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밥상으로 천수(天壽)를 누린 영조
기본 주제방 2006/11/11 01:37   http://blog.azoomma.com/ttiamo79/236271
조선시대 왕들을 보면, 채 40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온갖 산해진미(山海珍味)에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수많은 여자들, 거기에 운동부족까지 겹쳤으니 오래 살기를 바라는 자체가 과욕(過慾)이었던 것이다. 자, 이런 가운데 무려 83세까지 살면서 조선왕 중 최장수기록, 최장 재위기간(51년 7개월)이란 기록을 세웠던 영조…. 과연 그의 장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전하, 이번에 새로 들여온 궁녀들인데, 한번 살펴보심이….”

 

“어이, 판내시부사. 너 이 자식아, 개념을 노떼 백화점 바겐세일 해 버렸냐? 내가 여자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알지? 내가 임마, 이날 이때까지 마누라 2명에 후궁 4명으로 버텨왔는데, 또 무슨 여자가 필요하다고…이 자식 달리지도 안은 놈이 뭘 안다고…에이”

 

그랬다. 영조 그날 그때까지 여자랑 별로 가깝지 않았다. 51년 7개월 동안 왕비 2명에 후궁 4명으로 버텨온 영조…. 이런 금욕생활에(?) 더해 영조는 상당히 검소하였는데,

 

“전하, 가을도 다가오는데 이번에 상의원(尙衣院 : 임금의 옷을 만드는 곳)에서 준비한 가을 시즌 신상품으로다가 옷 한 벌 쫙 뽑으심이….”

 

“…너 진짜 개념을 바겐세일 해 버렸구나. 내가 누누이 강조했지? 아나바다 운동 몰라?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그리고 뭐더라? 그래 다시 쓰고, 이 자식 물자 귀한 줄을 몰라요. 이걸 그냥 확!”

 

“전하! 원래 임금의 복색은 한번 입다가 때타고 더러워지면 빨래를 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것이옵니다.”

 

“야야, 임금 옷이 무슨 태극기냐? 입다 버리게?”

 

“아니 거시기, 전통이 그러한지라…. 또 경제도 어려운 이때 전하 같이 가진 분이 돈을 풀어야 소비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대야 돈이 돌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참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하께서 옷을 해 입는다면, 움츠러들었던 나라 경제가 기지개를 펼 것이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됐거든? 나는 그냥 빨아서 입을 거거든? 내가 옷 해 입는다고, 나라 경제 살아나면 앙드레 김 불러다가 재경부 장관 시키는 게 더 빠르겠다. 이 등신스러운 놈아!”

 

영조…무수리의 아들이란 콤플렉스 덕분에 재위 기간 내내 알게 모르게 시달렸던 임금…. 그러나 이런 그의 출신성분은 거꾸로 서민생활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었으니, 조선조 임금 중 가장 검소했던 임금이 영조였던 것이다.

 

“전하, 낮것(오후 늦게 먹는 참. 기본적으로 왕은 일어나서 먹는 자릿조반, 아침수라, 낮것, 저녁수라, 밤참…2식3참을 먹었다…하루 왠 종일 먹는 게 일이었다) 드실 시간이옵니다.”

 

“야야, 내가 말했지! 난 하루에 세끼만 먹는다고! 이것들이 누굴 돼지로 아나? 야, 하루에 5끼나 먹는 인간이 이 세상에 어디 있냐? 아침, 점심, 저녁 세끼만 챙겨먹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이 상 당장 물려라!”

 

“아니 그래도 전하…기왕 차린건데….”

 

“어쭈, 네가 대장금이야? 그럼 내가 임호냐? 맛있구나만 하다가 임금 생활 쫑 내라고? 이 자식이 지금 사극 찍자는 거야 뭐야? 어쭈, 반찬 봐라…야야, 이게 다 뭐야?”

 

“예? 낮것입니다만….”

 

“누가 낮것인지 모른데? 야, 네가 이영애 흉내 내려는 건 알겠는데, 이게 다 뭐냐? 너비아니에, 갈비찜, 생선회, 육회, 편육…. 이게 무슨 추석날 갈비 선물세트 들고 온 것도 아니고, 넌 고기만 먹고 사냐?”

 

“아니 저…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는 것도 섭생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라….”

 

“죽을래? 누굴 성인병 환자 만들일 있어? 무조건 골프장으로 만들어 와! 알았어?”

 

“…저기 그럼 벙커는 어떻게?”

 

“야! 내금위장! 이 친절한 대장금 짝퉁 좀 끌고 가 줄래?”

 

그랬다. 영조는 5끼를 먹어야 하는 임금의 식사를 3끼로 줄이고, 그나마도 12첩 반상(12가지 반찬이 나오는 밥상)으로 나오는 반찬도 줄였다. 그 나마의 반찬도 채소 위주로 꾸렸던 것이다. 이런 영조의 식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원칙이 있었으니, 바로 밥 먹는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는 것이다. 이는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정치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으니,

“저기…전하, 밤이 깊어 가는데, 오늘 토론은 여기서 접고….”

 

“어이 영의정, 너 끝장 토론도 못 봤어? 장사 원투 해? 꼭 뭐 싸다 만 느낌으로 맹숭맹숭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끝장을 보자고.”

 

영조는 대신들과 정치현안을 가지고 싸울 때면, 꼭 끝장토론식으로 그날 해결하려고 하였는데, 밤이 돼 가면서 대신들은 하나둘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배고픔을 참아내야 했다.

 

“앗…밥 먹을 시간이구만. 내가 밥 때 하나는 칼같이 지키잖아? 내가 밥 먹고 올 동안 생각들 잘하고 있어라 알았지? 아, 그리고…대전 안에서는 음식물 취식 금지인거 알지?”

 

“저기 전하…저희도 잠시 도시락이라도….”

 

“어쭈 맞먹냐? 임금이 밥 먹는다고, 대신들도 따라 먹어? 이것들이 개념을 전부 바겐세일 했나…. 한따까리 하기 전에 조용히 짱 박혀 있어라.”

 

이리하여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 영조는 쫄쫄 굶은 신하들을 데리고 끝장 토론을 하게 되는데,

 

“끄윽~, 어이구 잘 먹었다. 그래 어디까지 했더라? 어이 영의정!”

 

“거시기…전하 하시고픈 대로 하세요.”

 

이렇게 되었던 것이다. 자기는 밥 먹고, 신하들을 굶게 만들어 토론을 자기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갔던 영조…. 영조에게 있어서 밥 먹는 시간은 자기 건강을 위해서도, 그리고 정치적인 목적에서도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선천적으로 초식을 즐겨했고, 과식했지 않았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밥시간은 꼭 지켰던 영조…. 83세 수명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