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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인생의 무게를 느끼며 성숙해 가는 걸까? 며칠 전 수녀님과 함께한 제대봉사자 회의에서 수녀님께서 우리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씩 주셨다. 작은상자 안에서 쪽지를 하나씩 뽑으라는데... 여러명의 봉사자가 돌아가면서 하나씩 뽑아서 펼쳐보니 번호가 써 있었다. 내 번호는 10이란 숫자. 큰 쇼핑백에서 번호에 맞추어 포장한 박스을 꺼내서 주시는데 모양도 다양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씩 오픈해보니, 작은 나무십자가, 성녀액자, 원목필통, 정갈한 손수건... 내 선물은 보이차였다. 생각지도 못한 보이차에 놀랐고, 커피와는 또다른 맛이므로 자주 즐기게 될 것같아 마음에 들었다. 수녀님께선 다음 달에 교구청의 발령에 따라 이동을 하신다. 아마도 당신의 소유물을 정리하시는 것같은데 평소의 이미지도 깔끔하고 확실한 성격이시다. 거기에 가끔은 장난기 있는 행동으로 웃음을 주셨는데 이 모든것이 그리워 질것이다. 작년에 떠나신 주임신부님께서도 당신의 쌈짓돈(5백만원 정도)을 어려운 생활 속에서 수술까지 받은 신자에게 고스란히 건네고 가셨다. 신부님께선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돌리지 않으셨고 당신이 5년동안 사제관에 계시면서 구입하신 건 접시 두 개란다. 떠나실때 당신 짐은 라면상자 3개정도라니 얼마나 간소하게 정리를 하셨겠는가... 호랑이 신부님이라고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속은 깊고 따뜻한 분이셨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여 천천히 읽고있다. 맑고 향기롭게 법정스님의 산문집인데 빨리 읽고 쉽지않다. 맛을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아껴가면서 읽고있다. 어쩜 스님은 글을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받게하면서 그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사실감있게, 귀절귀절 마음에 와닿게 쓰시는지...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오늘 읽은 대목인데 한참 생각하는 글귀다. 정말이지 나는 내 세상 어디에 있는걸까? 눈발이 조금 흩날리더니 멈추면서 어둠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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