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예전에 나 어릴적
보름만 되면
울 친정엄마는 한번쯤 그냥 지나치시는 법이 없으셨다.
꼬옥 그 전날 오곡밥에 들어갈 재료를 미리 물에 불리셨고
갖가지 나물을 준비해
온 식구가 한데모여 먹을 수 있는 분량 만큼
한 곳에 모아 스싹스싹 비벼 누가 뺏아 먹을까 헐래벌떡 먹던 기억과
귀밝이술이라 해서 탁주 (일명 막걸리)를 사다
당일날 한 잔씩 먹으라고 주시곤 하셨는데...
(미성년자 딱지도 떼지 않았을 무렵부터 
해마다 정월대보름때만 맛보는 술.) ㅋㅋ
그러곤
밤이되면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빈 깡통을 주어다 그곳에 장작을 태우고
불을 피우셨다.
둥그렇게 뜬 달을 보며 곳곳에 피워 둔 불 앞에서
두손 고스란히 모아
소원도 빌고 ,액운을 몰아 달라며
비는모습을 유심히 본적이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은
지금에서야
나의 오늘은
오늘이 보름인지...동짓날인지....
개념이 없어졌다.
오늘 아침도 오곡밥은 어디로가고
어제 먹다 남은 김치부침개에 대충 아침을 떼우고
나물의 "나"자도 보이지 않는 우리집 아침 메뉴에
나의 무심함이 엿보였다.
이래선 안되겠지?
울 엄마가 해마다 대보름만되면 정갈하게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가족의 건강과 가정을 위하여
행하시던 모습들을 다는 내가 못하더라도
오늘밤 둥그렇게 생긴 보름달을 보며 ( 달이 뜰지는 몰라도..)
아이들과 함께 소원은 빌어야지..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