첫날은 남편과 아내 보다 아빠와 엄마로서 해야 할 의무(?)들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자아가 성립되어가는 아이들 인생의 올바른 길잡이로서........
 
To be continued.......

토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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