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날마다 좋은날*^--^*

***며느리 밥풀꽃***


배 주린 며느리의 한이 서린 풀..

궁핍했던 한 옛날,
가난보다 시집살이가 더 고달팠던 시절
한 마을에 시어머니 눈치 때문에
배를 몹시 주린 갓 시집온 며느리가 있었다.
얼마나 굶었는지 새색시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이 모두 밥알이었다.

"밥 한 숟가락만 먹었으면... 내 뱃속에 밥 한알만 넣었으면..."
가엾은 며느리,
하루하루를 그 희망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솥에 넣고 불을 땠다.
그리고 밥이 다 되어 갈 무렵에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을 몇 개 입에 물었다.
순간 방에 있던 시어머니는
솥뚜껑 소리를 듣고 이때다 싶어
몽둥이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 나왔다.
맛뵈기의 밥알은
새며느리에게 비극을 안겨 주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네 이년, 감히 네년이 어른이 먹기도 전에 그 귀한 밥을 주둥아리에 쳐넣어.
그래 몇알 쳐넣었는지 어서 다 뱉어라 이년. 어서 다 뱉어.
설마 그러고도 살기를 바라지는 않겠지. 이 앙큼한 년, 천하에 못된 년."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설을 뒤엎고
"찰나의 선택이 죽음을 맞는다"는 명언을 남기며,
생트집 잡는 시어머미의 몽둥이질에
그만 입안에 밥알을 문 채 며느리는 숨이 끊어졌다...툭---+ +

그 다음 해 며느리의 무덤가에는
그 넋이 한이 되어 붉은색 입술에
하얀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꽃이 피어
며느리 밥 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의 얄팍한 인생이 식물명에도 나타난 예를 보면
딸을 가진 사람은 딸이 자라서
남의 집 며느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딸과 며느리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딸의 감나무"와 "며느리 감나무"란 방언이 있다.
며느리 감나무와 딸의 감나무는 여우구슬과 여우주머니를 각각 말한다.
며느리 감나무는 곧추 서서 자라는 식물체에 감처럼 생긴 열매가 마디마디 달린다.
만일 이 풀이 정말 감나무라면 무척 올라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며느리감나무" 라는 명칭이 붙었다..
"딸의 감나무"는 잎의 모양이 빈대 같고 땅으로 기어가므로 땅빈대라고 하였다.
만일 그것이 감이라면 딸은 힘 안들이고 그것을 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딸의 감나무"는 이래서 불러졌다..

며느리배꼽과 며느리 밑씻개는 모두 잔가시가 있는 것이 특색이다.
잎병과 잎맥에 잔가시가 있어 닿기만 해도 쿡쿡 찔린다.
며느리를 박대하는 사나운 시어머니의 심술이 배어 있는 듯한 이름이다.
밤송이로 등을 쓰다듬어 준다는 말과도 같은 발상이다. .
늦가을의 산능선에서 핀 며느리 밥 풀 꽃의 화려한 모습은
과연 새 며느리 같은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 식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하지만
기실 반기생 식물이어서 종자만으로 번식시킬 수 없다.

한 해살이풀인 며느리 밥 풀 꽃의 길이는 30~50cm.
이 꽃은 깊은 산이 아닌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가에서 자란다.
서러움이 한이 되어 길가는 나그네에게라도 말을 하고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