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간만에 찾아온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다.
괜히 마음이 들떠서 집안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때 남편의 전화가 온다.
남편의 사진 동호회 전시회가 있는 날이니까 외출 준비하고 기다리라고.....
점심을 먹고 전시회가 열리는 대야미의 '그림 사랑'이라는 까페를 향한다.
그 까페는 전철역에서도 가까웠고 무척 운치 있는 곳이었다.
꽤 되었는지, 까페 앞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풍차는 이미 두개의 날개를 잃은 채였다.
그리고 넓은 마당에는 다양한 소재의 조각 작품들이 있었다.
마당 한 귀퉁이에 파 놓은 작은 연못에는 굵은 물줄기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시간이 정지하고 공간이 비어 버린 듯, 욕심없는 곳이었다.
그 곳의 손님은 동호회 사람들과 그 가족들 뿐인 듯 싶었다.
야외에 전시된 사진들은 아마 냄새가 나는 소박한 사진과 어디서 본 듯한 식상한 소재의 사진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소재의 빈곤이 느껴지는 전시회였다.
그러나 어떤 사진은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약간의 전율조차 느껴졌다.
'서해 I'라는 작품이 그랬다.
그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더니,남편도 그 사람이 가장 실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단다.
잠시만 들렀다가 다른 곳에 가려로 했는데, 남편은 전시회가 끝나는 6시까지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렸다.
즐거워 보인다.
그러나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두 아들을 건사해야 하는 나는 슬슬 화가 나려고 한다.
그 때 남편이 조금만 가면 연못이 있다며 나와 아이들을 끌고 간다.
그 연못은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별로 크지 않은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의 단풍이 무척 고왔다.
땅에는 노란 은행잎이 온통 깔려있었고 선명하고 붉은 단풍과 주황의 단풍이 황홀했다.
시내의 단풍은 색도 칙칙하고 말라버리기까지 하는데, 그 곳의 단풍색은 마치 붉은 빛을 빨아 들인 후 그 기운을 내뿜는 듯 느껴졌다.
그런 단풍색을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결혼하고서는 다니지를 못 했으니 아마도 처음 인 것 같다.
결혼전에는 단풍드는 철이 오면 설악산에 가기 위해 몸살을 냈는데.....잊고 있던 그 기억이 떠 오르면서 새삼 강렬한 그리움에 마음 한 귀퉁이가 슬금슬금 무너져 내린다.
난 언제쯤 다시 설악 단풍을 볼 수 있을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