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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강사를 만나면 보통 아이의 성적이 오르게 된다. 강사가 교과를 잘 정리해서 설명하니 교과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배우는 게 모두 이해가 되니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뿐이다. 그래서 그 중에서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나오고 또 그 중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매우 잘 하게 된다. 그러나 운이 좋은, 즉 과외 결과 공부를 잘 하게 된 아이들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행운을 누리기 어렵다. 오히려 좋은 선생 만나서 아이가 바보 되는 경우가 많다. 잘난 선생이 모두 정리해서 주니 아이는 가만히 듣기만 하면 되고 스스로 공부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없으니 아이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것은 다 빌려도 공부 머리는 빌려서는 안된다.
물론 김 전대통령처럼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그가 국가 경영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고 각 분야의 전문가의 머리를 잘 빌릴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남의 머리를 잘 빌릴 수 있는 머리만 있다면 이를 통해 대통령 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처럼 남의 머리를 빌려서 사용하고 싶다면, 그럴 만한 위치에 올라갈 머리가 있어야 하고 또한 그랬을 때 남의 머리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머리도 있어야 된다. 남의 머리를 빌리기 때문에 내 머리가 나빠도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내 머리가 더 좋아야 남의 머리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배움은 남의 머리를 빌려 자기 머리를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둘 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빌리는 자의 머리가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교사의 머리에 지적 자극을 받아 학생의 머리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머리들이 주변에 있어도 학생에게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세기의 천재에게서 배운다고 해도, 그에게서 지적 자극을 받아 아이가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고 단지 구경꾼에 머문다면, 교사의 천재성은 아이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
차라리 아이의 사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평범한 교사가 그보다 훨씬 낫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서 배우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배울 때 어떤 생각을 하게 하며 어떻게 아이의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치명적 폐해 중 하나는, 아이가 교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고력 개발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비록 탁월한 교사에의 의존이 단기적으로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측면에서 그것은 아이의 잠재 능력 개발을 제한한다. 현행 과외에서 수업은 설명식으로만 이루어져서 아이의 수업 참여가 수동적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공교육’도 받는다. 그리고 학원 또는 과외 시간에도 또 그런 수업을 받는 것이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 많은 수업을 받고 난 후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가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선생님들이 워낙 정리를 잘 해 주셨기 때문에 아이는 자기 머리를 사용하여 스스로 그것을 정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선생님들이 설명해 준 것을 다시 정리하며 기억력에만 의존하여 시험을 대비할 뿐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머리가 아닌 선생의 머리를 의지해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단기 시험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과외에 주로 의존하여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 중 상당수가 대학 공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양대 입학관리실에서 작성한 ‘한양대 재학생들의 5년간 학업 성취도 분석’ 자료에 의하면 비교적 사교육 혜택을 많이 받은 수도권지역 학생들, 특히 강남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전반적으로 낮게 나온 것이다.
이 현상은, 사교육을 받으면, 실력 없는 애들도 자기 실력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그것이 아이 실력 향상을 치명적으로 저해하고 있음도 의미한다. 과외를 받아서 비록 좋은 대학을 갈 수는 있었지만, 그 과외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음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남의 도움을 받는 데에는, 그만큼 자기 실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도움을 받지 않고 ‘잘 하지 못하는, 어떤 행동’을 잘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어떻게 도움을 받느냐이다.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자기 진짜 실력도 키우면서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대학, 특히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공부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시험에 출제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기억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외 내용들도 중요도 순으로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문제가 나오든, 그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기억하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해 주는 학원 또는 과외 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대학 입학에 절대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정리된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라 공부 내용 가운데서 핵심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사고력이다. 즉, 기억력은 사고력 중에서 가장 하위에 속하는 것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그리고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배울 때, 아무나에게 배워서는 안되고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대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때 그의 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배움이다.
그런데, 현재의 사교육은, 선생의 능력을 아이의 것으로 만드는 것, 즉 선생이 아이가 지적 능력을 갖추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선생의 능력을 잠깐 빌려서 무조건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일이든, 남이 대신 해 주면 그 일을 잘 하기 어렵다. 잘 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코치를 받으면서 아이가 직접 해야 한다. 스스로 직접 해 봐야 아이가 자기 실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행 과외를 통해서 아이가 좋은 대학도 가고 자기 실력도 키우고 싶다면, 과외가 선생 주도의 일방적 지식 전달 과정이 되어서는 안된다.
선생이 공부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정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김민숙 홈스클 http://www.cyworld.com/kmshome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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