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의 사흘째
기상 콜이 울리기전 일어나 부지런을 떤다
어제 발 맛사지를 받은 효과가 있나보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 간사해서 이렇게 작은 모든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모양이다
일찍 일어났으니 남들 일어나기 전에 로비에서 기념사진이라도 한장 찍자며
동생과 함께 로비에서 두사람이 서로 한방씩 찰칵거리고 식당으로...
오늘의 첫번째 일정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천단공원이다
어딜가나 관광지란 북적거리는 모양이어서 이른 시간인데도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천단공원에 도착하자 안내하던 가이드 얘기가
오늘은 중국사람들의 여가시간을 잠시라도 엿볼수있을 거란다
정말 이었다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맨처음 눈에 들어오는 풍경..
크고 작은 붓으로 꽤나 큼직해보이는 물통에서 물을 찍어 땅바닥에다 붓글씨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일행중 한 사람이 지나치다 한번 해보고 싶단다 해서 현지가이드가
어떤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노인에게 한번 해보면 안돼냐고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여자라구...^^
그런다고 그냥 갈 한국사람들이 아니지 않는가..^-^*
자칭 조폭4인조라며 시종 우리들을 웃기기도 하는 4명의 사나이중 한사람이 나섰다
붓을 받아들고 한문을 멋있게 써보인다 대한민국이라고..
그리고 곁들여 자기 이름까지 우리와 주위에 있던 다른사람들까지 박수 박수....
저쪽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모두 그쪽으로...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 한무리의 사람들이 볼륨댄스를 추고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도저히 이런 공원에선 안할 것 같은 취미생활이다
그 주위에선 부채를 들고 부채춤을 추는 사람
길 한켠에 자리를 깔고 마작이라는걸 하는 사람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는 제기차는 할머니(정말 흉내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것 같았다)
숲 속 한켠에는 그 유명한 태껸이라는걸 하고있는 수십명의 사람들
바이올린을 멋있게 켜고 있는 할아버지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
공원 간이의자에 앉아 크고 작은 가방이며
모자, 악세사리를 뜨게질을 하는 많은 사람들(팔기도 하고 있었음)
그 넓은 공원에 곳곳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었다
주위사람들을 전혀 개의치않고 여유롭게 여유시간을 즐기고 있는
그 사람들의 일면을 보았고 약간은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광활한 넓은 대륙에서 사는 사람들이어서 모든게 여유로운 모양인지....
천단공원을 뒤로하고 유리창거리로...
이곳은 명조때 축성에 사용하는 유리기와를 굽는 가마가 있었기 때문에 유리창이라고 불린단다
우리나라의 인사동 거리쯤이라는데 별로 표시나게 다른건 없는거 같은 느낌이었고
가이드의 얘기가 요즘엔 그곳도 골동품이나 고서가 진품이 거의 없단다
잠깐 찻집 구경도 하고 골통품점도 구경할 시간이 주어졌다
구경을 할 샘으로 근사해보이는 찻집에 들어갔더니 시음용 차를 마시란다
중국에서 가장 흔히 마시는 쟈스민차란다
동생이랑 둘이 한잔씩 마시는데 쟈스민차를 봉지에 담으면서 가격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둘이 눈을 마추치며 잠시 난감해하다가(우린 차를 살 마음이 없었으므로...)
안사겠다고 하고 찻집을 나오는데 뒤통수가 근질거리는 느낌이었다
밖에서 눈요기만 하기로 하고 유리창거리를 둘러보는중
리어카에 실린 까만 무언가가 보였다
연탄이었다
요즘의 우리나라에선 별로 사용하지않는 연탄이지만 괜히 왜 반가운지..
연탄이 우리나라 연탄보다 작았다 둘레는 거의 같았는데 크기가 1/3쯤 되는거 같았다
앙징맞고 귀여워서 사진을 한장 찍겠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러란다
중국사람이 웃는건 처음 보는거 같다
그 사람들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더니 두손을 내저어며 설래발을 친다
우리만 찍으라고.. 그리곤 저만큼에 서서 우리보고 웃으란다..
자기네들은 잘 웃지도 않으면서...
골목을 돌아 나가니 조그만 골목시장이다
야채며 과일을 파는곳 닭집, 튀김집, 호떡같은 빵도 보이고...
우리나라의 동네 골목시장쯤 되는것 같았다
구경을 좀 더 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다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로...
이화원.. 서태후의 별장이었다는... 북경에서 가장 큰 공원이란다
서호 라는 거대한 호수를 만들기위해 파낸 흙으로 산도 만들었다고...
호수를 끼고 서태후가 산책을 했다는 산책로를 걷는 것만도 족히 2.30분은 되는거 같았다
서태후...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위해서 무서운일도 서슴치않았다는 대단한 여장부였던거 같다
성씨가 서씨여서 서태후가 아니라 서쪽에 사는 왕후여서 서태후라는것도 처음 알았고...
그런저런 사연들을 접어두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위해 배를 타려는데 또 미아발생이다
엊그제 할머니 두 분중 7순이신 할머니다
지난번 처럼 또 먼저 가신건 아니겠고 길 한모퉁이도 아니고 모두들 배에서 내릴수도 없고
한참을 기다리다 또 가이드 한사람을 남기고 우리만 먼저 호수를 건넜다
(우리 일행만 타고있는 배가 아니었기 때문에...)
할머니도 다행히 다음 배로 호수를 건너 오셨는데 이번에는 할머니께서 너무 서운하신 모양이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가이드를 향해 큰소리로 나무라신다
가이드가 왜 있는거냐구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있는게 아니냐구....
여러사람이 나서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묵묵히 할머니의 꾸중을 듣고 있는 가이드도 안돼보이고
혼자만 소외 당한거 같은 마음이었을 할머니도 안돼보이고...
여러사람과의 여행은 새로운 만남으로 하여 좋은점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친다
더군다나 말도 통하지않는 남의 나라에서...
할머니께선 우리들의 생각보다 서운함이 큰 모양이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이사람 저사람에게 서운함을 얘기하셨고...
(아마 나이가 드셔서 젊은사람들보다 좀 더 많이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서로서로 조금씩 더 양보하고 조금씩 더 나 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하는 하루였고
여태까지 중에서 몸도 마음도 가장 피곤한 날이었다
그래도 이제 내일이면 언제 또 올지모르는 북경도 마지막인데...
아쉬움에 잠깐 근처라도 한바퀴 돌아보고 싶은데... 가이드가 안된단다
그것도 여자들만은 더 위험해서... 그래서 동생과 둘이 숙소 바로 앞
간이주점에서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 한 잔 하는걸로 북경에서의 마지막 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