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끼리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들은 이곳 미국이란 곳에선 그리 낯설지가 않습니다.
 
지난 여름 제가 미 동부 여행을 하며 잠시 만났던, 나와 같은 피부색을 지닌, 이쁜 틴에이저 소녀의 모습이 제 머리속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제가 그 소녀를 만나게 된 건, 맨하탄를 관광하기 위해 탑승한 유람선에서 였습니다. 
전 그소녀가 한국인이란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죠. 
 
그녀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유난히 파란 눈동자의 부인에게 ‘Mommy!’하며 행복해 보이는 수다(?)를 떨기도 했고, 점잖아 보이는 파란눈의 노신사 어깨에 기대기도 했다가 소녀와 같은 피부색을 지닌, 동생으로 보이는, 동양아이와 장난도 치곤 했었습니다.
 
그 가족은 어느 누가봐도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을 입양한 ‘사랑의 가정’ 이었어요.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간간이 제가 그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건 아마도 그리 길지 않았던 유람선 관광을 같이 하며 그녀 눈에도 똑같은 피부색을 지닌 저희 가족을 슬금 슬금(?) 쳐다보았던 그녀의 애절한(?) 모습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소녀와 눈이 마주칠 적마다 전 환한 웃음으로 대신했고, 그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그 파란눈 부인(?)의 품에 묻곤 했었죠.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아마도 그소녀는 그녀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많이 궁금했을거예요, 틀림없이……
 
가끔씩 방송을 통해 외국으로 입양되어 갔던 그 작은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겠다는 인간의 본능에 이끌려 스스로 아픈 기억들을 들춰내며 핏줄을 만나곤 하더군요.
 
비록 그 소녀도 피부색이 다른 부모와의 가정에서 사랑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한구석엔 늘 알고 싶은 그 무엇인가가 있을겁니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선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입양!’…
하지만.....
참으로 위대하고 용감한 사랑의 결실입니다.
 
10 여년전, 전 제가 갖고 있던 ‘입양’이란 그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엄청난 교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왕절개로 두 아들녀석을 낳고 작은녀석이 5살이 된 무렵, 저희 가족의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였습니다. 
 
가족계획에 대한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로 나라에서 권장한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운동에 앞장서 저 역시 둘만 낳고 잘키우며 알콩 달콩 살았죠.
 
그러다 어차피 미국에 다시 들어가니깐 이참에 이쁜 딸래미 하나 입양할까?하는 농담반 진담반의 제 이야기에 남편도 흔쾌히 허락을 하데요..
 
저희 시댁쪽의 가족관계(?)로 보아 ‘입양’에 관한 심한 편견(?)은 없었기에 남편의 동의로 전 그날로 입양할 딸래미를 열심히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제가 첨에 입양을 할 계획이란 소리에 친정식구는 물론 절 아는 모든 분들이 철저하게(?) 걱정들을 하시더라구요.
그들의 걱정이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어렴풋 하게나마 알게된 걱정거리들은 저희 가족에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되는 아이들보다 같은 피부색의 우리가 하나라도 입양을 하는게 훨 낫지 않겠냐는 자신감(?)으로 걱정하는 그들을 오히려 안타까워도 했었죠.
 
그렇게 입양을 하겠다고 맘을 정한 그 순간부터 남편과 전, 기왕이면 백일미만의 딸래미였으면 좋겠고, 혈액형은 뭐였으면 좋겠고, 그래도 기왕이면 우리 두사람을 엇비슷하게라도 닮았으면 좋겠고, 등등…
 
참 많은 조건들을 가슴에 하나씩 새긴 어느날, 수녀님이 되신 사촌언니 소개로 서울의 명동성당내에 입양을 담당하시는 수녀님을 소개 받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촌언니를 통해 저희 얘기를 대충 들었다며 말문을 여신 그 수녀님은 저에게 첫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왜 입양을 원하냐구……
 
전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재벌가가 굶주린 사람들에게 베푸는 그 잘난(?) 아량인냥, 저에겐 사랑이 많으니 그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죠. 더불어 국내 입양이 어려운 상황에 어차피 외국으로 입양되어가는 아이들이라면 피부색 다른 부모보다는 차라리 같은 한국인이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해가며 아주 도도한(?) 나만의 일방적인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자질구레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다 마지막 그 수녀님이 제게 하신 한마디……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맘이라면 정말 사랑이 필요한 아이를 입양하는게 어떠냐고… 우리 사회에서 비참하게 버려진 장애아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필요한 이들이라며……
 
순간의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던 전, 처음엔 무지 불쾌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제가 조금씩 철이 들어가면서 그 수녀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만큼 전 ‘입양’에 대한 겁쟁이(?)가 되어버렸어요.
 
의욕만으로는 더더욱 절대 할 수 없었던 ‘입양’이란 사명감……
결코 쉬운일이 아니였습니다.
 
‘입양’이란 것이 서류상의 절차만으로 시작되는 것도, 마무리 되는 것도 아니란 걸 알게 되었죠.
 
‘용기’와 ‘사랑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희생’이란 삼박자의 조화로 결실을 맺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유난히 생각나는 그 소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파란눈의 부모에게 보낸 용기없고 겁쟁이였던 우릴(?) 용서해 달라고……

토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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