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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여자들끼리 바다로 떠났었다.
이번엔 남자들과 함께 떠났다.
칠십 세가 지났어도 늙은 총각같은 시아버지와
노총각같아 보여 중매 서겠다는 농담을
은근히 좋아하는 남편이 함께.
여자들끼리 떠났을 때
영덕 대게한테 원수진 것처럼 배가 터지게 먹었고
이번에는 배가 터지게 먹고도 남아
집으로 싸 가지고 왔다.
대전을 출발해
대구를 지나
포항을 거쳐
울진에 당도
강구에서 차를 멈췄다.
영덕대게를 먹기 위해
한 음식점으로 들어갔고
그곳 수족관에서 유영하고 있는
대게를 골랐다.
게는 바닷물에서 살던 애라서
민물에 넣어 살짝 기절시켜서
쪄야한다는 주인장의 말씀.
그러지 않고
산 놈을 찜통에 넣어 찌면
발버둥치다가 집게발이며
나머지 발들이 떨어져
모양새가 없어진다고 한다.
게장이 쏟아질까 게딱지가 바닥에 닫도록
뉘어놓고 찌는 센스도 필요하다.
옆테이블의 손님들, 경상도 토박이들인지
왁자지껄 억센 사투리에 정신이 없을지경이다.
친정엄마의 경상도 사투리는 저렇지 않았는데....
고소하고 짭쪼롬한 대게를 실컷먹고
게껍데기에 볶아 온 밥까지 먹으니
배가 터질지경이다.
주인장이 갖다주는 아줌마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유난히 시장구경을 좋아하는 나를 배려함인지
남편은 강구시장으로 차를 몰아갔다.

강구시장 입구
집게발 모양의 아치가 인상적이다.
면소재지에 있는 시장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름대로 봐 줄만하다.

아귀를 진열해놓은 양은 쟁반이 인상적이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오는 변두리 장터의 모습은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웠다.
마디 굵은 억센 손 만큼이나
억세보이는 시장 아낙들의
질펀한 사투리가 남쪽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포항 구룡포의 과메기
과메기는
초고추장에 꾹 찍어
배추 고갱이와 묵은 김치
쌈다시마, 생김에 싸 먹으면 아주 맛있다.
물엿을 넣은 양념간장으로 바짝 졸이면
그맛이 일품인 코다리는
전국 어딜가나
낯익은 모습으로 누워있다.
코다리의 삶은 누워 있는 삶이다.

오늘 우리의 새 주인은 누구일까?
좁은 박스 안에서 조마조마하게 앉아있는 모습
지금 주인장은 손님과
토끼를 흥정하는 중이다.
'세 마리에 오천원'
'아~안돼요, 하나도 안남아!'
역시 시장은 '흥정하는 모습'이 있어야 제격이다.

동물은 숫놈이 스타일이 좋다고 했지 아마?
큰 덩치때문에 닭장이 옹색해 보이는데
정작 닭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털이 복슬복슬한 하얀 강아지
한 마리 데리구 오고 싶지만 참았다.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지
사진 찍을무렵 한 놈이 엉덩이를 보이며 돌아섰다.
시장구경을 마치고
과메기 두 드룹 사가지고 차에 올랐다.
가는 길에 '삼사해상공원'을 차로 돌아보았다
시간 관계상 내려서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쉬웠다.
공원을 돌아나오며
차 안에서 찰칵!!

높은 지대라 그런지 바람이 몹시도 불어
현수막이 날아갈듯 나부끼고 있었다.
이젠 대전으로 향하는 거다.

고속도로 위를 신나게 달렸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주변에는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저녁노을
해는 서산에 지려한다. 배터리 부족으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더 좋은 위치에서
다시 한 번 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차 트렁크에는
동네 결혼식에 참석차 가신 시어머니 몫,
학교에 간 아들 몫으로
사온 영덕 대게가 아이스박스에서
뜨끈뜨끈한 몸으로 사우나를 즐기고 있을터,
오늘 여행은
영덕대게를 실컷 먹고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드라이브를 무지하게 한 것으로 끝이다.
뒷좌석에 않으신 시아버지께서는
아마도
꿈 속으로 부처님을 만나러 가신 것 같다.
다들 실컷 먹고 조는데
우리 신랑 졸지도 못하고
안방의 이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