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이진명 詩/ 문학과지성사 刊/ 1994년
결혼 전 이 시를 읽었었다.
그 때 나는 결혼에 대해, 아니 이 세상 일에 대해 시큰둥하던 때였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고은 신부를 봐도, 아기자기 꾸며진 신혼집 집들이를 가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들이, 부모님 사이가 나쁘냐? 남자에게 크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느냐? 하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그 때 읽은 이진명 시인의 시는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나의 그런 상태를 더욱 부추겼다.
그당시 나는 , 아마도 세상에 대해 잔뜩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에 그려진 외로움과 지친 일상은 나에게 무욕으로 느껴졌다.
탄생 이전의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반복되는 갈망은 바로 나의 무의식적 바램이었다.
그리고 서른 일곱을 50여일 남짓 앞둔 요즈음 다시 이 시집을 읽었다.
그 시를 처음 읽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나는 이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고, 욕심을 부풀리는 아이들도 있다. 나는 시 속의 화자처럼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그 시를 닮아 쓸쓸하고 초라하며,시속의 삶을 기웃거리고 있다.
- 헤어지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꼭 같이 있고 싶은 것도 아닌 게야. 헤어져도 같이 있어도 우리 삶은 왜 늘 무엇인가 못마땅...... (중략)
그 옛날 여중고 시절. 그리고 이제 나이 들어가는 친구와 나. 기나긴 세월의 요구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헌신해 왔는지를. 김치를 놓고 실랑이 할 때,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그 묵직한 느낌 지워지지 않는다.
-------------- '괜히 김치를 놓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