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출에서 막 돌아온 내 뒤를 이어 울리는 현관벨소리
남편은 지금 귀가 중이라고 했고
이 야심한 시간에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며
누구세요?...했더니 옆집이란다
내가 외출을 하고 없는 사이 소포가 왔더란다
마침 옆집 애기엄마가 밖에 있어서 대신 받아 놓았었다고...
그 속엔 순백의 눈송이 같은 모양을 한 원형의 레이스 식탁보와 시집과 수필집 한권이 들어 있었다
오늘이 4학년 끝반쯤의 내 생일이니... 평생 잊을수 없는 귀한 생일 선물이다
레이스를 가슴에 안고 시집을 펼쳤다
제목을 훑어보다 낯익은 제목의 시의 페이지를 펼친다.
언젠가 그가 내게 전화로 불러준 시 였었다
삶의 수를 놓으며(김영규)
수를 놓는다
한 땀, 한 땀
어제를 놓고, 오늘을 놓고,
웃음을 놓고, 눈물을 놓고.
하-얀 옥스퍼드 위에 그려지는 그림
실을 바꾸어 수를 놓는다.
사랑을 놓고, 이별을 놓고,
유년을 놓고, 성년도 놓고.
손끝에서 흘러 나오는 아름다운 세상
잠시,
잡념 속에 끝 무딘 바늘이
손끝을 찌른다.
방울방울 손끝에 선혈....
아롱지며 떨어지는 장미꽃잎, 꽃잎들.
문득 눈을 들어보니
실 선택이 잘못 되었네.
어제를 뜯고, 오늘은 뜯고,
이별을 뜯고, 눈물을 뜯고.
쪽가위를 들어 모두 자른다.
모두 버린다.
뜯어버린 사랑이, 이별이
어지러이 흔적을 남기고...
다시 새로운 실을 들고 수를 놓는다.
오늘을
내일을
웃음을
그리고 행복을.
***
뒤이어 귀가한 남편
생일을 축하합니다 라며
안개꽃속에 둘러쌓인 붉은 장미 꽃다발을 동화속의 기사처럼 두손으로 바친다.
작고 앙징맞은 케익과 함께...
며칠전 남편과 함께 tv를 보다가
극중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결혼 백일 선물로
장미꽃 한송이를 한쪽 무릎꿇고 바치는 장면을 보고
자기도 나한테 저렇게 한번 좀 해줘봐 라며 장난을 했었는데
알았어 그러지 뭐 라며 맞장난을 쳐 주었었는데 몸소 실천을???.....
후후훗 오늘은 너무 특별하게 행복한 생일전야네...
남편과 함께 케익초에(남편이 초가 너무 많다며 2개는 빼고)
불을 붙이고 둘만의 작은 생일잔치를 마치고 행복한 마음으로 꿈나라로....
오늘은 이런 행복한 마음을 내 삶에 수 놓아야겠다 이쁜 색실로...
내게 특별한 생일 선물로 행복하게 해준 친구와 남편
그리고 또 다른 내가 사랑하는이들과 오늘의 행복함과 고마움과 감사함을 함께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