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고부터 여자에겐 듣기만 해도 가슴 뭉클한 두글자가 있습니다.
'친.정.'....
 
같은 하늘에 가까이 있는 친정을 두신 분들은 저같은 타국 아낙네들의 애틋한 그리움을 아마 느끼지 못할겁니다.
 
어쩜 태평양 건너 저편에 친정이 있다는 아쉬움만으로도 더 절실히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그리움을 무겁게 안고 살아가면서도 여러가지 사정상 친정 나들이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느라고 바빠서....
친정이 어려운 곤경에 빠져 있어서...
부모님이 다른 형제와 함께 살고 계셔서...
그리고, 가장 큰이유가 
부모님이 안계셔서......
 
아마도 부모님이 안계시면 더 이상 '친정'이란 의미가 퇴색 되어가나 봅니다.
 
저역시 지난 15년 이상을 년중행사(?)로 친정나들이를 해왔죠.
뻔한 월급쟁이로 제가 무리하게 늘 친정나들이를 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일찍 결혼하고 보니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라는 것도 해 보지도 못했었고, 그보다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제겐 너무나 짧았던 것이 젤 큰 아쉬움이였죠.
 
그래서 전 저희집 곡간(?)에 재물을 쌓아놓기 보다는 부모님과의 함께한 시간속의 추억들을 차곡 차곡 모아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 '친정나들이'라는 이 년중행사를 기다리며 일년을 희망으로 살고 있죠.
 
친정 갈 날짜를 잡고,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친정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줄 작은 선물들을 준비하는 그 설레임들을 전 아주 조금씩 만끽하며 최대로 행복을 맛보곤 합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기란 일년치(?) 외로움을 보상받기엔 충분했지만 왜 그리 시간은 더디가는지..... 원~~~
 
그래도 시간은 누구의 설레임과 기다림과는 상관없이 늘 흘러가기 때문에 친정 나들이의 흥분은 비행기를 타면서 부터 최고조가 됩디다..
 
13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은 절대 지루하지 않고, 두 아이들이 날 힘들고 지치게 만들어도 나의 에너지는 절대 바닥이 나지 않았던 그 큰 이유가 내가 늘 갈 수 있는 '친정'이란 곳이 있기 때문이였죠.
 
그렇게 몇주씩 머무르면서 일년치 그리움을 쏟아내기란 턱없이 부족했지만, 저와 아이들의 빈자리로 힘들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했던 남편을 위해, 더 있고 싶은 욕심을 낼수가 없어 전 또 예정된 이별을 합니다.
 
함께하며 만들었던 추억을 간직한 채, 친정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나의 발걸음은 올때와는 달리 간사하게도 엄청나게 무거워집디다...
 
내년을 약속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엄마자리에 와서도 그 무직한(?) 아쉬움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구요.....
이런 느낌은 정말 싫어요.....
차라리 만남을 기대하며 저절로 생기는 설레임과 흥분하던 그 시간들이 훨 나은것 같아요.
 
한동안 전 이렇게 배부른(?) 그리움으로 우울하게 지내다 남편에게 핀잔도 들어가며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와 또다시 일년치 그리움을 쌓아놓죠.
 
아무래도 각자의 가정이 있는 형제라는 이름의 '친정'보다는 전 건강하게 살고 계시는 엄마라는 이름의 '친정'이야 말로 늘 가고 싶은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친정!'
가도, 가도, 늘 가고 싶은 놀이동산이고, 
나만의 무릉도원 같은 곳......
 
예정된 12월의 '친정 나들이'를 조금씩 준비하며 베시시 웃는 저의 입가를 오래동안 만끽하렵니다.

토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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