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나의 책읽기 2003/12/23 00:10   http://blog.azoomma.com/wangel/110248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팩 글/ 김옥수 역/ 사계절 刊

 

이 책은 '1318문고'라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문학이다.

그래서 책의 분량이 별로 많지 않다.(200쪽 내외...)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는 소설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수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추하고 고달픈 삶의 모습과 시공간적 배경은 틀리지만 그 무게만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마음이 아팠다.

주인공 로버트 팩(애칭은 보브)은 열두살로 셰이커 교도 집안의 아이이다.

아버지는 돼지를 죽이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자신의 이름자조차 쓰지 못한다. 그래서 사인을 해야 할 때도 X표를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은 열심히 공부 하기를 바라고, 자상하면서도 엄격하며 부지런하고 성실한 아버지다.

보브는 어느날 이웃 농장의 소가 새끼 낳은 것을 도와주고, 그 어미소의 목에 있는 혹도 떼어준다.

그 소의 주인은 그런 주인공에게 돼지 새끼를 선물한다.

처음으로 자기만의 유일한 소유물이 생긴 아이는 돼지에게 '핑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극진하게 돌본다.

이웃 아저씨의 도움으로 러트랜드 전시회에 핑키를 출품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예의 바른 돼지에게 준다고 쓰여진 파란리본을 그 전시회에서 받는다. 

아이의 소원은 핑키를 새끼 낳는 돼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핑키는 여러차례 숫놈과 접을 붙이지만 새끼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그해, 사과 나무의 수확은 나빠지고 겨울이 오면서 아버지는 몸에 이상이 생긴다. 사냥총이 없는 아버지는 사슴도 사냥할 수 없게 되자 그해 겨울은 먹거리조차 부족해진다.

아버지는 결국 핑키를 죽이기로 결단을 내린다. 아버지를 도와주는 아이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경험을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아버지가 핑키를 죽이는 순간 보브는 아버지를 미워한다.

'그 순간, 아빠가 미웠다. 핑키를 죽인 아빠가 미웠다. 수많은 돼지를 죽인 아빠가 미웠다.'

그러나 곧 그런 아빠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나는 참지 못하고 아빠 손을 잡아 입맞춤을 했다. 돼지 피와 살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아빠 손에 키스를 퍼부었다. 설사 나를 죽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아빠를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아빠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섰다. 커다란 키 저편에서 겨울의 잿빛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빠 손을 놓지 않았다. 아빠가 나를 내려다보더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면서 다른 한손을 들어 소매로 두 눈을 훔쳤다. 나는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아이가 열세살 생일을 맞은 그 해 오월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상주가 입어야 할 검은 양복조차 변변치 못한 아이는 외친다.

"하느님, 왜 이렇게 가난해야 합니까? 사는게 지옥 같아요."하고...

그리고 아버지를 묻고 돌아서는 아이는, 이제 아버지를 대신할 어른으로 자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