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즈음..
종강을 하고도 계속되는 아르바이트로 집에 올 시간이 없다는 큰아이
얼굴이라도 한번 볼량으로 대전을 갔었다.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잠시 얘기를 나누다 돌아오는길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를 막 넘어가고있었다.
내친김에 시댁을 들러서 가기로 생각하고 고속도로를 들어섰다.
청원쯤 오다보니 도로가 밀리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일요일이다.
국도로 갈걸...하는 생각을 잠시했지만
이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걸 어쩐담 그냥 가야지...^^
대전에서 안성까지 보통 4~50분거리지만
오늘은 쬐금 더 걸릴거같다는 생각을하며
안성에 도착하니 다섯시가 가깝다.
예고없이 다 저녁때 들이닥친 큰며느리를 보더니
시어머니 놀라신다 이 저녁에 어쩐일이냐고.....
동서내외는 동네에서 모임이 있어서 나가고 없었고
늘상 그렇듯 사들고온 소주로 술상을 차리니 그만두란다.
오늘은 벌써 꽤 많이 드셨다면서..^^
오늘이 요즈음 시댁에서 함께 살고계신 동서의 친정어머니 생신이시란다.
그래서 술 못드시는 안사돈 대신해서 시어머니께서 혼자 드셨다고......
생신인줄 모르고 갔으니 당연히 선물도 준비를 못한터라
사돈어른의 속옷이라도 하나 사드릴 셈으로 시내를 나가려는데
시어머니께서 살짝 부르신다.
들어오다가 통닭 한마리 튀겨오라신다.
딸네집에서 보내는 생일에 사돈어른 마음이 언짢을거라고
그거라도 놓고 마음나누기를 하시고싶단다.
순간
우리 시어머니
참 마음이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시어머니께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딸이므로....
나도 아직은 친정어머니가 살아 계시므로......
통닭을 사다 두분 어머니들과 그때까지 돌아오지않은 동서내외는 제외하고
조카아이들과 작은 파티를 하고
늦은밤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자고 가란다.
이 야심한 밤에 혼자 운전하고 가는거 불안하다시며...
다른날보다 완강하신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기로 하고 하루밤을 지내고
다음날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상을 치우는데
앞집 옆집 할머니 두분이 음료수 한 병씩을 들고 들어오신다.
사돈어른의 생신 축하해주러 오셨단다.
어젠 식구들끼리 있을거라 못 오셨다며
술을 못하시니 음료수라도 한 잔 하셔야된다며..
그렇게해서 또 작은 생일파티를 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할머니들의 작은 라이브콘써트...
아!!!
이런거구나.
마음나누기라는게.......
그랬다 그랬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동행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사심없이 있는 그대로 나누는 따뜻한 마음들......
시어머니의 마음도 고맙고 이웃집 할머니들의 마음도 고맙고......
그래서 내마음도 따뜻하고 행복한 날이었다.
이다음에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먹으면
나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