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핑계삼아 모셔온 시어머님과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이랑 꽃박람회를 둘러보고 근처 온천에도 들러 돌아온날 저녁
아직 남편은 퇴근전이었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따르릉~~ 전화벨 울리는 소리...
"얘 나다" 홀로 계신 친정엄마였다
"내일이랑 모레 시간이 나서 보원(남동생 아들)네랑 니네집 들리려고 그러는데
나 데리러 올래? 보따리가 몇개 있어서........ 라는 전화였다.
이걸 어쩌나!!!
안간다고 할수도 오시지말라고 할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차만 타면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하셔서 멀리 산다고
이곳으로 온지 몇년이나 됐는데도 우리집에 한번도 못 오셨던 엄마셨다
물론 우리집보다 더 먼 남동생네는 말할것도 없고...
보름전쯤..
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다
다음달에 딸하고 여행가실래요
한번도 못가본 아들네 집도 가보시고...
나 이번달까지만 일하고 회사 그만두거던요.. 라고
그때 엄마의 대답은 한마디로 나 못간다 였었다
장거리 여행할 자신이 없으시다면서...
그런 엄마가 마음이 바뀌셨는지 시간을 내시겠다는 전화가 왔는데
모시러 못간다고 할수도 없고 오시지 말라고 할수도 없지않겠는가...
잠깐 생각을 하다가
엄마에게 금방 연락을 하겠다고 하고 엄마와 통화를 끝냈다
마침 집에와 계시던 시어머님께 친정엄마가 오신다니
내일 함께 가시자고 말씀드렸더니 다행히도 선선히 그러겠다고 승낙을 해주셨고
아직 퇴근전인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가서 모셔 오잖다 금방 들어오겠다고...
부랴부랴 저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서 엄마를 모시고 내려오니 새벽1시가 넘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은 내게 "당신이 힘들겠네 조심해서 잘 다녀와" 라며 두툼한 용돈봉투를 쥐어준다
아침을 먹고 10시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일단 동생네가 있는 광주로 가기로했다
거기서 동생네와 합류해서 서해 끝자락을 한바퀴 돌고 올 요량으로......
오후 3시쯤 광주에 도착해서 동생네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동생네와 그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처음으로...
어쩌면 다시는 하기 힘들지도 모를 두 어머니와의 짧은 여행..
고혈압이 있어서 음식을 가려야하는 친정엄마와
애주가에 속하시는 시어머니의 입맛 맞추랴 조금은 신경이 쓰였지만
이젠 힘들어서 어디 다니는것도 못하겠다시면서도
몇시간씩 좁은 차속에서도 힘든 내색 안하시고
며느리가 운전하는 차 타고 이렇게 먼 곳에 와보기는 첨이라며
며느리가 마냥 신기하고 이쁘다구 좋아하시는 시어머니....
돌아오는 길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오면서
이곳은 어디구요 이곳은 계룡산자락이구요 라는 내 설명에
얘가요~~ 길도 아주 잘 찾더라구요 라며 은근히 딸 자랑을 하시는 울엄마..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셨다고....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시는 두 분 덕분에 나자신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굳이 여행이랄것도 없는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될수만 있다면 이런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친정엄마는 돌아오는날 서울로 모셔다 드렸고 시어머니는 다음날 모셔다 드렸다
두분 모두 사시는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