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엄마’ 제인 구달 박사는 음식점에서 종업원들이 무작정 물을 따르지 못하게 한다. 물을 마시겠다는 사람에게만 따라주라고 말한다. 강연회 연단에 놓인 물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냥 놔두면 버려질 물통을 강연이 끝난 후 항상 들고 나온다. 안전하게 마실 물이 부족한 사람들을 보아온 그에게는 물 한 컵도 허투루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사소해 보이는 일까지 그리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당면한 커다란 문제가 많은데 고작 조금씩 버려지는 물이라니. 제인 구달은 ‘희망의 밥상(harvest of hope)’에서 이런 작은 실천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는지 들려준다. 집에서 차리는 밥상이 인류의 건강과 지구 생태계를 바꾸는 혁명이 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농경 방식이 산업형 농업으로 바뀌면서 우리네 밥상은 위험한 먹을거리들로 가득 차게 됐다. 거대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둔다. 무분별하게 뿌려진 화학비료, 살충제, 제초제는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에 섞여서 결국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살충제 남용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거대 농산업체들이 선택한 대안이 유전자변형식품(gmo)이다. 이들 기업은 이런 작물이 살충제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물조차 본능적으로 gmo를 기피하고, gmo를 먹인 동물이 면역체계나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례는 그 위험성을 보여준다. 닭과 돼지, 소 등 육류의 사육 방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성장 호르몬이 주입되고, 유전자 변형 작물이 사료로 쓰인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병에 걸리기도 쉽다. 이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항생제가 남용된다. 가금류 처리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사소한 상처에도 항생제가 듣지 않아 죽음에 이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산물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기업적인 어류 양식장은 물에 떠 있는 가금 농장과 다를 바 없다. 왕새우나 연어, 대구 등 각종 해산물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으로 몸집을 불린다. 양식이 늘어나면서 전세계의 강과 바다는 양식장이 배출한 오염물질로 채워지고, 이 안에서 다시 생선들이 대량 생산된다.
제인 구달은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채식을 늘리고 육식을 줄이며, 내 고장에서 나는 제철 유기농을 먹으라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소규모 자영농을 되살리고 동물을 해방할 수 있다. 나와 인류, 지구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소비자가 원하면 바뀔 수밖에 없는 게 상업이고, 그러면 제조업과 농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깐깐하게 따져서 좋은 식품을 사고 무엇을 원하는지 전달하자. “변화를 이끌어 갈 원동력은 바로 우리, 평범한 대중들이다. 먹을거리를 사러 시장에 갈 때나 식당에서 식사 메뉴를 정할 때마다 우리가 하는 선택이 차이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