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 두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라 그로 인해 참으로 많은 관계들이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우린 ‘아내’와 ‘남편’이란 감투를 씀과 동시에 ‘며느리’와 ‘사위’란 어찌보면 낯선 감투(?)도 씁니다.
그저 아내와 남편이란 사명감 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도 벅찬덴 많은 사람들은 며느리와 사위란 의무감으로 때론 버겁게 살아가곤 하죠.
 
그런 많은 결과들중, 우린 여러 매체를 통해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아내와 남편의 자릴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어쩜 전세계인이 겪는 갈등들 중 가장 공통적인 갈등이 ‘고부간의 갈등’이 아닌가 싶어요. 쩝~
 
물론 이 미국에도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이곳은 장모와 사위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만만치 않은 것 같더라구요…
 
“다음주에 장모님이 오시는데 큰일났다”… 하는 남편 직장 동료의 넋두리……
“우리 장모님이 오시면 기본은 한달인데 어떡하냐?” 하는 또 다른 이의 넋두리…
……
……
 
어쩜 미국이란 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해주는 문화이기도 하고, 여성의 경제적 능력 또한 우리 어머니 시대와는 달리 독립적이기에 이나라 ‘장모님들’의 목소리가 큰 모양입니다.
 
저 역시 교포인 남편과 결혼후 고부간의 갈등보다는 남편과 제 친정엄마와의 묘한 신경전(?)으로 난감해 했던 적이 있었죠.
 
86년 초, 결혼으로 미국에 처음 왔었고, 70년대 초에 이민을 온 남편은 저와의 결혼으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조국의 문화를 조금씩 기억해 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족과의 갈등을 겪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해 겨울, 저희 친정부모님은 저의 산후조리를 해 주시기 위해 당시 흔치 않았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셨죠.  
이제와 생각하니 미국에서 성공하고 자리잡은 사위를 보셨다고 치켜세운 주위분들로 이미 당당(?)하셨던 부모님은 당연히 저희에게 거는 기대가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달여 동안의 동거 동락으로 인해 남편과 저희 엄마와의 사이에 크고 작은 오해들이 생겨나곤 했었죠. 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아주 미묘한 오해들…
누구나가 ‘사위’와 ‘장모’라는 감투를 처음 쓴 사람들이 겪게 되는 시행착오들… 
뭐 그런것들이였던 것 같네요…
 
대체적으로 이곳은 자식들이 독립을 하면 우리나라 만큼이나 드러내놓고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건 서로에게 부담을 덜 준다는 것과 같고 다시 말해 자식과 부모와의 독립적인 관계로서 서로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지 않기도 하죠.
 
아마도 이 사회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노인 복지의 튼튼한 혜택(?)으로 독립을 시작하게 되는 자식들에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크게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란 저만의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 당시 막 시작한 저희 부부의 가정 또한 저희 부모님 보시기엔 한없이 미숙하고, 불안해 보였는지 매사 걱정(?)이 많으셨던 것 만큼 일러주시던 조언(?)들과 기대(?)들에 익숙치 못한 남편의 불만들이 삐져 나올적마다 그 누구보다도 제가 젤 많이 견디기가 힘들었었습니다.
그 때 전 아무런 해결 방법도 찾지 않은채, 그저 원망 넋두리(?)만 하고 있었죠. 쩝~
 
하지만 시간은 잡아 놓으려해도 흘러갔고, 날카롭게 삐져 나와있던 남편과 친정부모님의 고집(?)들은 부딪혔던 횟수만큼이나 두리뭉실해져 갔습니다.
 
우리 가족의 5년 서울살이로 직간접적으로 접한 한국문화로 인해 저희 친정부모님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매년 저희집을 다녀가시며 간간이 체험하게 되는 미국에서의 힘든 교포들의 삶을 깨닫게 되신 저희 부모님과 더 이상 신경전은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죠.
 
입장바꿔 결국 같은 종류의 갈등 관계인 ‘며느리와 시부모!!!'
 
첫 감투인 '며느리'로서의 저 역시 처음엔 아주 소소한 것에 예민했고 긴장했었지만, 운좋게 전 고부간의 갈등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건 제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거기엔 아주 중요한 역할들을 했던 사람, 둘이 있었죠. 
 
그 첫째가 지혜로우셨던 시어머님… 
가정을 갖고 독립한 자식에게 완전한 독립을 주셨고, 자식의 현실 그대로를 인정해 주신 어르신의 지혜… 
이제와 생각하니 ‘시엄니’로서 줄수 있는 소소한 갈등들 마저도 결국 당신 아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아셨던 제 시엄니의 일방적인(?) 이해와 사랑의 실천 덕분이였더라구요.
 
오히려 부담을 주시려는 부모님들에게선 도망치고 싶어지고, 부담을 안주시려는 부모님들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이 청개구리같은 마음!!!! 
비단 저뿐만이 아니겠죠???
 
그리고 두번째 사람은, 시댁에서 늘 ‘악역(?)’을 자처했던 남편……
 
저의 곤란했던 많은 입장들을 공평하게 대변해주며 갈등의 씨앗을 전혀 만들지 않게 해준 참 힘든 그 역할!…… 
 
결국 저라는 사람을 자동적으로 시댁식구들에게 더 잘하게 만든 지혜의 역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별난 효자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중립적인 시댁에서의 태도…… 
그로인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었던 우리 모두는 합리적일 수가 있었습니다.
 
어쩜 저희집 사위와 장모사이 그 치열했던(?) 갈등을 겪는 동안, 저 역시 ‘지혜로운 악역’을 자처했더라면 모두가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든 관계에 있어서 갈등속의 주인공들에게 필요한 건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이죠. 
공평하고 아주 객관적인 역할!
 
‘지혜로운 악역!?!?’
 
누군가가 꼭 해야만 하는 역할…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역할…
생활속 반드시 필요한 지혜의 역할…
사람과 사람사이를 엮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
하지만,
꼭! 용기가 있어야만 하는 역할…
 
지금 댁의 남편과 부인은 ‘지혜로운 악역’을 맡고 계신가요??? ♡.♡

토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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