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글/ 김난주 역/ 민음사 刊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키친"이 두번째다.
처음 읽었던게 "하드보일드 하드럭"이었는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주 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세계, 그 환타지는 이 세상 어디에선가 일어날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에 "키친"을 읽었다.
키친에는 세가지의 이야기가 있는데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이다.
'만월'은 '키친'의 다음 이야기다.
세 작품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다.
'키친'에서는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의 죽음, '만월'에서는 엄마(실제는 아버지지만)의 죽음, '달빛 그림자'에서는 애인의 죽음.
그러고 보니 "하드 보일드 하드 럭"도 죽음이 소재가 된 이야기였다.
"키친"에서 인물들의 상처와 외로움은 내밀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이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작중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하는 것 같다.
절제할 수 없는 감정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인물들의 수고가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그들의 기행에 공감할 수 있다.
어느 때는 쿨하고 때로는 미미한 온기가 담담하다.
사람의 마음을 침잠시키는 허무로 잡아끌더니 어느새 희망이란 밧줄을 던진다.
나는 유이치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잘 안다. 만년필에 대한 그와 그녀의 생각이 질과 무게에 있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세상에는 만년필을 죽기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점이 너무 슬프다. 사랑하지 않기에 알 수 있는 일이다. (키친 中)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 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키친 中)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롭게 숨쉰다.(만월 中)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달빛 그림자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