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번 유기농으로 사봐? 벼르면서 수퍼에 들렀지만 또 허사다. 같은 시금치인 주제에 가격차이가 너무 크다. 두 배 정도라면 혹 모를까, 다섯 배도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그깟 유기농 시금치 한 단 못 사먹을 형편은 아니지만 선뜻 손이 안 나간다. 에이, 수십년을 계속 먹고도 안 죽었는데 그냥 일관성 있게 살지 뭐. 이미 농약에 적응한 몸인데 이제 와서 바꾸면 놀랄지 모르잖아.
시금치 뿐만 아니다. 두부.콩나물. 돼지고기. 계란을 사면서도 나의 고민은 계속된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브랜드 식품들과 눈에 안 띄는 무명 식품 사이에서 오늘은 한번 바꿔 봐? 잠깐 망설이지만 가장 싼걸 로 집어든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알뜰 쇼핑을 했다는 만족감보다 내가 주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다. 요즘 같은 웰빙시대에 나 같은 주부는 탄핵감일지도 모른다는 자격지심도 든다. 가족의 건강을 해칠지도 모를 식품을 단지 싸다는 이유로 구입했으니 중죄가 아닌가...
오늘날짜 신문 칼럼중의 일부다
너무나 공감이 가서 읽고 또 읽었다.
나또한 중죄감이며 탁핵감이 아닌가...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아줌마라는 직업속에서 버둥대며 사는 이들은 거의가 중죄인이 되어간다.
방송과 언론, 심지어 조그만 상점에서도 웰빙이라는 죄목으로 고개를 떨구게 한다.
웰빙.. 좋지요.
하지만 농약 덜 치고, 소비자들을 위해 웰빙을 외치게끔 만드시는 분들이 양심적으로 노력해 준다면 우리 아줌마들도 기각되지 않을런지...
변화를 바라며
똑같이 먹고 똑같이 건강할 수 있는 사소한 평등을 바라며
이유없이 주부들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 주기를 바라며
난 저녁을 위하여 다시금 무거운 마음으로 시장 바구니를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