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사양
나의 책읽기 2004/01/05 05:10   http://blog.azoomma.com/wangel/111648

사양(斜陽)

다자이 오사무 글/ 유숙자 역/ 소화 刊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그의 작품을 두권 구입했다.

첫 창작집 '만년'과 죽기 한해 전에 썼다는 이 책 '사양'.

그리고 '사양'을 먼저 읽었다.

이 책은 독자를 죽음으로 유혹하는 허무와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묘하게 교차한다.

배경은 패전 직후의 일본.

주요 등장인은, 가세가 기운 귀족집안의 이혼한 딸 가즈코, 아편 중독자 동생 나오지, 이 남매가 일본의 마지막 귀부인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 소설가 우에하라....

세상과 삶에 대한 우울한 고백이다.

 

도대체 나는 그 동안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혁명을 동경하지도 않았고, 사랑도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이 혁명과 사랑,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께름칙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는 그런 줄로만 믿었으나, 패전 후, 우리는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어, 무엇이건 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쪽에 진정한 살 길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달콤한 일이며, 너무 좋은 것이다 보니 심술궂은 어른들이 우리에게 포도가 시다며 거짓을 가르친게 틀림없다고 여기에 되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 가즈코

 

인간은 모두 다 똑같다.

이 얼마나 비굴한 말입니까. 남을 업신여기는 동시에 자신마저 업신여기고, 아무런 자부심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말.

맑시즘은 노동하는 자의 우위를 주장합니다. 다 똑같다, 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존엄을 주장합니다. 다 똑같다, 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오직 유곽의 호객꾼만이 그렇게 말합니다. "헤헤헤, 아무리 잘난 척 해 봤자, 다 똑같은 인간 아니감?"

어째서 똑같다고 하는가. 월등히 낫다라고 말하지 못 하는가. 노예 근성의 복수.                                      ........... 나오지의 유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