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긴 야채들은 장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요.
장이 선 골목을 따라 느린 걸음을 옮겨봅니다. 파랗고 싱싱한 채소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재래시장답게 각종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동네 마트에도 물건은 많지만 깔끔하고 세련 된 그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이곳에는 있어요. 덤으로 건네주는 넉넉한 인심과 질박한 지방사투리, 시골 아낙네들의 장난기 섞인장흥정이며 알록달록 고운 색깔의 파라솔 아래서 펄럭이는 전원일기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일용엄니 패션 몸빼바지와 낫이나 괭이 등 농기구를 파는 곳, 비릿한 바다내음이 풍겨오는 생선가게, 등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려요.
도심의 마트에서 보기 힘든 올갱이도 있지요. 일명 '어부'라고 불리는 사람들만이 냇가에서 천렵을 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나 있어요. 바다 생선과 또 다른 민물생선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장 주변에는 매운탕 집이나 올갱이 국밥집도 있답니다. 좁다란 골목사이에 펼쳐지는 장. 예전에는 주민들이 유일게 부식을 살 수 있는 곳이었어요.
집집마다 반찬거리가 궁해지면 장날을 기다렸죠. 장날에는 순이 엄마도 옆 집 철수 할아버지도 깨끗한 차림으로 성장을 하고 읍내로 모여들었어요. 해질무렵이면 새끼 줄로 엮은 조기 몇 마리와 운동화 과일 등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 집으로 갔고 어른들을 기다리며 동구 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기다림이 있었던 장날은 시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장소였었죠.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날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어요.

충청지역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올갱이
풍성한 채소와 과일 기물 상점이 밀집해 있는 시장골목을 지날 때 쯤이면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있죠. 떡볶기, 꼬치어묵 , 호떡 등 깔끔한 가게보다는 그냥 노점의 포장마차에서 먹는 그맛이 더 일품이죠.
괭이와 낫을 판매하는 곳
가운데 큰 고추는 일명'아삭이'라고 부르는 고추랍니다.
시골장답게 곡괭이 호미 낫 등 농기구를 파는 곳도 있고 촌로들의 입을 만족시켜 줄 순대와 막걸리는 재래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다리 위로는 강아지와 오리나 닭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요. 눈이 큰 강아지들이 고물고물 기어다니며 언제 팔려갈 지
모르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장난을 칩니다. 특이한 냄새가 난다 싶더니 좀약 파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네요. 일명 '푸세식'이라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의 그 구린내를 날려버리는 데는 나프탈린이 최곱니다.
이골목 저골목 어찌나 골목이 많던지 시장구경은 지루한 줄도 몰라요. 요즘은 장아찌용 6쪽마늘이 한창 쏟아져 나올 계절입니다. 풋내가 날 것같은 청매실도 요즘이 제철입니다. 현충일 이후에 사는 청매실이 질이 좋다고 하네요. 머위 대궁도 고급스런 반찬이 될 수 있어요.
5일과 10일에는 습관처럼 저자거리로 나오는 시골의 아낙네들.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려 보리밥도 사먹고 올갱이도 사며 한바탕
수다를 떨어봅니다. 낡아버린 옷을 생각하며 물색좋은 몸빼바지도
한 벌 골라봅니다. 꾸깃꾸깃한 쌈짓돈이 바닥을 드러내 보일 때쯤이면 시장구경도 끝이나죠.
생선가게
남편과 나는 시장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실컷 눈요기를 했습니다. 저녁 국거리로 올갱이 두 그릇 사고 달디단 참외를 맛본뒤 참외도 한 보따리 샀습니다. 낑낑대는 강아지들이 귀여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가 시장기를 느끼며 북적거리는 시장골목을 빠져나옵니다. 올갱이국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올갱이국밥 전문집으로 들어섭니다. 시원한 올갱이국밥에 목에서는 땀이 흐르고한그릇을 다 비워갈 때쯤이면 주인아주머니가 서비스로 내오는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물건들로 채워질 옥천장, 구리빛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인상적인 시골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을 생각해봅니다. 덤으로 얻은 병아리 같은 노오란 참외 한 알을 생각하며 차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