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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다. 소한때는 '정초 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이다. '소한땜'이 아니라도 이때는 전국이 최저기온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고 할 정도로 추웠다.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 달 간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문밖 출입이 어려우므로 땔감과 먹을 것을 집안에 충분히 비치해야 했다. 논은 지가 품고 있던 벼가 없으니 슬퍼 하늘만 쳐다본다 벼하고 지하고 더 어려운 일도 이겨 내었재 논아 너무 슬퍼하지 마고 내년에 우리 멋지게 살아보자 ― 울진 온정초등 3학년 김형삼(85년)의 『빈논』 농촌에서 자란 한 초등학생의 시각을 통해 이 시기의 들녘을 보자. 그것이야말로 논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일 것이다. 벼가 없어진 빈 들판에 눈이 내리면 특히, 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눈은 보리 이불이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 "함박눈 내리면 풍년 든다."고 반겼다. 눈을 풍년의 징조로 본 것이다. 또 눈은 "첫눈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 "장사 지낼 때 눈 오면 좋다.", "첫눈에 넘어지면 재수 좋다."며 눈을 상서(祥瑞)롭게 보았다. 겨울 농사의 중요한 몫은 보리 차지다. 보리하면 경상도 특히 경북을 연상한다. 오죽하면 경상도 하면 "보리 문디"라고 까지 했을까? 경상북도의 대다수 농지는 보리재배의 적지이자 논보리 이모작이 가능해 일찍부터 보리재배가 성했던 곳이다. 한시라도 땅을 놀리면 벌받는 줄 알았던 부지런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은 보리를 심어 자식들을 부양하고 그것을 팔아 농가의 농사밑천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겨울에 쌀을 먹고 여름엔 보리를 먹어야 보양(保養)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철따라 나는 곡식을 맞추어 먹다 보니 자연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보다 큰 이유는, 엄동에 쌀밥을 권하는 것은 천지가 음기(陰氣)에 든 겨울에, 따가운 땡볕 속에 영근 쌀에서 양기를 취하여 음양 조화를 지니려는 것이며, 한여름에는 엄동의 눈밭에서 자란 보리의 냉기를 취하여 모자라는 음기를 보강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보리 농사가 줄어 보리밭을 구경하기도 어렵지만 가곡『보리밭』이나 한흑구가 수필에서 예찬했던 『보리예찬』은 늦가을부터 봄까지 우리 농촌을 대표하던 정겨운 풍경이었다. 그래서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고 했고, '보리밭 로맨스'니 '보리밭에만 가도 취한다'는 등 보리는 우리의 정서를 대변해 왔다. 특이한 것은 가을보리씨를 이듬 해 봄에 심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을보리는 혹독한 겨울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데 따뜻한 봄에 파종하니 자신의 성질을 잃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가을보리를 봄에 심어 열매 맺게 하려면 '춘화처리'라는 것을 해 주어야 한다. '춘화처리'란 가을보리가 추운 대지에 뿌리내려 겨울을 나듯 보리씨를 추운 곳에 일정기간 보관했다 뿌려야 정상적으로 열매가 맺힌다. 엄동설한을 보내지 않고는 결실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보리처럼 인간의 삶도, 시련의 시절을 보낸 후에야 그 꿈을 열매맺는 것은 아닐런지…. 이렇듯 하찮게 보이는 보리도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추운 흙 속에 묻혀 자신을 죽이고 삭이는 인내의 굳은 시련을 겪은 후 비로소 황금물결로 춤추는 보리가 되는 것이다. [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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