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아침
가을!
조용하고 차분하게 시작되는
참으로 상큼한 아침입니다.
어제와는 확연히 달라진듯한 새로움으로 시작되는 하루
수족관 위의 작은 화분에 예쁘게 꽃을 피운
국화를 보며 옛 시인의 시를 생각합니다.

국화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에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가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버리는 마음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 노천명 --
가끔씩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가을 옛시인들의 시가 새삼 생각납니다.
계절의 변화, 참으로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담쟁이 덩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