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이야기.....(펌)
뱃길로 따져 경기도는 물론 이 나라 서해안에서 멀기로 손꼽히는 연평도.
한 시절 이 조그만 섬 마을이 풍요로운 어촌의 한 상징처럼 여겨졌던 까닭은 바로 조기파시 덕이었다.
50년대에서 60년대까지의 연평도의 전경은 서해의 먼 섬이 아니라,
부산이나 목포처럼 대도시 항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조기잡이 안강망 어선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때 몰려든 어선수가 대충 2,000여 척으로 ‘포구에서부터 바다 저 끝까지
앞 배의 고물에 이물을 물고 늘어서 있어 장관이었단다
동해안에는 명태가, 또 서해안에는 조기 떼가 몰려들던 그 시절,
연평도는 칠산바다(위도 근해)와 함께 가장 큰 조기파시가 섰던 섬이었고,
일제암흑기에도 음력 4월에서 5월에 이르는 조기 철이면
‘연평도 하루 위판액이 조선은행 1일 출납액 보다 많다’는 말이 떠돌았단다.
어찌하였든지 이런 저런 전설 같은 얘기를 담고 추억 속으로 들어간 조기파시가 연평도의 봄날이었다면,
닻자망, 유자망 등으로 꽃게며 새우를 잡아 생활하는 연평도의 오늘은
글쎄, 벌이로만 치자면 그때만 못하니 겨울을 앞둔 늦가을쯤이랄까.
이 나라 동서남해안에서 나는 게의 종류들이 다르듯이 그 잡아내는 어법도 다양한데,
옹진군 연평도 어부들이 꽃게잡이에 내세우는 닻자망이란 양끝에
닻을 단 그물을 수심 20~30미터의 바닷속에 고정시켜 놓고는 밀물 때 밀려들어온 꽃게나
새우 따위의 어획물을 걷어들이는 고정식 어법이다.
덕적도 어부들의 유자망이란 꽃게가 무리 지어 다닐만한 해역에 그물을 드리워두었다가
물때에 맞추어 옮겨 다니던 꽃게가 가는 그물 줄에 얽히게 하여 잡는 이동식 어법이다.
이중 어느 방법이나, 대형 선박들이 그물로 훑듯이 잡아내는 꽃게와는 신선도 등
상품의 차이가 있어 저자에서 제 대접을 받는단다.
한편, 예로부터 사방 천지에 흔한 어물 중 하나인 게 바로 이 꽃게이고 보니,
그 불리는 이름도 많았고 또 온갖 ‘구설수’에도 자주 올랐다.
단단한 껍질과 옆으로 걷는 걸음걸이를 보고는 ‘횡행개사(橫行介士)’라 했고,
그 비틀걸음 탓에 예로부터 점잖을 떠는 선비들이 먹기를 피했다.
더불어 창자가 없다 하여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다소 그럴듯한 이름을 얻어듣기도 했으되, 실제로는 창자가 없는 게 아니었다.
입에 이어진 소화기관의 대부분이 머리가슴 속에 있으며
배를 지나가는 창자가 가늘고 짧기에 그리 억울한 이야기를 들은 듯하다.
특히, 게의 생김이나 행위를 빗댄 말도 많이 전해 내려온다.
눈치를 보면서 옆으로 걸을 때 ‘게걸음 친다’거나, 음식을 빨리 먹거나
어떤 일을 빨리 해치울 때는 ‘게눈 감추듯 한다’는 말이 자주 쓰이며,
천성을 감출 수 없음을 일컫는 ‘게 새끼는 나면서 집는다’ 라거나,
애쓴 공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게 잡아 물에 넣는다’ 등
게의 입장에서 보면 썩 달갑지 않은 말 들이 많다.
특히,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 때 사람들은 ‘게거품을 문다’고 하는데, 실제 자기네들은
갯벌 등 뭍에서 숨을 쉴 때 촉촉이 젖어있던 아가미 속의 산소가 떨어질 때 입 옆의
작은 구멍(출수공)을 통해 내뿜는 일종의 ‘위험신호’이지 흥분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편, 꽃게는 그 몸통이나 다리 곳곳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이 돋아 있어 제상에 오르지 못한다.
차린 젯밥을 드시러 오셨던 조상이 그 가시 때문에 상 앞에 앉지 못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반면, 옹진군 등 경기도 섬 마을에서는 이 날카로운 가시를 돋보이게 하여
문설주에 달아매고 온갖 부정한 것의 근접을 꾀하기도 한다.
‘조금 물 또랑게’, 그믐 암 꽃게가 최고다
9월부터 시작되는 서해안의 가을 어기면 저잣거리 어물전에서 인기를 끄는 갯것 중 하나가 바로 꽃게.
특히 등 껍질과 배를 사이에 두고 눌러보았을 때 단단하게 버티는 암놈이라야 최고로 쳐준다.
그런 암놈 중에서도 그믐에 잡은 노랗게 알이 밴 놈을 ‘조금물 또랑게’라 불리며 제값이 나간다.
꽃게는 갯것 중 대표적인 야행성이어서 밝을 때는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고
모래나 펄 속에서 잠을 자거나, 그저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는
사방이 어두워질 무렵이라야 먹이를 먹거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꽃게요리
꽃게요리는 주부의 손맛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그 대부분이 꽃게매운탕으로 손쉽게 만들어 먹지만, 지역이나 솜씨에 따라
꽃게찜, 꽃게장, 무젓이란 요리로 손님상에 올리기도 한다. 이중 가장 보편적인 게 간장게장인 듯한데,
만들기도 어렵지 않거니와, 만들어 파는 이도 많은 까닭이겠다.
한편, 게는 일단 열을 가하면 빨갛게 변하는데,
이는 게딱지와 발에 있는 아스타크산틴이라는 색소성분이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고,
열을 가할 경우 색소의 단백질이 변해서 색소 성분만 남기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게의 성분에는 단백질의 함량이 단연 으뜸이고, 이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발육기 어린이에게 더없이 좋은 영양식이다.
특히 지방 함량이 적어 맛도 담백하고 소화성도 좋아 병후 회복식으로도 그만인데,
고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비만증, 고혈압, 간장병 환자에게도 유용하단다.
한편, 꽃게를 먹을 때는 신선한 야채와 더불어 먹으면 좋고,
반대로 꿀이나 감은 ‘게와 궁합이 맞지 않아’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단다.
게가 산성식품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