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달리다 숨이 차면 제 목을 물어뜯어
끓는 피들을 풀어 놓는다지
숨차게 달리는 말잔등에 재빨리 올라타
칼날처럼 바람을 가르며
저 뿌연 벌판을 오싹한 전율로
마침내는 말고삐도
박차도 내던지고
바람조차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의 목덜미도
말의 머리도 없이 달려 봤으면
머리에는 화려한 새의 털을 꽂고
얼굴에는 날선 바람의 칼자욱으로 부적처럼 그리고
말뱃가죽이 뚫어지도록 박차를 가해
나는 달리고만 싶은데
끼야호! 창과 활을 높이 든
인디언 전사처럼
달릴 줄밖에 모르는 말 위에서

* 이 글은 정끝별님의 시입니다.
좋은시 97이라는 책은 삶과 꿈에서 출판된것으로서 97년에 새롭게 발표된 시를 모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