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시골에 가서 농촌체험을 제대로 했다.
시골집 맏며느리이건만
벼를 베 본적도 없고
고추를 심어 본 적도 없고..........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는
시골 분위기와 풍경에 취해
시골이 무조건 좋았다.
시집 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이다.
남편의 휴가에 맞추어
시댁에 다니러 갔을 때
갑자기 시아버지의 검은 장화를 신고
논으로 뛰어들어가
피를 뽑겠다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니가 뭐를 한다고, 너는 가서
밥이나 해라'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도시에서만 살아 농사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며느리가
시골의 낯선 풍경 꺼리지 않고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모습이
예뻐보였던가 보다.
가끔씩 시댁에 갈 때
어른들께서 일하러 들로
나가시면
나는 냉큼 밀집모자부터 챙기고
장갑 끼고 앞서 걸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일부러
아버님 얼굴을 옆으로 쳐다보시며
"얘 너는 가서 밥이나 해'
하시며 나를 밭에 가지못하게 하셨다.
도시에서 곱게만 자라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며느리가
시집와서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서 그러신 것 같다.
그때 나는 어머니의 고마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후로도
나는 시댁이 시골임에도
농사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손에 흙이 별로 안묻어도 되는
조금 남은
배 따기 체험을 하게되었다.
밀집모자를 쓰고
허리를 굽히며
과수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노란 봉지를 둘러 쓴
배를 따냈다.
동서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며, 자기 짝궁 흉을
쬐금씩 보면서.......
배를 가꾸지도 않으면서
수확만 하려니
괜스레 시부모님께 죄송스런
마음이 된다.
고구마는 이미
동서와 시동생이 다 캐어 놓은 터였다.
남편과 함께
넓은 과수원을 오가며
배를 따고
빨갛게 익은 홍시를 먹으며
즐거웠다.
오염을 걱정하며
배에서 벗겨낸 봉지를
불태우며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않아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무렵에야 외출에서 돌아오신
어머니.
해바라기처럼 밝게 웃으신다.
차 트렁크 하나 가득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농산물을 싣고
어둠이 짙어진 길을 달려
집으로 왔다.
길다란 베란다가
가을의 풍성함으로 일렁였다.
시부모님의 땀방울로 아롱진
베란다와 냉장고 속.
내 마음은 어느새 부자가 된다.
몸은 조금 뻐근하지만
모처럼 마음이 여유로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