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에서
시방 2003/12/08 17:30   http://blog.azoomma.com/suny2683/108685

 

 

 

 

 

주막에서

 

                - 도끼가 내 목을 찍은 그 훨씬 전에 내 안에서

                   죽어간 즐거운 아기를(장쥬네)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어귀에서 서툰 걸임인 양

밤은 깊어 가는데,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니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 이 시는 천상병 님의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