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주의 영어공부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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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머니들이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켰냐고 물어보시는데 주변 분들이 잘 믿어주시지 않지만, 저는 한번도 아이를 붙들고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쳐주며, 영어를 재미있게 생각하도록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었지요. 어떻든 우리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상당히 탁월한 것 같습니다.
큰 아이는 대학 입학 후 친 교내 텝스(TEPS)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초급과 중급, 그리고 어학실습 단계가 면제되어 바로 고급 영어반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큰 아이가 공부한 고급 영어반에는 주로 외국에서 오래 산 적이 있거나 1년 정도 어학 연수를 다녀 온 3, 4학년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는데요,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산 적도 없고 어학 연수도 간 적이 없지만, 3학기 연속 A학점을 받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 들어 와 교내에서 친 토익(TOEIC) 경진대회에서 전체 1등을 해서 상금까지 받았습니다. 그 애는 그때까지는 한번도 토익이라는 게 어떤 건지 본 적도 없었습니다. 둘 다 CNN과 BBC를 즐겨 보며, 외국인과의 대화도 곧잘 하는 편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는지 간단하게 정리해 볼께요.
우선 가장 기본적인 원칙부터 정리해볼까요?
첫째는 영어를 '학습'으로, '과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말'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귀신같이 잘해도 영어를 사용하는 현장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반대로 대부분의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성적 경쟁에서는 맥도 못추겠지만 영어는 전혀 부자유스럽지 않게 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심오한 이해나 종합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늘 영어를 접하고 영어를 쓰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것 때문에 어학 연수를 보내야 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학 연수까지 하지 않아도 바로 여기서 지금부터 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둘째는 영어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하든 궁극적으로는 열심히 하면 다 잘하는 길로 통하겠지만, 중단기적으로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기가 어떤 목적을 위해 영어를 하는지, 그 목적에 맞는 공부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고생이라면 우선 학교 내지 수능의 영어 시험을 잘 봐야겠지요. 외국 유학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토플을 잘 봐야 할 거고, 입사 시험을 위해서는 각 직장에서 요구하는 데 따라 토익이나 텝스를 준비해야 할 거구요, 학교에서는 영어공부를 꽤 잘했는데, 외국인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후 도대체 그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은 듣는 능력을 올려야 할 거구요. 각 목적에 따라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지요.
셋째는 영어를 잘 하려면 많이 듣고 많이 말해야 하는데, 이때 정확한 영어를 많이 듣고 정확한 영어를 많이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국 사람에게서 말을 배우면 경상도 사투리를 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우리는 어떤 외국인 변호사의 예에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어를 배우는 초기부터 학교나 학원 등에서 정확하지 못한 선생님의 발음을 많이 듣게 되면, 올바른 발음으로 말하는 능력이 기초부터 망가질 수 있습니다. 오디오나 비디오 테이프를 잘 활용하면 아주 효과를 볼 수 있지요.
같은 이치로 영어를 말할 때도 반드시 정확한 말을 해야 하는데, 섣불리 자꾸 말을 하는 연습부터 시키면 잘못된 말하는 버릇이 먼저 자리잡게 되지요. 말을 하기 위한 연습은 글을 읽는 데서 시작합니다. 자기가 접하는 영어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a, an'이나 'the' 같은 것, 복수형 s까지도 정확하게 읽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어 가르쳐야 합니다.
넷째는 영어를 처음 배우는 단계일수록, 그러니까 연령이 낮을수록 절대로 문법을 먼저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제가 말씀드리는 '문법'이란 예를 들면 '부사구'라든지, '5형식'이라든지 하는 우리말로 된 문법 설명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절대로 어떤 시험에도 나오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이런 것을 자꾸 강조하게 되면 그 설명까지 외어야 하는 부담이 되고, 영어를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기보다는 우리말 설명에 자꾸 묶이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문법 교과서 한번 본 적이 없지만, 상당히 고급 수준의 영어를 읽고, 말하고, 쓰는 데 아무 부자유도 없을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쉬워서 외국인과 아주 빨리 친해지는 편입니다.
다섯째는 영어는 단순히 '말하는 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영어권 문화'의 표현 수단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영어권 문화를 잘 알면 알수록 영어를 익히기가 수월하며 배우는 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을 잘 이해하게 되어, 나중에 그런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을 때 깊은 대화까지 가능하며 서로 신뢰감을 쌓기 쉽다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영어 공부는 절대로 한꺼번에 많이 해둘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학원, 뛰어난 선생님께 일주일에 한두번 배우는 것보다는 매일 20분씩 테이프를 듣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여섯째는,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인데요, 영어 공부뿐 아니라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이지만, 우선 공부하는 사람이 그 공부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어릴 때부터, 아이가 자발적인 의사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영어 공부를 시키거나, 좀 더 남보다 잘 하게 만들려는 욕심에서 강제로 좀 더 많이 시키려고 하게 되면 반드시 역효과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저희 남편은 일본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큰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작은 아이는 만 3세까지 일본에서 살았습니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 살기 시작한 것이 89년이었는데요, 당시 어린이 조기 영어 교육 붐이 불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저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귀국한 사람들을 통해 아이들의 언어교육을 위해 적어도 두 가지는 엄마가 꼭해주어야 한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나는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영어공부를 어느 정도 시켜야 한국에 와서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다음은 들어오면 일본말을 잊기 쉬우니까 절대로 잊지 않도록 엄마가 잘 붙들고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 가지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언어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것이 제일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 아이가 영어를 배울 동기가 별로 없으며, 한국에 오면 일본말을 접하거나 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잊어버리지 않게 하려면 아주 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아이에게 언어 공부를 강제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한국에 와보니 아닌 게 아니라 영어 뻥긋 못하면 바보 취급당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영어 도서 전문점에 가서 영어로 된 아동 도서를 구입했습니다. 가능하면 오디오 테이프가 딸려 있는 것으로요. 오디오 테이프가 없더라도 주제나 북 디자인이 아이의 관심을 끌 만한 책은 넉넉히 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오시는 분에게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아동용 비디오 테이프(디즈니 만화나 ´베토벤´ 같은 동물 영화)를 사달라고 부탁하구요. 그때는 우리말 설명이 딸린 테이프 같은 게 나오지도 않았을 때지만, 나왔다 하더라도 저는 사지 않았을 겁니다. 뭔지 몰라도 자주 들으면 올바른 발음 발성법을 몸에 익히게 되며, 굳이 그것이 학습용이라는 인상을 주어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이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는 그대로 아이들 책장에 꽂아두고, 오디오 테이프를 자주 틀어주었습니다. 물론 애들에게는 한마디 설명이나 책을 읽거나 테이프를 들어보라는 권유도 없이요. 그 대신 제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듣는 능력이 약했기 때문에 토플 듣기 파트(TOEFL listening comprehension) 테이프와 문제지를 사다가 매일 30분 정도 듣고 받아쓰고 하기를 열심히 했지요. 그리고 테이프를 따라 열심히 영어를 정확하게, 큰 소리로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유념해서 봤는지 아닌지, 애들 맘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차차로 아이들이 영어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일러스트레이션이 아주 예쁜 영어 그림책을 많이 골라놨으니까, 아이들은 처음에는 그냥 그림을 보는 재미로 꺼내 읽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가 제게 그게 무슨 얘긴가 묻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슨 얘기라고만 말해주거나 아이가 요구하면 읽어주기도 했지만,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읽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긴 것은 그렇게 2,3년이 지나서였습니다.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영어 알파벳 쓰기 공책(Penmanship)을 사다주고 한 권 다 쓰면 가르쳐준다고 했지요. 아이들이 그걸 다 쓰는데, 한 서너 달 걸린 것 같아요.
그럴 무렵 저는 직장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여유 있게 공들여 가르칠 시간이 없게 되었고, 아이들은 영어에 관심을 보여서 저는 여러 가지 영어 학습법을 검토하다가 결국 '윤선생 영어'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테이프를 매일 규칙적으로 조금씩 듣게 해주는 것이어서였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작은 아이가 2학년때부터 윤선생 영어를 1년 정도 했습니다. 별로 재미 있는 학습법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영어를 알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두 아이는 아무 군소리 없이 열심히 했습니다.
그 무렵 미국에서 사시는 친지분들이 좋은 비디오 테잎을 많이 보내주셨고, 과외도 학원도 안 가니까 시간이 많이 나는 우리 아이들은 아마 한 가지를 수십 번 씩 봤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무렵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그렇게 하면서 아이들이 영어가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기 전, 저희 집에 외국 손님이 오셨는데 놀랍게도 우리 아이들이 그 손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아주 정확한 본토 발음으로요. 물어보니까, 아이들은 정확한 뜻은 모르고 대충 감으로 말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큰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 영어를 배우게 되었고, 그러자 큰 아이는 엄마가 몇 년 전부터 넉넉히 사두었던, 그리고 자기가 읽을 수 없었던 영어 그림책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제가 했던 것처럼 또박또박 소리를 내서요.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중학교 영어 선생님 말씀이 그 애는 미국에서 살다가 온지 몇 년이 되어 말을 잊기 시작한 아이 같다는 겁니다. 정확한 발음에 정확한 언어 반응을 보이는데 단어 실력만 좀 부족할 뿐이라구요. 아마 비디오 테이프를 무수히 반복해서 보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학교에서 문장을 해석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작은 아이의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고1이지만, 웬만한 영어 소설책이나 신문을 단어만 찾으면 별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으며, 외국인과 간단한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물론 저희 집은 지금도 Voice of America를 담은 테이프를 수시로 틀어놓고 들으며, CNN과 BBC를 자주 보고, 거기에서 나온 내용을 가지고 자주 얘기하며, 또 그 소리만 담은 테이프를 수시로 틀어서 온 가족이 듣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문장이나 잘 알지 못했던 표현은 몇 번이고 되돌리며 큰 소리로 따라 합니다. 저는 때때로 식사 시간에 영어로 대화를 유도합니다. 오늘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무슨 일이 재미 있었는지, 어떤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유도하기 위해 저도 영어를 열심히 했던 측면도 있지만, 저 자신도 영어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이지요. 이웃에 살던 선배 언니가 그러는 제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어 놀림반 섞어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가 나중에 써먹을 데도 없으면 세월이 억울해서 어찌 살 거냐고 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예상치 않게도 제가 자원봉사하던 환경단체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이 부족해서 점점 영어를 쓰는 일을 맡게 되었고, 그 덕분에 더 영어가 늘었습니다. 또 남편도 처음에는 영어와 상관없는 일을 했었는데, 점점 영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맡게 되면서 제가 초기에는 도와주기도 하고 함께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지요.
그러는 과정 속에서 정말 저는 애들에게 좋은 영어책과 테이프를 풍성히 사다 준 것 밖에는 투자한 적이 없는데, 아이들은 고액과외를 오래 시키거나 어학 연수를 시킨 애들보다 훨씬 더 영어를 잘 하고, 무엇보다 아주 즐겨 공부하게 된 것이지요.
제 얘기 너무 길어졌지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공부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드리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말씀드리다 보니 앞서 말씀드린 일곱가지 원칙이 실제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대충 나왔지요?
그 중에서 문법이 필요 없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한 것 같네요. 제가 아이들 윤선생 영어를 1년 이상 할 수 없었던 까닭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 중학생 단계가 되자 윤선생 교재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영어 동화 위주로 하지만, 중학교에서부터는 5종 교과서 통합 문법 설명이 붙은 한국 참고서식 교재로 바뀌더군요.
저는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좀 더 수준 높은 스토리 북을 하고 싶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그런 건 안 나온다는 거예요. 윤선생 교재뿐 아니라 영어 전문 서점에서도 중고생이 읽을 만한 읽을 거리를 구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어머니들이 시험 대비를 위해 참고서형 교재만 찾지 스토리 북은 수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 참고서형 교재란 대개 유명 강사 아니면 예쁜 여성의 목소리로 문법 해설이 붙어 있고, 원어민이 몇 줄 정도 영어 교과서를 읽는 것이 군데군데 들어간 것이죠. 어머니들 한번 이런 교재 테이프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제가 듣기에 참 짜증이 나던데요. 웬 필요 없는 설명은 그렇게 많이 하는지, 그런 것은 영어를 잘 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차라리 영어 문장 한번(원어민 발음), 해석 한 번, 그리고 영어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준다면, 무슨 뜻인지도 알고 영어 문장도 머리 속에 암기되지요. 제가 이렇게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는 편이라, 우리 아이들도 문법 공부는 따로 하지 않으며, 그래서 잘 모릅니다. 특히 한국말로 토를 다는 문법 용어는 전혀 모릅니다.
그럼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하느냐구요? 시험에는 문법 설명 그 자체를 묻는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 ´다음 중 문법적으로 어색한 것은?´, 혹은 ´다음 중 다른 세 가지와 문법적 쓰임새가 다른 것은?´ 이런 문제가 나오는 일은 있지요. 그러나 이것도 항상 바른 영어를 듣고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그냥 문제를 읽어보기만 해도 무엇이 어색한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우리말 문장 중에 잘못 쓰인 것을 보면, 문법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틀려서 틀렸다고 따져서 알기 보다, 그냥 그 말이 이상해서 잘못되었다고 아시게 되지요?
문법을 자꾸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모든 영어를 문법으로, 그것도 우리말로 설명할 수 있도록 쪼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 우리말과 구조적으로 다른 영어 표현이나 통상적인 문법을 무시하고 쓰여지는 구어적이거나 문학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법이란 전혀 무용지물이며, 시험공부도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험을 잘 치려면, 시험과 유사한 문제를 자꾸 풀어보는 훈련을 하면 되지요. 그 과정에서 자기가 자꾸 틀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해서, 이것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문법적인 설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분들이 자꾸 문법적인 설명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기 너무 좌우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영어도, 다른 학습도 생명현상과 비슷합니다. 건강에 대해서, 어디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야 낫는다고 생각하는 통상의 관념에 묶여 있으면 진정한 생명은 오히려 훼손될 수도 있으며, 건강한 생명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가를 잘 알면 건강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영어 공부도 일제 시대부터 굳어져 온 잘못된 공부 방법이라는 통상의 관념에 매어 있으면 절대로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언어는 어느 언어든 일단 '말'이며, 다음으로는 '생활의 표현 형태'입니다. 우리는 말을 어떻게 해서 배우는가? 영어권의 생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이 그런 말과 문화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가를 잘 생각하시면 각 가정에 맞는 학습법을 개발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환경저술가 이진아 님의 시공사 '무공해 엄마에게 물어보세요'(http://sigongsa.com) 코너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
