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님의 휴가
sunyhouse방 2004/02/02 11:41   http://blog.azoomma.com/suny2683/115013

 

어제 모임을 하고 집에 돌아와 취기도 아직 남아 있고 또 금욜날부터 찌푸둥하던 몸을 녹이고자  집에 들어 오자 마자 한숨 잠을 청하였다...

그때까지 남편은 컴을 하고 있었고...  혼자 점심을 챙겨 먹었는지 씽크대에는 설겆이만 몇개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찬바람 쐰것이 좀 과했나부다

목이 더 아프고 몸도 힘들고 그랬다...

 

한숨자고 일어나 저녁밥을 할 요량으로 먼저 밀린 설겆이부터하고 쌀을 꺼내려 하니 남편이 한마디 한다.  밖에 가서 맥주나 한잔하지.... 에구... 비싼 돈주고 뭐하러 밖에 가요. 그냥 집에서 밥해서 묵자... 했더니 아니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

이럴때는 그냥 군소리 말고 남편을 따라 가야 한다

뭔가 할말이 있는지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길 원했다

 

일욜날 그것도 밤시간이라 그러지

길에 음식점들은 거의 불이 꺼지고

갈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회사근처 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저녁겸해서 소주 한병을 시키고

남편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회사 그만 두었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지난번에 몇번 이런 이야기를 했던 (실직에 대한 예상을 말했던 남편)

조금 생각보다 일찍 이런 시기가 온거 같다고

본인도 조금 당황한듯 했다....

 

구정 지나고 일 안하기로 했다고

아마 회사가 힘들어 정리 단계에 들어간 모양이다.

 

나는 아직 여유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편안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였고

남편도 이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꺼 같다.

그래도 남편은 내가 편하게 대해 줘서 그런지

연신 나에게 미안함을 표현했고

그런 표현을 하는 남편이 더 안타까워 보였다.

남편은 섬유 무역일을 하던 사람인데

이제 이쪽으로는 더 이상의 전망이 없다고

다른 직종을 알아보겠다고 했고

자기가 이래뵈도 해병대 출신이고

연약해 보여도 그래도 남자라고 의기양양한 표현을 하였다.

 

그래도 남편이 이런 모습을 보여 주어서 조금은 좋았다.

 

오늘 남편은 회사에 업무 인수 인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낼 부터는 백수다

내가 어떻게 지혜롭게

사랑하는 남편에게 위로가 되고 그의 연인이 되어 주어야 할지

내 스스로로도 내 맘을 잘 관리하고 싶다.

어려울수록 남편의 의지가 되어 주어야 할텐데.....

괜한 일로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어려울때 일수록 서로 자존심 구기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말 조심도 하고.....

 

조금은 어려운 시기가 되겠지만

이런 시기를 잘 보내고

남편 하고자 하는 일에 발을 딛기를 바라며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남편은 구미로 내려가자고 하는데.....

새댁이 가까운 곳으로

그저 지금은 생각이 많을 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끝낸 남편은 집으로 돌아와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다시 밖으로 나가더니 맥주를 서너병 사왔다....

나는 힘들기도 하고 이미 술 취기가 있었지만

그냥 남편혼자 술먹으라고 하기가 뭐해서

남편과 맥주를 몇잔 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은 이내 코를 골고 잠자리에 들고

술에 취했는데도 잠에 들지 못한 나는 그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잠을 들지 못하다가

그러다가 잠들었겠지....

 

힘든 이 시기를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길 기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