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요즘 이 선인장 마을은 미 전지역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몰려드는 ‘인간 철새들(snow birds)’로 거리가 꽤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겨울로 습기가 없는 곳이기에 관절염이나 날씨에 민감한 신경계통의 자연 치유 장소로 아주 각광을 받고 있는 도시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은퇴를 하신 노인분들이 유난히 많은 요즘, 거리엔 차들이 많이 북적거리고 있죠. 그러다 보니 운전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시는 나이드신 분들의 교통 사고는 물론, 새벽에 앰블런스 싸이렌 소리도 자주 들리기도 합니다.
 
99년, 제가 이도시에 첨 이사와 익숙치 않은 거리를 긴장하며 운전하고 다닐 때였습니다. 
정지신호에 서 있는 제 차를 갑자기 들이박는 가벼운 접촉사고…
 
전 태어나 처음 당하는 교통사고라 앞이 캄캄했죠. 
늘 교통사고가 나면 어찌 어찌해야 한다는 이론만 머릿속에 간직한채 다니다 막상 ‘꽝!’하는 소리와 함께 저의 심장과 머리속은 텅 비어버린 느낌이였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경찰이 왔다가고, 리포트를 작성하고…. 사후 처리는 참 간결하고 신속하게 끝이 났죠.
상대방의 100% 실수였기에 쌍방 보험회사서 끝마무리를 잘 해주어 뒷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 운전사가 93세의 할머니셨고, 그분은 저 뿐만이 아니라 이미 여러차례 그러한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만 16세가 되면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는 이곳에서 이렇게 93세가 되도록 운전을 해야하는 건 현대인들에겐 어쩔수 없는 ‘필수’인가 봅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인 운전!!!!!
 
필수이기에 우린 어쩜 너무 무감각하게 ‘운전’이란걸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에 의해 조정이 되는 단순한 기계를 우린 그동안 너무 제멋대로 상대한 경향이 있습니다.
운전대를 잡게 되면 두얼굴을 갖은 사람이 되어가는 요즘…..한번쯤은 깊게 생각해 봐야겠어요.
 
운전은 그 사람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말이 있듯이 곧 ‘인격’이란 말을 하죠.
운전대만 잡으면 평소 느긋했던 성격의 사람이 갑자기 난폭해지는 경우를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죠.  
 
제 친구의 남편은 평소 굉장히 수줍어하고, 낯가림도 심한 편이라 말수도 적은 사람인데 운전만 하면 발도, 손도, 그리고 입도 무지하게 난폭해지더라구요. 
속도위반으로 뗀 딱지가 한상자가 족히 넘을거란 그 친구의 농담반 진담반 소리에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게 ‘사람 속’이란 생각을 해 봤었죠…
 
반면, 저와 한이불을 덮고 사는 한 남자가 있어~♬♩^ㅇ^♬
 
그 남자는 평소 성격이 무지 급합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불같은 성격의 뜨거운 남자……
이 남자, 운전대만 잡으면 세월아~ 내월아~~~ 모든 차들 죄다 양보하고, 어쩌다 불쑥 끼어드는 차들에게 욕설대신 여유있는 미소로 대신하는 사람……
 
처음 이런 남편의 행동들이 답답했지만 어느새 저에게서 남편의 이런 모습이 있더라구요.
이제 2년생인 초보 운전자 큰녀석이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양보하거나, 크락션 한번 울리지 않는 제 운전 모습에 엄청 답답해 합디다…
하지만 그녀석 또한 자신도 모르게 느긋한 아빠의 운전 습관을 흡수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을거예요.
 
요즘 이 도시에 빈번한 교통사고를 보며 현대인의 필수인 운전이기에 더욱 더 여유있게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교통체증 속에 짜증보다는 그 짧게 멈춘 시간동안의 휴식으로 기분 전환를 해 봐도 좋을 것 같고, 양보로 마음의 여유를 맘껏 부려봐도 좋을 것 같고, 어쩌다 끼어들게 되면 가벼운 손인사로 감사를 전하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렇게…..
 
서로에게 여유를 전하게 되면 쿨론의 강원래씨(?)와 같은 예기치 못한 불행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막 시작한 둘째녀석의 운전 연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운전대를 잡는 순간 순간의 마음의 여유를 먼저 가르키렵니다.
 
운전은 인격이다!!!!  를 외치며……

토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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