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국주부'작은 힘이나마 보탬되고파'
일상 2010/02/28 14:29   http://blog.azoomma.com/young-ae/282786
 
출처'?款?위민넷
이젠 '한국 주부', 작은 힘이나마 이웃에 보탬 되고파- 대전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선생님 까사이 유끼꼬 씨
종교가 같다는 공통점을 가진 현재의 남편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일본여성 까사이 유끼꼬(41) 씨. 한국으로 시집온 지 올해 13년째로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둔 어엿한 학부형이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시집와서 한국의 평범한 주부가 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남편의 따뜻한 사랑으로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사귀고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요즘 행복하다. 지난해부터는 동사무소의 주선으로 지역아동센터의 공부방 선생님이 되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선생님이 된 것.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외국여성으로 이주여성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아 요즘 사는 얘기를 나눴다.

대전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선생님 까사이 유끼꼬 씨
대전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선생님 까사이 유끼꼬 씨
Q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한국말이 서툴러서 이웃들과 소통할 수 없었던 점이 제일 힘들었어요. 시집 온지 5년 정도 되었을 때는 밖에 나가기가 싫을 정도였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귀찮게 여겨졌어요. 그때 남편이 “사람들도 사귀고 복지관에 가서 컴퓨터도 배우고 봉사활동도 해보면 어떨까?” 권했지요. 그 말에 용기를 내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고 동구자원봉사협의회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생활이 즐거워졌어요.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도 참 힘든 점이었죠. 일본에서는 식사할 때 그릇을 들고 음식을 먹는데 한국 사람들은 이를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니 당황스러웠지요. 그리고 한국 사람은 음식을 국에 말아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고양이나 개에게 음식을 줄 때나 그래서 또 이상했구요. 그런 것들이 순간순간 낯설게 느껴졌지요.

Q 한국인과 일본인은 정서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고 보는지?
네, 많은데 그중 한 가지를 들라면 일본 사람들은 이야기할 때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는 편이죠. 반면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친근감의 표현으로 욕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참 답답했어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은 할머니들이 "아, 그놈 참 밉게도 생겼다"고 하는 말을 듣고도 그 말이 아기가 예쁘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참으로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지요.

Q 이웃들에게 고마울 때는 언제인지?
이웃 할머니께서 텔레비전이 잘 안 나온다고 해서 남편이 고쳐드린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는 아이들이 여럿인 집이라며 과자와 과일, 밑반찬 등을 챙겨주셨는데 참 고마웠어요. 사실 저는 아직 한국 음식을 맛깔나게 만드는데 자신이 없거든요. 요즘도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들께서 반찬도 챙겨주시고 손수 가꾸신 채소도 갖다 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Q 일본 사회에서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한가요?
네,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일본의 어린이날이 5월5일인데 그날은 남자아이들 위주로 행사도 열리곤 해요. 여자아이들의 어린이날은 3월3일로 정해놓았지만 실질적으로는 휴일도 아닌 평일이고, 모든 것이 남자아이들의 어린이날에 비해 간소하게 지나가는 편이죠.

Q 자녀교육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중 가장 큰 것은 언어문제였죠. 제일 큰 애가 아들인데 말이 조금 늦은 편이어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집에서도 한국말로만 대화를 하게 했어요.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언어 때문에 선생님과 상담도 했어요. 선생님께서 아이의 발음이 서툴다고 하시며 다문화가정을 방문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소개해 주셔서 발음교정을 받기도 했지요. 그 후 발음이 좋아져서 아이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게 됐구요. 그때 아이는 시에서 파견된 선생님께 6개월 정도 한국어를 배웠고 저도 몇 개월에 걸쳐 한국어 방문지도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웠죠.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았지만 쓰기에 자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아이와 제가 모두 언어소통이 잘되니 행복해요.

지역아동센터, 일본어수업광경
지역아동센터, 일본어수업광경
Q 지역아동센타에서의 일본어 강의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대전시 동구 판암2동에서 ‘대전동구자원봉사협의회’에 가입해 회원으로 봉사하고 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일본어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겨울방학 때만 하기로 했는데 반응이 좋아 지역아동센터의 공부방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죠.

Q 공부방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초등학생들에게 일본어를 초급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흘러 간단한 대화 정도가 가능한 회화수업을 하고 있어요. 수업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아이들이 일본어로 인사를 건넬 때면 가르친 보람을 느끼죠. 또한 요즘 우리반 아이들이 일본만화에 관심이 많아서 ‘꽃보다 남자’ ‘빨간 마스크’ 등에 대해 질문이 쏟아져요. 일일이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해주다보면 아이들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Q 얼마 전 상을 받았다던데 어떤 상인지?
바르게살기운동본부에서 2009년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세계 한사랑 대회」를 개최했는데 한국생활수기 발표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어요. 부상으로 성인용 자전거를 받았는데 너무나 기뻤어요. 그 행사의 일환으로 대전에서 네 가족이 혜택을 받게 되어 여행을 다녀오게 돼서 참으로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몇 년 전부터 마을신문기자로 일하며 ‘한국생활일기’코너에 글을 써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Q 정부의 정책 중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라면?
이주민들에 대한 방문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문화가정의 사람들은 언어소통 문제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강사들이 직접 한 가정씩 방문해서 한국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니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자녀와 엄마가 함께 공부할 수 있어 더욱 좋아요. 제가 방문지도사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공부하기 싫다고 핑계대지 않고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Q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올해에는 아이들이 엄마가 없어도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칠 생각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남을 배려하고 어른들께 인사 잘하고 베푸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저의 작은 힘이나마 이웃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위민기자 박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