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전 나를 알고 있는
우체국 직원의 배려로 집으로 보내온
아들아이의 소포를 사무실에서 받았다
아이가 입대를 한 지 열하루가 지난날이다
"장정 소포" 라고
굵은 글씨체로 쓰여진 아래쪽에
"이 소포물은 귀댁의 자제가
입영시 착용했던 옷과 신발입니다"..라는 길다란 제목에다
* 위 보내는사람 주소로 수신불가 * 라는 덧붙임 까지 달고...
큰아이는 입고 갔던 옷과 신발을 집으로 보내지 않아서
장정소포라는건 처음이었다
소포를 받는 순간 왜 눈물이 나는지.........
마침 점심시간이라 집으로 와서 확인한 내용물속에
아이가 입던 옷과 신발이 들어있었다
차곡차곡 개켜져서 가지런히 놓아진 옷가지 위에 올려진 신발을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가 입었던 옷과 신발이 처음 보는것도 아닌데
왜 더 반갑고 괜시리 눈물 났었는지....
근데.........
뭔가 꼭 있어야 할 한가지가 빠진거 같다
편지............
상자속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옷가지를 털어보았다
뭔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봉투도 없이 쓰여진 편지 한 장 그리고 주민등록증이었다.
☆ 어머님 받으세요.
"생각보다 별 문제없고
변함없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뭐 이런 말들로 안심이라도 시켜드리고 싶은것이
착한 아들의 효심이지만
실제로 겨우 이틀이 지났을뿐이라서
그런말도 할 형편이 안됩니다.
지금까지 한거라곤
군복외 약간의 물품들을 지급 받은것과
특기병 선발이라는 미명아래
칠백여명을 뙤약볕 아래 세워놓는
만행의 피해자가 되었다...라는 것
정도일 쯤 싶습니다.
아마도 이틀이 더 지나서
훈련소로 호송이 된 이후에야
"군인"이 된 실감이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볼펜을 들고오지 않은 이유로
후배녀석의 펜을 빌려서 쓰는
일기, 글들이 적잖은
위안이 될 듯 싶어서 다행스럽습니다....
..... 역시 시간이 좀 흐른 후에나
이야기할 내용이나 투정하고
부탁할 이야기가 떠 오를듯 싶습니다.
그저 지금은 충분히 건강하고,
충분히 심심해하고 있다고 해 두면서 줄이겠습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길.....
둘째 아들 올림.........☆☆☆
입대 후 이틀째 되는날 쓴 편지였다
울아들
지금쯤은 충분히 심심해하지 않을거 같다.
이제 내가 쬐금 더 바빠질거 같다
아들아이와 열심히 편지 주고받기를 해야하니 말이다.
내 아들
자랑스러운 대한의 남아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2002.4월...........
☆ ☆ ☆ ☆
시간이 참 빠르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하고도 절반이 더 지났으니........
내일은 아들아이를 만나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