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이브 저녁에 친구집에 갔다.
그 시간,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너무 심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차는 더디게 달렸고 차에서 내린 나는 숨이 컥컥 막혔다.
그런데 누가 그런다.
"야! 화이트 크리스마스다~~"(온 세상이 희뿌옇게 보였으니....)
이브에는 세 친구의 가족이 모여 늘 함께 밤을 지냈다.
그래서 우리 두 아들은 당연히 친구 집에서 자고 올 거라 생각했고,
그 집 아들도 당연히 우리가 자고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후배가 내일도 출근해야 한다고 하길래
열두시경 자리를 접었다.
그러자 친구 아들 의현이가 우리 아들은 자고 가라고 붙잡는다.(둘 다 여섯살이어서 유난히 서로를 좋아한다. 이번에도 한 달만의 만남....)
덩달아 우리 아들 현호는 의현이를 데리고 집에 가겠단다.
서로 울고 불고 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
오늘 만나게 해 주기로 약속했다.
현호는 아침부터 의현이 언제 오냐고 시계만 쳐다본다.
1시경 친구가 여섯살 의현이와 네살 시은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친구는 자신의 일터로 갔다.
네 녀석은 처음에는 신나서 잘 놀더니
슬슬 여자아이인 시은이를 '따' 시킨다.
그래서 시은이는 내 상대가 되었다.
6시경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하지만 시은이만 엄마 따라 가고 의현이는 남았다.
여기서 자고 내일 저녁에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우리 두 아들과 친구 아들까지 셋이서 노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가끔 티격태격해서 저러다 싸우는 것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스스로 욕구를 조절해가며 유연하게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
대견하다.
특히 우리 큰 아이,
성탄 선물로 사준 장난감 포트리스가 두대 밖에 없는데
셋이서 서로 갖고 싶어 했다.
그러자 한 대는 동생에게 먼저 챙겨주고
나머지 한대는 의현이와 가위 바위 보를 하더니
교대로 가지고 논다.
서로 적당히 협상하고 타협하며 싸우지 않는 모습에서
아이의 성숙함이 느껴진다. 정말 어른보다 나은 모습이다.
현호가 말한다.
"의현아 우리 이제 같이 살자."
"의현아, 하늘만큼 땅만큼 니가 좋아."
우리 큰 아이는 엄마 보다는 솔직한 것 같다.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 놀이로 신이 나 있다.
의현이가 선생님이고
학생이 된 두 아이는 선생님과 그림도 그리고 한글도 배운다.
그런데 의현이의 말과 행동에서 아이의 선생님이 상상이 된다.
작은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호통친다.
"이 그림, 누가 그렸어? 누가 사람을 이렇게 그리래?
손도 없고 다리도 없잖아?"
의현이가 연기하는 선생님, 넘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