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관련하여 좋아하는 경구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유명한 문호 마틴 발저의 말이다. 필자는 인류가 아득한 선조 때부터 쌓아온 지식이 모두 책 속에 들어 있다고 믿고 있으며, 필자의 가치관도 이제까지 읽은 책들에 뿌리가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바른 독서법에 대한 생각 없이 읽는다면, 오히려 읽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익한 독서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필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알고 경험한 정도만큼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들이 책을 통해서 얻는 지식의 양이나 깨달음에는 많은 차이가 나기도 하며, 심지어는 서로 반대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 사람이 같은 책을 몇 년 전에 읽었을 때와 지금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르거나, 같은 책인데도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그 동안 생활하고 일을 하면서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즉, 그 사람의 지식, 경험의 크기에 따라서, 그리고 현실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왔느냐에 따라서 이해의 정도와 폭이 다를 것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이기도 하며,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며, 다른 사람이 같은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지식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독서에서 글을 읽는 만큼 중요한 것은 사색이다. 책을 읽어서 해치운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책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는 좋은 책 한 권을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을 자신의 경험이나 현재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고, 다른 책과도 비교해보거나 연관지어서 생각을 해보며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책에 나온 내용도 내재화되고 사고의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몇 권의 좋은 책만 집중해서 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편협한 사고 방식을 가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담아놓은 그릇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 현상들은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저자가 여러 측면을 모두 다루기는 힘들며, 저자가 신이 아닌 이상 틀릴 수도 있다. 따라서 책 내용을 무조건 믿고 그와 다른 의견은 무조건 틀리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융통성 있고 열린 사고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책에 나오는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사용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책은 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책은 읽기만 하는 것으로 그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책은 사고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마음가짐의 변화, 생활 습관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실에 반영하지 못하는 지식은 쓸모 없는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생각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지막으로, 책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몇 년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사색하고 책을 읽은 후에 그 시각을 적용하고자 노력했다면 언젠가는 내재화한 지식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